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이라도 올라가면 내 야성충동은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메뚜기, 방아깨비를 죽 둘러보다가...착륙한 놈 가까이 다가가 맨손으로 낚아채 사로잡습니다.물론 아직은 날아다니고 있는 놈을 잡을 정도의 신공은 없습니다.내가 미야모토 무사시도 아니고...잡은 놈들은 금방 놔줍니다.아직은 내 실력이 녹슬지 않았구나 하고 만족하면서...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도마뱀이 있나 풀밭 이곳저곳을 찬찬히 살핍니다.도마뱀이 후다닥 도망가는 모습이 포착되면 바로 뒤따라가서 손으로 잡아채는데 대체로 두번 정도 놓치고 잡습니다.물론 운좋을 땐 단번에 잡을 수도 있지요.사로잡은 도마뱀을 엄지와 검지 손가락 사이에 가볍게 끼우고 도마뱀 얼굴과 마주 봅니다.조그만 동물이 나를 뻔히 쳐다보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도마뱀은 파충류이고 또 가끔 방송의 동물의 왕국에서 왕도마뱀이나 인도네시아 코모도 섬에 사는 공룡같은 도마뱀이 등장하니까 엉뚱한 오해를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도마뱀은 무서운 동물이 아닐까 하는...하지만 우리나라 야산에 사는 자그만 도마뱀-어린애 손가락보다도 더 가느다란 도마뱀-은 귀엽기도 하고 성질도 순합니다.독이빨로 깨물지도 않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면서 달아나지도 않습니다.여러분의 동작이 특별히 느리지만 않으면 손으로 사로잡는 데 특별한 무술실력이 필요하지도 않으니 한 번 해보십시오.
도마뱀은 파충류니까 만질 때 미끈미끈하고 불쾌한 느낌을 줄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내 지인들 중에서도 내가 도마뱀을 맨손으로 잡는다고 하면 "아유~ 그 미끌미끌하고 징그러운 것을 어떻게 잡나?" 하고 질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하지만 직접 만져본 소감을 말한다면 도마뱀의 몸은 건조하고 비교적 맨질맨질하지, 미끄덩거리는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그리고 혀를 자주 낼름거리지 않습니다.도마뱀이 늘 혀를 낼름거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방송에서 나오는 덩치 큰 열대지방 도마뱀을 보고 가진 생각인 듯합니다.
도마뱀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도마뱀의 꼬리자르기입니다.도마뱀은 적에게 잡히면 꼬리를 스스로 잘라내고 도망간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일은 실제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내 경험으로는 아직까지 한번도 없습니다.도마뱀을 잡을 때 몸이 아니라 꼬리를 잡은 적도 있는데 꼬리를 자르고 도망간 도마뱀은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그러므로 범죄관련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이 "도마뱀 꼬리자르는 수법으로 운운" 하고 문구를 작성하는 것은 그가 도마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만방에 알리는 것입니다.
자! 여러 이야기할 것 없이 도마뱀은 과연 어떤 동물인가, 만지면 정말 미끈거리지 않고, 꼬리도 안 잘라지는가, 알고 싶으면 야산에 나갈 때 직접 한 번 달리는 도마뱀을 손으로 잡아보면 됩니다.그러면 그냥 머리속으로만 알고 있던 여러가지 오해를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전혀 무섭지 않습니다.과감히 시도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