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짧은 소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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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숙의 소설은 <엄마를 부탁해>로 처음 접했다. 읽겠다고 구입해서 책장에 꽂아놓고 몇 개월을 그냥 보냈다. 결국 가정의 달이라는 5월에 그 책을 집어들어 읽게 되었고, 느낌이 좋은 책으로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책을 계기로 신경숙 작가의 소설에 관심이 많아졌다. 하지만 <모르는 여인들>이나 <종소리>를 통해 본 신경숙 작가의 소설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결국 작가의 단편에 대해서 기대치를 낮추었고, 부담없이 선택한 이번 책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나에게 의외로 괜찮은 소설로 기억될 것이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구성이 독특하다. 1부 초승달에게, 2부 반달에게, 3부 보름달에게, 4부 그믐달에게로 되어 있다. 이번 짧은 소설들은 너무 어둡지 않아서 좋았다. 어쩌면 나같은 독자도 주변에 많았나보다. 작가의 말을 보니 작가의 소설을 읽고 나면 며칠은 마음이 가라앉아 평상심을 되찾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독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 순간부터 신경숙 작가의 글을 읽으려면 몸컨디션도 좋고, 기분도 보통은 되어야 내가 감당할 수 있다 여겨졌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에 마음을 단단히 먹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부담이 없었다. 휴식같은 책이었고, 실제로 쉬는 시간에 잠깐 읽을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었다. 이 책은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우리의 이야기이다. 짧은 형식의 글이어서 읽는 데에 전혀 부담이 없다. 달에게 들려줄 손바닥만한 자유로운 글 스물 여섯 편이 이 책에 담겨있는 것이다. 신경숙 작가에게 이런 소설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기분좋아지는 휴식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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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이 좋아 -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경옥이 고친 10~20평대 집을 엿보다 좋아 시리즈
신경옥 지음 / 포북(for book)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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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되니 정리가 하고 싶어진다. 수납공간에 대충 들어가있는 물건들을 꺼내만 놓아도 정신사납고 복잡한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걸 잘 안다.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어떻게 하면 좀더 쾌적한 공간에서 신나게 지내게 될지 막막한 이 때, 여러 책을 찾아보며 도움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작은 집이 좋아>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경옥이 고친 10~20평대 집을 엿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에서 도움이 된 것은 사진이었다. 이 책의 처음에 보면 살기 편한 작은집 꾸밈을 위한 체크리스트가 있다. 짚어보고 넘어가야할 체크리스트였다.

살기 편한 작은 집 꾸밈을 위한 체크리스트

 

1. 내 집에 대한 '불만 리스트'를 작성하라

2.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시간이 필요한 일'을 분류하라

3. '버려야 할 살림'과 '꼭 필요한 살림'을 나눠라

4. 공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털고, 새로운 활용법을 찾아라

5. 단행본이나 잡지 등을 통해 내가 원하는 집의 사례를 찾아라

6. 우리 집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생각하라

7.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인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라

 

(작은 집이 좋아 10~13쪽. 문제투성이인 작은 집,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좁은 공간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간직할지 선택하는 것이다. 체크리스트를 통해 1번과 3번을 꼼꼼하게 살피고 2번을 분류하는 일까지 하게 되었다. 지금할 수 있는 일로 분류된 일들을 일주일에 걸쳐 천천히 해봐야겠다.

 

 이 책은 사진과 함께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보기에 좋았다. 공간이 어떻게 변했는지, 어떻게 해놓으니 깔끔한지 사진을 보고 판단하게 된다. 이 책을 보다가 꺼내서 활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스툴이었다. 사람들은 왜 가구를 꼭 정해진 용도로만 쓸까? 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등받이 없는 스툴은 어떤 용도로도 쓸 수 있는 기능적인 아이템이라는 글을 보고 나서야 집안 구석에서 존재감없이 있는 스툴이 떠올랐다. 책도 올려놓고 커피잔도 놓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며 분위기를 달리해봐야겠다.

