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신문에 와카미야 요시부미 기자가 있습니다.그가 쓴 책은 내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책 중의 하나이고 그의 칼럼도 늘 관심있게 챙겨봅니다. 그는 독도의 영유권은 한국에 있으니 일본인은 그것을 인정해야 하고 그 대신 한국인은 독도를 '우정의 섬'으로 개칭하여 한일우호의 상징으로 삼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습니다.당연히 일본우익들은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발끈했지요.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강조해야 할 것은 아사히 신문이 일본내 신문구독률에서 산케이 같은 보수우익지를 훨씬 앞선다는 점입니다.우리나라와는 정반대지요.
명절에 고향에 가니 집안의 나이든 분들이 정치적인 쟁점에 대하여 조중동이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주장을 하더라...하는 이야기들이 인터넷에 많이 있습니다.조중동의 세뇌(뇌를 세탁한다고 해서 세뇌라고 합니다.쇄뇌라고 잘못쓴 이들이 많더군요)라고까지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하지만 조중동이 선전을 많이 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수적일까요.그래서 조중동이 없어지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진보적으로 변할까요?
나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조중동이 보수적이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신문들을 읽고 보수적으로 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수적이라서 조중동의 주장이 더 힘을 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 자칭 타칭 진보주의자라고 하는 이들도 일상생활은 조중동을 애독하는 이들과 그다지 차이가 없습니다. 나이 따지고 서열 따지고...케케묵은 인습을 금덩어리처럼 애지중지합니다.가슴 속에 모두들 고루한 노인이 웅크리고 있습니다.
조중동만 없어지면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면 좋겠지요.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래 보수적이라서 조중동의 주장이 통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조중동이 없어지더라도 또다른 조중동이 생길 것입니다.
사촌 여동생의 아들이 어린이집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습니다.명절에 온 사촌은 "어린이집에서 꼬맹이들이 나이 몇 달 먼저 나왔다고 형노릇을 한다구..." 했습니다. 모두 그 이야기에 하하하...웃었는데 저는 갑자기 우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래서 그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쓴 것입니다.
일본이 보수화되고 우경화된다고 말하는 우국지사들이 우리나라엔 많습니다.하지만 일본인들의 신문구독성향을 보면 우리가 그들을 걱정할 단계가 아닙니다.우리 처지가 소박맞아 쫓겨가는 주제에 시어머니 고쟁이 걱정하는 며느리 비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