요즘은 옷 수선을 모두 리폼이라고 합니다.리폼이란 단어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안 썼습니다.다들 옷수선이라고만 했습니다.그런데 최근 옷수선하는 가게들은 모두 리폼이란 간판을 내걸었습니다.이젠 방송에서도 옷수선이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된다는 듯이 모두 리폼이라고만 합니다. 옷수선이라고 하면 비하하는 표현이라도 된다는 것인지... 

  오락방송에서 남의 이야기에 박수를 크게 쳐주고 크게 웃어주면 리액션이 좋다고 합니다.이것도 요 몇 년 새에 급속히 퍼졌습니다.호응이 좋다거나 맞장구를 쳐준다거나 하는 표현은 급속히 사라져갑니다.모두 리액션이 좋다고 합니다. 

   통역번역 대학원에서는 우리가 많이 쓰는 영어표현을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표현력을 넓히는 훈련입니다.획일적으로 되어버린 영어표현을 풀어내어 다양한 표현을 익히는 작업이지요.그만큼 무분별한 영어표현 남용이 어휘력을 제한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단순히 우리말을 사랑하자 차원이 아닙니다.표현도 다양하게 하면서 동시에 정확히 말하는 훈련까지 하자는 것이지요.실제로 영어표현을 남용하지만 그 영어의 뜻은 잘 모르고 애매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또 이런 식으로 영어단어가 대체하면서 영어공부에도 방해가 됩니다.이런 영어단어는 익숙하기 때문에 영어사전도 잘 찾아보지 않지요.다 안다고 생각하니까요.하지만 영어에서 reform이란 단어는 개혁이란 단어로 더 많이 쓰입니다.독해지문에서 정치나 역사분야 내용이 나온다면 틀림없이 리폼은 이런 뜻으로 씁니다.하지만 리폼을 옷수선으로만 아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석할까요... "혁명이냐, 개혁이냐" 라는 로자 룩셈부르크의 팜플렛이 있습니다.영어로 "reform or revolution?" 입니다. 

   reaction은 reform이나 revolution과 반대되는 보수반동을 뜻합니다.우리가 반동이라는 단어를 쓸 때 튕겨나온다는 뜻과 함께 수구반동이라는 뜻으로도 쓰는데 바로 그 반동이 reaction입니다.하지만 오락방송에서 자주 쓰이는 리액션만 생각하다간 오역을 하게 됩니다. 

  영어공부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방송에서 잘 나오는 영어단어엔 물음표를 붙이고 사전을 찾아 확인해 봐야겠습니다.번거롭긴 하지만...방송에서만 쓰이는 용법이 전부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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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1-11-17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좋은 글입니다. 외래어처럼 쓰이는 외국어가 판치는 요즘 같은 시절에 우리말쓰는게 더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라니깐요? 그래도 교복은 리폼이라고 안하고 수선이라고 해서 참 좋습니다. 우리 지역만 그렇나요? 다들 교복수선이라고 명칭을 내겁니다.

맞아요, 안다고 생각하고 제대로 읽지 않았다가 낭패를 보는일이 많습니다. 꼭 저런일뿐만이 아니더라도 한자에서 '일 사' 자를 안다고 생각했다가... 시험에서 틀려버린 일이 있었답니다 ㅠ

노이에자이트 2011-11-17 22:13   좋아요 0 | URL
외래어라고 하기는 좀 뭣한 외국어를 그냥 써버리는 것이 어휘력을 한정시킨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검증이 된 거죠.

외국어뿐 아니라 우리말도 오용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어이없다를 어의없다로 쓰는 사람들이 많지요.

이진 2011-11-17 22:35   좋아요 0 | URL
한 표준어 관련 책에서 어의없다라고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읽었을때는 솔직히 황당했습니다. 저는 생전 처음들어보는 말이었기 때문이죠.. 가끔 과학선생님이 말장난으로 "아~ 어이없다"라고 우리가 말하면 "어의는 왕이 없으니까 당연히 없어요라며 하시긴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쓰는 사람이 있다니 충격적이었습니다. 찌개를 찌게라고 쓰는건 그 대표격이죠... 하아,씁쓸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1-17 22:41   좋아요 0 | URL
음...그러고 보니 어의는 궁중의사로군요.

루쉰P 2011-11-17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역시나 오랜만에 와도 이런 깨알 같은 지식을 베풀어 주시는군요. 제가 당연히 알고 있는 단어들이 그런 의미가 있다니...원
노자님은 어쩔 때는 국문학자 같기도 하시고 언제나 와도 참 신비로워요. 노자님의 정체..

노이에자이트 2011-11-18 16:58   좋아요 0 | URL
깨알보단 조금 큰 알맹이가 있는 지식이죠.

국문학자라...제도권 학자는 아니고 저잣거리 학자 정도...

마녀고양이 2011-11-1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가, 상상을 해버렸어요,
리폼과 리액션. 그렇네요. 그냥 항상 방송에서 쓰다보니, 그렇게 익숙해져 버렸는데
이건 콩글리시도 아니고.......... ㅋㅋㅋ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11-18 16:59   좋아요 0 | URL
저런 콩글리시가 한 두개가 아니지요.

꼬마요정 2011-11-1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생각을 하면서 말을 해야하는데 그냥 뱉어서 큰일입니다. 좀 더 노력해야겠어요..

근데 노자님 페이퍼만 보면 저는 자꾸 노력해야해서 큰일입니다.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11-18 17:00   좋아요 0 | URL
하하하...그런 노력은 긍정적이고 더 나아지기 위한 노력이니 괜찮죠.

cyrus 2011-11-18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폼이라는 단어를 보니 제가 며칠 전에 수업 발표 주제가 생각나네요.
행정개혁에 대한 내용을 주제로 발표를 했거든요. 리액션이라는 반동이라는
의미가 있는줄 처음 알게 되었어요. ^^

노이에자이트 2011-11-19 15:05   좋아요 0 | URL
개혁,혁명,반동이라는 역사용어를 공부하다 보면 리액션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입니다.

페크pek0501 2011-11-21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덕분에 하나씩 배워가네요. ^^

노이에자이트 2011-11-21 15:45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yamoo 2011-11-22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이진님 말씀처럼 좋은 글입니다! 이런 글 종종 부탁드립니다!!

근데, 옷 수선에서 리폼..이거 수선에서 많이들 쓰던데, 개인적인 생각이 보통 리폼을 처음으로 내건 유명 수선집에 옷을 가져가면 완전히 다른 옷으로 고쳐 주어서 그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청바지2개를 청치마로...못입는 롱코트를 반코트로..뭐, 이렇게 혁신적으로 옷을 바꾸어 주는 곳이라 간판을 리폼으로 내 걸었던 것 같습니다. 광고도 그런 방향으로 했던 기억이 있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11-22 16:38   좋아요 0 | URL
리폼이란 말이 나오기 전에도 예를 들어 우리 어머니들 중 바느질 솜씨가 좋은 이들은 헌옷을 바느질하여 완전히 다른 옷을 만들어 줄 때도 그냥 옷을 수선해 입었다고 했습니다.리폼이란 단어가 나오기 전이지요.제가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리폼이란 단어가 옷수선을 대체한 것이 5년이 채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