 

 집안 정리를 책의 도움을 받아서 하는 요즘, 이 책도 깔끔한 공간 구성과 도구 사용에 도움이 되었다. 일단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실행해나가며 반짝반짝 집안을 꾸며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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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그곳에 나를 두고 오다 - 호주 워킹홀리데이 완전정복 완결편
강태호 지음 / 고려원북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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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워킹홀리데이 붐이 일었다. 나는 영어연수에 관심이 없었고, 부지런히 일하는 타입이 아니라 내 귀는 아예 정보차단이었지만, 연일 매스컴에서든 어학연수를 하려는 사람들에게서든 워킹홀리데이는 핑크빛 희망이었다. 돈없고 열정있는 청춘의 돌파구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 책 <호주, 그곳에 나를 두고 오다>를 보니 대책없는 낭만이 아니라 냉정한 현실의 잣대로 워킹홀리데이를 바라보게 된다. 청춘이라는 시기만 믿고 한없이 들뜨기만하고 준비없이 떠나는 사람들에게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역할을 하리라 생각된다.

 

 저자는 이미 워킹홀리데이에 관한 책을 두 번이나 썼다. 이번이 세 번째다. 지금까지 워킹홀리데이를 잘하는 법에 대해서만 사람들에게 알려졌다면, 실패담을 통해 정신 바짝 차리고 떠날 수 있도록 도움이 된다. 워킹 홀리데이를 잘못 떠났다가 돈은 날리고 고생은 바가지로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다가 안타깝게 느꼈던 점은 '한국인을 믿지 마세요'였다. 예전에는 해외여행이라도 다니다보면 한국인을 만나면 반가웠는데, 이제는 서로 경계한다. 하지만 현실은 더 믿을게 못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 급귀국 때문에 자동차를 중고로 싸게 내놓는다는 어떤 한국인은 1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급귀국 예정이고, 믿고 의지할뻔 했던 한국인 변호사가 수임료가 필요없는 일에 특별히 엄청난 수임료를 요구하고......그것이 호주에서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점이 정말 안타깝게 느껴졌다.

 

 솔직, 담백, 명쾌한 이야기를 술술 읽어나가다보니 호주에 대해, 그곳에서 지내는 일에 대해, 워킹홀리데이에 대해 좀더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환상으로 무모한 도전을 하기보다는 준비하고 무한 도전을 꿈꿀 필요가 있다. 워킹홀리데이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부정적인 면, 현실적인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읽어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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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 천안함 특종 기자의 3년에 걸친 추적 다큐
김문경 지음 / 올(사피엔스21)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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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사건이 일어나던 때를 기억한다. 현실 속에서 일어나기에는 큰 사건이기에 생생하게 떠오른다. 엄청난 뉴스의 홍수로 어디까지가 팩트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주변에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하며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라며 근거를 조목조목 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참을 그런 이야기를 듣다가 결론 없는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이 너무 답답하여 "우리, 확실한 사실이 아닌 것은 이야기하지 말자."며 화제를 돌렸던 기억이 난다.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실의 외면이었다. 판단을 할 수 없는 정보들만 가득하니 어쩔 수 없이 묻어두어야 하는 일이었다. 

 

 벌써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지 3년, 벌써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그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있을 것이라 기대해보았다. 이 책을 읽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중구난방 정신없이 쏟아지는 정보가 아니고 한 권의 책으로 복잡함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팩트도 진실도 불명확한 일이지만, 천안함 특종 기자의 글이라는 것이 보다 분명한 정보를 제공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불편한 진실이어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사건'을 최초 보도했으며, 지금까지도 천안함 진실을 추적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지난 3년간 저자가 취재한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이 책은 일종의 다큐소설이다. 읽어나가는 데에는 부담이 없었지만, 글의 소재는 큰 무게감으로 짓눌러 마음이 답답하기만 했다. 여전히 그 사건은미궁 속에 빠져있고, 진실은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밝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세상에는 확실하게 밝히지 못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거짓을 말하거나 침묵하고 있고, 나같은 일반인은 여전히 진실을 알 수 없다. 결국 진실은 그렇게 침몰되고 마는 걸까.

