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적으로 쓰는 표현은 직역하면 이상한 경우가 많습니다.예를 들면 주먹 센 사람을 가리켜 돌주먹이니 해머펀지니 하는 말을 하는데 이것을 직역하여 정말 주먹이 돌로 되었다거나 주먹이 있어야 할 부위에 망치가 달린 로보트인가보다 하고 해석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 답답할 것입니다.우리말에서는 설마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외국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훈련된 눈을 가진 이들에게 걸리면 요상하다 못해 폭소를 유발하는 직역표현이 꽤 많습니다. 

   오늘 문화방송의 '서프라이즈'에 미국의 유명감독 존 포드와 하워드 혹스의 일화가 나왔는데 "배우들의 엉덩이를 걷어차기까지 했다"는 해설이 나왔습니다.영어 이디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표현이 영어직역인 kick ass에서 나왔다는 것을 금방 눈치챘을 것입니다.그런데 돌주먹이 돌로 된 주먹이라고 직역하면 안 되듯 이 표현도 엉덩이를 걷어차다는 뜻이 아닙니다.이 표현은 영어권에서는 굉장히 널리 쓰이는 표현이라서 운동경기를 앞두고 상대를 도발할 때도 자주 나옵니다.그래서 스포츠면에 "엉덩이를 차줄거야!" 하는 직역투가 빈발하죠.이 표현은 쉽게 말해 " 이러니 저러니 말이 안 나오게 확실히 매듭짓다" 는 뜻입니다.운동경기 때는 "깨끗이 이겨주겠다"는 뜻입니다.좀 강하게  "끽소리 못하게 해주다"고 해석해도 됩니다. 

   또 어색한 직역 중에 책을 던지다는 표현이 있습니다.혹시 영어권 소설번역본을 읽다가 갑자기 문맥에 안 맞게 이런 표현이 나오면 이는 throw the book at를 직역한 것입니다.특히 범죄나 법정에 관한 묘사에 " 책을 던지다"는 번역이 나오면 바로 이 표현의 직역이죠.'엄벌에 처하다'가 제대로 된 번역입니다.혹시 여러분 중 추리물 같은 것을 읽다가 "왜 책을 던진다는 거야?"하고 의아하게 여겼다면 엄벌에 처하다로 고쳐보십시오.문맥에 맞을 것입니다.  

'알바트로스를 목에 걸고 있다'는 번역문을 본 일이 있습니까?  이 역시 직역때문에 무슨 뜻인지 갈피를 못잡는 사례 중 하나입니다.이것은 an albatros around one's neck의 직역인데, 과거에 잘못을 저질러 낙인처럼 지워지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이는 영국시인 사뮤엘 테일러의 시 '늙은 어부'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유래합니다.어느 선원이 알바트로스(거대한 바다새)를 죽였기 때문에 그 벌로 배가 불운을 겪게 되어 그는 자기 죄의 표시로 죽인 새를 목에 걸고 살았다는 것입니다.예를 들어 어떤 지식인이 독재자를 찬양하여 글을 쓴 것 때문에 아부꾼 평판을 평생 지우지 못한다면 그런 것을 목에 건 알바트로스라 합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축자번역하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언어의 묘미인데 이런 해괴한 번역을 하게 되고 독자들까지 어지럽게 합니다.우리말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속담을 비롯한 관용어를 공부하듯이, 외국어 표현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관용구를 공부해보면 지루하지도 않고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비단 영어가 아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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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8-28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책에선가 영어 소설에 나오는 John's house를 '존의 집'으로 옮긴 경우를 봤는데 사실은 속어로 화장실을 의미한다는 설명을 읽고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번역본엔 원 소설에도 나오지 않는 존이 새롭게 등장했을 테니까요ㅋㅋ
가장 어이없던 건 업다이크 소설에선가요 '새 타이어'가 자꾸 나와서 웬 타이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번역자가 새타이어(satire)를 그냥 '새타이어'로 옮긴 걸 편집자가 착각하고 띄어쓰기를 한 거더군요. 오래전 얘깁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8-28 21:24   좋아요 0 | URL
좀 이상하면 사전을 찾아서 확인해야 하는데 그런 성의조차 없으니 번역자의 자질이 부족한 게지요.새 타이어 사건은 정말 희한한 사건입니다.

페크pek0501 2011-08-29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영어 공부에 필요한 유익한 정보입니다.

몇 년 전 영어 공부를 하려고 마음 먹고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영어로 읽은 일이 기억나네요. 어떤 필요에 의해서 했는데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일은 늘 마음 설레죠.
학교 다닐 때도 영어과목을 좋아했는데...

throw the book at, 이 표현이 재밌네요. 오늘 노이에자이트님 덕분에 배웠어요.

