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월요일 심야. 폐지수거일이라서 볼 만한 책이 없나 아파트 수거장소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괜찮은 책들을 건졌습니다. 그날 건진 책 이야기.

1.내가 사는 동에서 조금 떨어진 동에서 어린이용 세계위인전집 전 15권 중 제 1권만 빼고 모두 건졌습니다.1981년 계몽사에서 나온 거군요.집필진은 모두 우리나라 사람들입니다.특히 내가 관심을 가진 인물들이 나와 있습니다.과학자나 발명가로 와트,스티븐슨,벨,마르코니,뢴트겐,제너 등이 있고, 정치가로 필리핀의 막사이사이가 있네요. 막사이사이와 후크단원의 이야기는 내가 갖고 있는 <세계게릴라 전사>와 보충해 읽으면 되겠습니다.또 박정희 시대 때 농업부흥을 외치면서 참여교수단으로 활약했던 서울대 농대교수 류달영 씨가 집필한 덴마크의 애국자 달가스와 그룬트비 전기가 있습니다. 내가 농축산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이들의  전기가 더욱 반갑군요.누가 이 책들을 읽느냐고요? 물론 내가 읽습니다.어린이용 청소년용 그런 거 안 가립니다.

2.이 위인전기 시리즈 집필자들 중 특이한 인물이  지명관입니다.지 씨는 유신이 선포되자 마자 일본에 건너가 망명상태로 살다가 문민정부 때야 귀국했는데 그가 집필진에 들어있네요.1981년이면 지명관은 반정부인사로 기피인물이었을텐데...이렇게 아동서적 저자 중 의외의 인물들이 있어요.내게는 어린이용 윤동주 전기가 있는데 저자가 임종국입니다.친일문학론을 쓴 바로 그 임종국 씨. 

3.나는 자연과학 쪽에도 관심이 있어서 폐지수집일에 가져온 그 분야 책이 꽤 됩니다.이번 전집에 과학자나 발명가가 들어있어서 좋아하는데 이런 인물이라든가 기업인에 대해 읽게 되면 경제사와 과학사의 중간영역에 대한 공부라고 하면 됩니다.경제사가 경제학이냐 역사학이냐 쓸 데 없는 말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거 신경 안 씁니다.과학사도 마찬가지.작년 가을엔 폐지수집일에 청소년용 세계발명발견 스토리 전집을 구했는데 세권 정도가 빠져있지만 그 정도면 공짜로 얻는 것에 비해 알차다고 봐야죠.물리나 화학 공부는 어렵지만 이런 과학이야기 쪽으로 접근하면 쉽고 재밌습니다. 

4.또 누군가가 자기개발서 및 성공학 분야 책들을 무더기로 내놨길래 갖고 싶은 것을 골라 가져왔습니다.어떤 이는 이런  분야의 책을 읽는 사람들을 수준 낮다고 폄하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 분야에도 나름 고전이 있습니다.이번에 내가 가져온 책 중 지그 지글러<정상에서 만납시다>가 그 예입니다.나폴레온 힐, 레스 브라운 등 등의 책도 가져왔습니다.구본형 책은 전에 <낯선 곳에서의 아침>을 읽고 좋게 본 사람인데 이번에도 그의 것이 있어서 가져왔죠. 

5.나는 보수극우단체가 신문에 내는 의견광고를 정독하고 게다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구절을 필사하는 괴이한(?) 취미가 있습니다.그래서 웬만한 단체의 성향을 다 파악하고 있는데 그 중 자유주의 진보연합이란 단체가 있습니다.명칭과는 달리 반공색채가 아주 강하지요.거기서 나온 팜플렛 세권이  신문뭉치 옆에 나와 있는데 다 가져왔습니다.얇아서 읽기 편하네요.<북한의 대한민국 도발사> <대한민국 이전 이후> <대한민국 이전과 이후의 한국경제>입니다.또 대한민국 예비역 영관장교 연합회에서 나온 <6.25의 영웅들> <천안함 잊지 않겠습니다>도 가져왔습니다.이번 6월에 나온 건데 깨끗합니다. 