 

 역사적인 사건을 보면 정말 어이없는 일들이 많이 있다. 어떻게 그 시대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렇게 희생되는 것이 말이 되는지. 그런 일들이 과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 역사는 계속 흐르고 있고, 천안함 사건은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남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는 기분이었다. 가슴 한 켠에 돌덩이를 얹어놓은 듯한 답답한 마음이었고 여전히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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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넘어 함박눈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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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차, 실수했다! 책장을 넘기며 내 기대와 다른 내용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달달한 연애소설을 기대하고 있었다면 이 책은 너무도 적나라한 현실이기에 당혹감을 느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현실적인 것보다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달달한 소설이 정신 건강에 좋던데, 살짝 걱정이 앞섰다.

 

 그제서야 이 책을 다시 자세히 본다. 분명 다나베 세이코 베스트 연애소설 컬렉션이라고 적혀 있는데......나는 소설을 읽기 전에는 스포일러에 희생되지 않고자 이왕이면 서평이나 책의 정보를 일체 보지 않는다. 서평을 보고 소설을 선택했다가 서평이 더 재미있었던 뼈아픈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정보를 미리 보았다가 흥미가 반감되는 경험을 수차례했다. 아무 정보없이 작품을 접하는 것, 그 점이 나에게 기대 이상의 감동과 재미를 주기도 한다.

 

 이 책은 나에게 일종의 반전같은 재미를 주었다. 처음에 예상했던 달달한 연애소설은 아니어서 당황했고,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어서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금방 질리는 단맛이 아닌 숙성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마치 서른 넘어가면 느낄 수 있는 나이의 맛이라고나 할까. 처음엔 '이게 뭐지?'라고 당황하다가 어느 순간 푹 빠져들고 마는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은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저자, 현실적인 연애의 굴곡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작품 가운데 최고의 사랑을 받은 연애소설 9편을 모은 베스트 컬렉션이라고 한다. 이 책에 실린 9편의 단편들은 각각 현실 속에 우러난 아홉 가지의 맛을 보여준다.

 

 그 아홉 가지 이야기 중에서 나를 가장 빠져들게 한 이야기는 '깜짝 우동'이었다. 혼자인 엄마와 나이든 딸이 함께 살면서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인데, 엄마에 대한 내 마음을 들켜버린 듯 깜짝 놀라버린 소설이었다. 그 깜짝 놀란 마음을 얼른 '깜짝 우동'을 떠올리며 덮어버린다. 그래서 깜짝 우동을 이야기하는 이 장면을 몇 번이고 읽어버렸다. 이 소설의 제목에 집중했다고 해야겠다.

"여기 우동은 '깜짝 우동'으로 유명해요."

남자는 미카코에게 가르치듯 말하고 엽차를 마셨다.

"우와, 엄청 큰 그릇이네 하고 우선 깜짝 놀라죠. 먹어보고 맛있어서 또 깜짝 놀라요. 다 먹으면 바닥이 얕아서 깜짝 놀라죠. 그러고 나면 맨 밑바닥에 '깜짝'이라는 글씨가 보여요."

 

(서른 넘어 함박눈 116쪽 깜짝 우동)

 

 아홉 편의 단편을 보고 나니 다시 띠지의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나의 '서른'을 사랑하기로 했다!" 어쩌면 사랑에 대한 환상이 현실에서의 사랑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인가? 사랑은 달달하게 포장된 초코케익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밥도둑 간장게장 같기도 하고, 씁쓸한 머위쌈같기도 한 것이다. 따뜻한 봄날이 떠오르는 것이 사랑일 수도 있겠지만, 눈이 펑펑내리는 겨울날같은 것이 사랑일 수도 있다. 사랑의 다양한 현실 속 모습을 보게 된 소설이다. 현실감이 느껴져 씁쓸하지만, 현실 속의 깊은 맛이 우러나는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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