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태여행이라고 해서 부모와 자식이 함께 야생동식물을 관찰하는 관광상품이 인기가 있습니다. 신문에서 보니 아들과 함께 이 여행에 참가한 한 남자가 " 정말 재미있었습니다.저도 40이 되도록 개구리는 이번에 처음 봤거든요" 하고 말합니다.나는 이 기사를 읽고, "설마...40이 되도록..."하고 의아하게 여겼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60~70년대 이농하여 도시로 간 사람들이 낳은 사람들이 이제 학부모가 되었으니까요.그런 이들은 자신은 물론 그들의 자식들 역시 모두 산이나 들에서 개구리나 산새 등을 본 경험도 없거니와, 고양이와 개나 봤지, 가축이나 가금류도 본 일이 없을 것입니다.
이곳 광주도 대도시이다 보니 이런 사람들이 많습니다.몇 년 전 20대 남녀들이 많이 모인 모임에서 물어보니 소나 돼지를 한 번도 못 본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그들은 식육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고깃덩어리로만 소 돼지를 만난 것입니다.아직도 광주가 광역시인줄 모르고 전남 광주시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 중 특히 서울 및 수도권 사람들은 그래도 무등산이 광주에 있는 것은 알아서, 광주 사람들은 무등산에서 화전밭 일구고 나무 베어 장작불 때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는데...하지만 광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상당수는 역시 대도시 사람들 특유의 무지를 그대로 지니고 있습니다.
도시에서만 나고 자란 사람들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 시골을 모르는 사람들을 겨냥한 관광행사가 많습니다.그중 하나가 옛 시골 5일장을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새로 만드는 것입니다.얼마 전에 곡성을 가봤는데 곡성은 기차 마을이라고 해서 옛 철길에 기차를 다니게 하여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그 부근에 새로 장소를 마련하여 5일장을 개장했는데 역시 도시에서 온 관광객을 위해 넓은 추자장까지 있으니 사람들이 상당히 북적댑니다.모처럼 구경이나 하지고 둘러보는데...
어릴 때 시골에서 살았고 당연히 장날 구경도 해 본 나로서는 뭔가 빠져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물론 갖가지 점포가 구비되어 있었고 물건도 깔끔한 편이었습니다.식당들도 장터 느낌도 나고...그런데 한가지 빠진 것! 바로 강아지나 염소를 팔기 위해서 데려온 시골의 나이든 아줌마 아저씨들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어린 시절 장날에 가보면 점포들이 끝나는 곳 변두리 공터에 새끼줄에 다리가 묶인 닭이나 오리, 고무 다라이에 담긴 강아지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그런 강아지들은 지금의 도심지 아파트에서 기르는 작은 애완견의 강아지들이 아니었습니다.검둥이 누렁이 흰둥이 등 중형견의 아가들이었지요.아직 젖도 채 안 뗀 것 같은 어린 아가들이라 안아서 얼굴 가까이 대면 강아지 특유의 입냄새가 났고, 수컷은 잠지 끝에 흰털이 있는데 그 털 끝엔 오줌방울이 묻어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검은 강아지도 그 잠지털은 흰 색이라서 신기했지요.
염소는 개나 고양이들과는 달리 낯을 많이 가리지만 아기 염소의 귀여움은 하늘을 찌르기 때문에 어쨌든 장터에 나온 이 친구들을 한 번 안아보고 싶었습니다.주인에게 부탁해서 한번 안았다 하면 "애...애..."하면서 어찌나 구슬프게 우는지...내가 잡아먹으려고 한 것도 아닌데...그래도 귀엽기로 유명한 동물인 아기염소를 안아 본 기분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장터 구경에서 이런 가축 구경을 빼놓으면 정말 허전하죠.그런데 새로 생긴 곡성 5일장엔 이런 풍경을 볼 수 없었습니다.물론 도시에서만 산 사람들은 옛날 장터를 애초에 모르므로 그런 것이 빠져 있는지도 몰랐겠지요.
끝으로 도시에서만 나고 자란 아빠가 아들과 냇가에 놀러 가서 했다는 이야기 하나. 냇가에서 송사리를 본 아빠가 아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자. 봐. 이거 귀엽게 생겼지? 이걸 잡아 매운탕으로 만들어 먹는 거야." 이게 도대체 무슨 말? 그렇습니다.그 아빠란 사람은 피라미와 송사리를 구별하지 못한 것입니다.피라미는 송사리보다 더 크니 식용으로 쓸 수 있지만 송사리는 그럴 수 없죠.그러면 그 아빠는 송사리를 잡아서 고추장에 풀어 탕을 만들어 먹었을까요? 하긴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 중에선 딸기가 사과나 복숭아 같이 나무에서 열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송사리와 피라미를 구별하진 못할 수도 있겠지만...음...여하튼 송사리 매운탕이라...그걸 먹으면 무슨 맛이 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