범우사에서 나온 <셰익스피어 명언집>이라고 있어요. 그가 작품에 썼던 명언들이 영어와 함께 수록되어 있어요. 짧으면서 멋진 글이 많아 마치 영시를 읽는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08-29 16:03   좋아요 0 | URL
영어소설을 읽으려고 시작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제대로 읽는 사람은 거의 없죠.단편 하나라도 정확히 읽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책을 던지다로 번역한 게 많은 이디엄이에요.

오...셰익스피어 명언을 영어와 함께라...대단합니다.셰익스피어가 시인이기도 하니까요.

마녀고양이 2011-08-29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절대 번역의 길에는 들어서지 않겠습니다.
물론 능력도 절대 부족합니다만.

그리고 앞으로 매끄러운 번역을 하신 분들께 좀더 감사의 마음을 가지려구요.

노이에자이트 2011-08-29 16:0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남들이 번역한 것을 읽는 게 낫겠죠.더구나 잘 된 번역이라면 더 좋지요.

Sati 2011-08-29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용어구를 직역하는 건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류의 실수라고 본다면,
저는 <시크릿>같은 책제목이나 <돈 비 어프레이드>같은 영화제목은 참 나쁜 거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08-30 16:46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제목을 번역하지 않고 영어발음을 한글로 표기하는 것은 참 잘못된 관행입니다.

yamoo 2011-08-29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익한 내용이네요^^ 좋은 글 잘 봤어요. 제발 엉뚱한 번역만 하지 말아줬음 하는 바람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8-30 16:46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카스피 2011-08-29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결론은 번역료가 문제란 생각이 듭니다.아직도 번역료가 싸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전문 번역자의 경우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책을 번역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날림이 있을 수 밖에 없단 생각이 듭니다ㅜ.ㅜ

노이에자이트 2011-08-30 16:47   좋아요 0 | URL
번역을 천시하고 지적재산권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정말 문제입니다.

전문번역자가 아닌 사람들이 몇 명 모여 번역하는 경우도 큰 문제입니다.

우주 2011-08-30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지적을 해주셨군요. (^^) 주제넘지만 제가 조금만 보태겠습니다.

관용구(idiom)는 번역할 때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지요. 관용구를 관용구로 인지하고 올바로 해석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언어로 한 나라의 문화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면 관용구를 이해하는 것이 첩경이라면 첩경일 것입니다. 그 언어의 역사와 생활 습성 및 사고의 흔적이 배어 있기 때문이지요. 영어권, 가령 미국에서 태어날지라도 한국인과 같은 이민자의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들이 조상 대대로 영어를 쓴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경우 토착 백인이나 흑인)에 비해 관용구를 사용하는 표현력이 떨어지는 것은 그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보다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 영역에서만큼은 핸디캡을 떨칠 수 없지요. 하물며 한국에서 생활하며 영어를 공부의 도구가 아닌 대상으로 익혀야 하는 사람이야 오죽할까요.

관용구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는데, 이른 바 ‘진리 조건(truth conditions)’에 위배되는 관용구는 그게 관용구라는 걸 알아보기 쉬워서 본뜻을 알기 위해 사전을 찾아보려는 마음이 생길 수 있지요. 가령 뚜렷한 예를 하나만 들자면, ‘It's raining cats and dog.’ 라는 문장을 접하면 ‘비가 고양이와 개처럼 온다.’는 말은 어느 나라 사람에게도 있을 수 없으므로, 즉 ‘진리(이기 위한) 조건’에 위배되므로 관용구인가 보다, 하고 인식하고 사전을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like’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면 그것은 해당 구절을 관용구로 의심할 수 있는 좋은 표시가 됩니다. (예: like a bat out of hell: 재빨리. 지옥에서 온 박쥐처럼, 지옥에서 빠져나오는 박쥐처럼...^^) 보통은 문맥상 잘 이해가 안 되는 표현은 관용구일 가능성이 높지요. 그럴 때는 관용구로 의심하고 무조건 사전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입니다. 관용구란 대개 구성 단어에 대한 개별적인 이해를 조합해 추론해서 그 본뜻을 도출해내기 어렵거든요.