6.수능형으로 개정한 성문기본영어와 종합영어가 자매서인 학습서까지 합해 모두 폐지더미 사이에 끼어있어서 가져왔습니다.갖고 있던 사람이 기본영어는 절반 정도 공부했는지 여기저기 필기한 흔적이 있는데 종합영어와 그 학습서는 아주 깨끗하네요.종종 읽어야겠습니다.구판에 비해 종이가 좋고 글도 큼직해서 공부하기 편하군요.역시 새것이 좋아요.벌써 조금씩 읽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7.폐지더미에서 6월 말과 7월 초의 중앙일보 몇 부를 이것저것 훑어 보다가 가져왔습니다.요즘 포퓰리즘에 대해 쓴 칼럼들을 이것 저것 모으고 있는데 여기 해당되는 글이 몇 개 있어서요.그리고 신성일 회고록이 연재되어 있는데 이 양반 은근히 과시욕이 있습니다.원래 회고록이나 자서전적인 글이 다 그렇습니다만....그래도 재미있어요.나는 연예계 이야기와 스포츠계 이야기를 한국현대사 공부의 일종으로 여기고 엄청나게 세세한 데까지 읽고 있는데, 신성일 씨 이야기가 도움이 꽤 됩니다.60년대 전설적인 복서 서강일과의 친분을 그린 내용이 인상적입니다.서강일을 안다면 복싱광팬이죠. 아시려나...

8.장동휘 씨가 2005년에 타계했군요.교육방송의 한국영화걸작선에서 그의 작품을 지금도 종종 방영하지요. 고인이 된 줄 몰랐습니다.2000년대 초 쯤에 그가 여관방을 전전하는 처지가 되었다고 후배연예인 몇몇이 돕자고 나섰다는 소식을 연예프로그램을 통해 얼핏 들었는데, 그 이후 몇 년 못살고 저세상으로 갔나 봅니다.김진규 씨 장례식 때 조사 읽으면서 진규야! 하고 엉엉 울던 것이 공식석상 마지막이었나...장동휘 씨는 실제로 인천의 주먹 출신이었습니다.그래서 조폭들과도 인연이 있었죠.뭐 그 세계가 그랬습니다.조영남 씨 젊었을 때 매니저도 주먹출신이었고...요즘에야  배우가 주먹 휘두르면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퍼지고 사과하겠다, 자숙하겠다 기자 회견도 하지만 그땐 배우들이 주먹을 휘두르고 그랬습니다.박노식 씨도 그런 일에 빠지면 섭섭하죠.그러고 보니 왕년의 액션스타 독고성, 황해,장동휘, 박노식,허장강 모두 이젠 고인이 되었습니다.허장강 씨가 1975년에 제일 먼저 저 세상으로 갔죠.이들의 뒷세대 주먹영화 대표주자인 이대근 씨도 이젠 원로에 속하니 세월이 많이 지난 겁니다.황해 씨 아들인 전영록 씨가 곧 예순이 되니까요...전영록 씨 팬들이던 소녀들이 지금은 배가 나오고 목소리가 걸걸한 아줌마가 되어 있지요. "요즘 애들은 왜 그런지 몰라,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그치? " 하는 거짓말을 눈 하나 깜짝않고 하면서 말이죠.

9.영화 '써니'에 나온 강소라, 민효린은 내가 좋아하는 누나들입니다.그런데 강소라는 얼굴이 전보람( 전영록 씨 딸, 티아라에서 왕언니를 맡고 있음)  비슷하게 생겼네요. 민효린은 신세경 비슷하게 생긴 것을 진작 알았지만...얼마나 닮았는지 확인하고 싶으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시길...그리고 얼마나 닮았다고 생각하는지 그 감상을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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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싸리 2011-07-13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아파트에 살면 저런 점이 좋겠군요.
많은 자료를 얻으셔서 좋으시겠어요. 노이에자이트님의 체계적인 읽기가 느껴집니다.
저도 예전에 아파트 돌아다닐 때? 근사한 책들을 좀 주워온 적이 있긴하지만 아파트에 살지 않으니 아무래도 기회가 없죠.

걸그룹이나 그쪽은 좀 취향이 아니라서요. ㅎㅎ
예전 글래머 배우들이 좋더라구요. ㅎㅎ

노이에자이트 2011-07-13 15:10   좋아요 0 | URL
아파트 살면서도 폐지더미 뒤지거나 그런 행동...뭐랄까 남의 눈을 의식하는 사람들은 하기 힘들죠.저 빼놓고 폐지수집일에 책 뒤져가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는 경비아저씨 말씀...

하하하...위에서 걸그룹은 전보람 밖에 없어요. 강소라 씨가 키도 크고 글래머예요. 사진으로 확인하면 좋아하실듯...

pjy 2011-07-13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에 대해서도 알고 독서를 한다면 편집방향등등 더 재밌게 읽을수 있겠군요^^;

화장하고 변신후 이미지로 검색되니 사진컨셉에 따라서 그때그때 같은사람도 너무 다르게 느껴져서, 누굴 닮은거 같기도하고 아니기도 하고요~@ㅅ@;

노이에자이트 2011-07-13 15:13   좋아요 0 | URL
책보다 저자의 생애가 더 재밌는 경우도 많지요.

