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왕년의 액션영화 제목들을 소개한다면...'인간사표를 써라', '홍콩의 왼손잡이','상하이 부르스','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홍콩에서 온 철인 박', '홍콩에서 온 마담 장', 등등...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문구는 이대근 주연의 '시라소니'포스터에 등장한 문구! "주먹에 걸었다 내 인생을, 박치기에 걸었다 내 사랑을! 나는 망나니 호랑이 새끼 시라소니다!"입니다. 세련미는 부족하지만 왠지 토속적인 액션영화 느낌이 나는 광고지요.
" 나이 몇 살 차이나는 것 가지고 형이니 아우니 따지는 건 사나이 할 짓이 아니지.." 하는 말은 내가 자주 쓰는 말입니다.이런 정신에 바탕하여 내가 만들어낸 액션문구는..."사나이는 결투할 때 나이를 묻지 않는 법! 여러 말 할 것 없이 주먹으로 깨끗이 결판냅시다! " 나는 원래 평화를 사랑하는 남자인데 꼭 "야...너 나이가 몇이야?" 하고 시비거는 사내답지 못한 우매한 자들을 깨우쳐 주기 위해 불가피하게 주먹 좀 쓸 때도 있었죠. 사내자식이 살다가 주먹 쓸 일도 있지 않겠습니까...백차 타고 파출소 구경하는 일도 몇 번 있는 거고...
샌드백 없이 훈련하니까 주먹단련은 주먹 쥐고 푸시업으로 대신하는데, 이걸 하면 주먹 뼈 부근에 굳은살이 박힙니다.그렇다고 대단한 건 아닌데, 남들이 보기엔 신기한 모양입니다.예전에 버스에서 서서 갈 때 의자를 손으로 잡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내 손을 문지르고 있는 감촉...누군가 했더니 앉아 있던 중학생 정도 되는 소녀가 내 주먹의 굳은 살을 신기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있었어요. "오...왜요? 신기해요?" 소녀 왈 "아저씨, 어쩌면 이런 게 생겨요?" '주먹쥐고 팔굽혀 펴기 하면 돼요." "와...아저씨 쌈 잘해요? 생긴 건 쌈 못하게 생겼는데..." "그럼요! 제가 얼마나 쌈을 좋아하는데요.상추 쌈..." "에이...아저씨 하나도 안 웃긴다!" 그리고 둘다 하하하...옆에 선 아줌마 아저씨는 내 주먹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하느라 기웃기웃...
이야기를 마치면서...시라소니가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호랑이 새끼를 시라소니라고 한다는 소개가 있었는데 원래 시라소니라는 고양이과 동물이 따로 있습니다.우리나라에도 삽니다.남한에선 보기 힘들고 북한에는 지금도 살고 있더군요.몇년 전 북한에서 찍은 동물기록영화에도 나왔습니다.내 싸움 실력은 정확히 말해서 '나보다 쌈 잘하는 놈보다는 못하고, 나보다 쌈못하는 놈보단 잘합니다." 그리고 나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존대말을 씁니다.그래서 알고 지내는 여학생 중에는 저에게 00 씨라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물론 저도 그녀들에게 00씨라고 합니다.그렇다고 원조교제하려고 만나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사나이들이여... 외치자! 사나이는 결투할 때 나이를 묻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