그런데 그보다도 진짜 골칫거리는 단어를 개별적으로 ‘직역’해도 문맥상 어떻게 말이 통할 때가 문제입니다. 가령 ‘go out with’(누구와 사귀거나 연애한다는 의미)나 ‘take someone for a ride’(누구를 속인다는 의미)와 같은 관용구는 직역과 관용구를 전부 의도해서 고의적으로 쓸 수 있는데 번역자가 부주의하면 그 점을 간과하고 '누구와 나가다"라거나 '누구를 차에 태워 드라이브해주다'는 등으로 직역하고 지나칠 수 있는 표현이지요. (참고: 모나 베이커의 In Other Words)

아무튼 관용구는 오랜 시간 사전을 활용하는 정밀 독해 훈련을 거치지 않고서는 자칫 실수하기 쉽지요. 말씀하셨듯이, 재미를 가지고 하나하나 공부해보면 영미의 문화를 언어를 통해 더듬어볼 수 있으니 재미있고 영어 실력도 늘이고 일석이조일 것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8-30 16:57   좋아요 0 | URL
수십년이나 중국에서 산 조선족들도 중국의 사극은 못알아 듣는 내용이 있다고 합니다.현지인들의 문화나 풍습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알 수 있는 예이지요.

이게 관용구로구나 하고 알 수 있는 정도가 되어도 어느 정도 수준은 된다고 봅니다.그런데 역시 기본동사와 전치사로만 구성된 이디엄이 정말 어렵더군요.go,come,take,run 등의 동사와 전치사의 조합...

공부한다는 의무감보다는 남의 나라의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킨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디엄을 대해야 한다고 봅니다.율리시즈 님의 글은 제 글을 읽으러 온 다른 분들에게도 영어이디엄 공부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우주 2011-08-30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당한 말씀입니다. 의무감에서 하면 여러 모로 재미없지요. 문화와 호기심에서라면 Linda & Roger Flavell의 Dictionary of Idioms and their Origins 라는 책이 좋습니다.

중국의 사극을 못 알아 듣다니 놀랍군요. 단순히 언어의 문제는 아니겠죠? 역사와 풍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거겠죠? 하긴 미국에서도 사극의 특정 배경을 모르면 드라마를 봐도 십분 이해하지 못할 수 있지요.

한국사람들에게 숙어로 알려진 동사구들은 관용구에 비해 추론해서 이해하기 용이하지요. 그런데 사실 사전을 찾아보지 않으면 숙어인지 관용구인지 구별하기 힘든 경우도 많아요. ^^

노이에자이트 2011-08-30 17:14   좋아요 0 | URL
문화적 배경을 알기 위해 좋은 책인 것 같네요.

중국 사극 중 약간 고어체로 이야기하는 사극고유의 어투가 생소하다네요.

한국에도 동사구 위주의 방대한 숙어 이디엄 학습서가 나오고 있는데 참 어렵더군요.그래서 그런지 그런 분야는 학습자들에게도 큰 관심은 얻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우주 2011-08-30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바로 그렇습니다. 특정 관용구의 기원과 변천 과정을 보여주지요.

제 경험에 의하면 미국이든 어디든 외국에서 수십 년을 살아도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의식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적극적으로 기울이지 않고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에 머무는 사람들은 해당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항상 제자리걸음이더군요.

어떤 식으로 그런 학습서가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하군요. 이디엄 공부를 잘 해두면 좋을 텐데 안타깝군요. 같은 의도를 전달하려고 해도 설명식의 문장을 쓰기보다는 짧아도 적절한 이디엄 한 마디로 효과적인 전달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영미인의 피부에 가깝게 느껴지는 생생한 말이 관용구에 많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관용구에는 대개 함축과 연상이 담겨 있어서 그렇기도 하고요) 표현력도 풍부해질 수 있는데 말이죠.

노이에자이트 2011-08-31 17:24   좋아요 0 | URL
그런 사람들은 늘 안으로만 파고드는 사람입니다.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과 적대감이 섞여있지요.결국은 지적인 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죠.

예전의 성문영어구문100의 부록과 비슷한데 분량이 두툼하죠.동사구 위주의 책보다는 동물이나 신체부위가 등장하는 이디엄 이런 식의 책이 더 재미있어서 좋더라고요.이디엄은 쉬운 단어로 이루어져 있어도 구사하기가 쉽지 않으니 역시 마지막 관문같아요.


검은냥이 2011-09-19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몰랐던 숙어 배우고 갑니다.ㅋㅋㅋ 다비치 코드랑 해리 포터도 번역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고 뉴스에 나왔었는데 영어는 배워도 끝이 없어서 넘 슬픕니다. 한미 FTA 서류에도 오류가 나오는 거 보면 직역이나 오역이 문제긴 한 것 같지만....

노이에자이트 2011-09-20 15:34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었다니 기쁩니다.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