그래도 연예인들이 이쁘긴 해요.

pjy 2011-07-13 16:29   좋아요 0 | URL
같은 성별을 질투하지 않고 마냥 예뻐보이는건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경쟁을 하지않는 방향으로 나이가 들었다는거래요^^;
아직은 합니다..그거~

노이에자이트 2011-07-13 21:00   좋아요 0 | URL
오호...그런가요?

메르헨 2011-07-13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 아파트시길래....저희동네는 하나도 안보이던걸요.^^

노이에자이트 2011-07-14 20:22   좋아요 0 | URL
저도 저 정도 책을 얻을 기회는 일 년에 세 번 이상은 안 됩니다.그리고 늘 사람들 출입하는 아파트 입구에 쌀자루와 질기고 큰 쇼핑백(책 집어넣는 용도) 들고 폐지더미 뒤지는 것은 어지간한 사람은 못해요.남들이 힐끔힐끔 쳐다보거든요.

한 달에 두번 폐지수집일인데 거의 신문 몇 부 아니면, 안 쓰고 버린 공책 주워오는 게 전부죠.

비로그인 2011-07-13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이에자이트님껜 단순한 읽을거리가 아니라 귀한 자료로군요ㅋㅋ 물론 다른 사람들에겐 폐지에 불과했겠지만 말예요. 계몽사 세계문학전집은 저도 욕심이 나는데요. 그나저나 관심 두시는 분야가 엄청나군요^^

노이에자이트 2011-07-13 21:09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평범한 신문기사나 인터뷰 기사도 제겐 중요한 자료가 될 때가 있죠.
아무래도 자연과학 쪽에도 관심이 있다 보니까 넓어지고 그렇죠.문과 출신들이 그 분야엔 좀 무관심한 것도 있고요.

자하(紫霞) 2011-07-14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이에자이트님의 글을 보면 분명 한 사람이 아닐꺼야!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7-15 17:19   좋아요 0 | URL
억! 깜짝 놀랐어요.한 사람이 아니다...

루쉰P 2011-07-16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베리베리님의 의견과 동일합니다. '노이에자이트'라는 알라딘 닉네임을 가진 집단 지성체제이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이 -.-

노이에자이트님의 지식의 출처를 알아냈네요. 사실 수고 많은 바다와 같은 자료가 범람하는 이 현실에서 전 그 정보 속에서 자신이 필요한 바, 사회가 필요한 바를 뽑아내는 능력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면에서 '노이에자이트'이라 불리는 집단 지성체제는 대단하시다는 생각 -.- ㅋㅋㅋ

한 분 맞죠??

노이에자이트 2011-07-16 15:44   좋아요 0 | URL
노이에자이트의 정체에 대해선 아무래도 나이를 종잡을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래도 사람들이 계속 궁금해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 해도 재미있습니다.실제로 두 명 이상일 수도 있고요...


감은빛 2011-07-19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멀쩡한 가구나 말씀하신 것처럼 전집 전권이 나와있으면,
집어가고 싶은 유혹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다보면 그거 줍는 것도 보통일이 아닌게 분명합니다.

그나저나 버려진 책의 진가를 알아보는 노이에자이트 님! 정말 대단하세요!

노이에자이트 2011-07-21 14:11   좋아요 0 | URL
예, 체면때문에 못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을 거에요.

누군가에겐 폐지이지만 제게는 유용한 재산이죠.

yamoo 2011-08-14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 폐지 수거일이 정해져 있나봐요...아파트 지나다가 두어번 업어온 적이 있습니다. 정확한 요일을 몰라서 못 얻어오네요...잘 보면 좋은 책들 많이들 버리더라구요..

그나저나 지명관씨 글은 저도 좋아해서 그 분 책 몇 권을 소자하고 있습니다. 사상사 전공하신 분이라 박식하고 글도 잘쓰신다는^^

노이에자이트 2011-08-15 15:31   좋아요 0 | URL
예.여기는 공간이 좁아요.지하주차장도 없고...그래서 따로 공간확보는 안 되니까 주차장소 일부를 빌려서 일정한 날에 폐지를 내놓게 합니다. 그 시간에 그 공간은 차를 빼줘야 합니다.

지명관 씨는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으로 유명하죠.일본통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