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고 아는 존재 -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고현석 옮김, 박문호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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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느끼고 아는 존재》는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저작이다. 읽을까 말까 망설인 것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 중 앎'knowing'에 대해서 책 속 내용을 살짝 짚고 넘어가자면, 다마지오에 따르면 의식은 '느낌을 안다는 느낌'이라고 한다. 살짝 더 짚어보자.

핵심 의식은 유기체가 자신의 몸 상태가 자신의 경험, 즉 정서에 대한 반응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발생한다. 우리는 우리 유기체가 대상에 의해 변화되었다는 특정한 종류의 비언어적 지식을 우리 유기체가 내부적으로 구축하고 내부적으로 드러낼 때, 이런 지식이 대상을 내부적으로 두드러지게 드러내면서 나타날 때 의식을 갖게 된다. 이 지식의 가장 간단한 발생 형태가 바로 '느낌을 안다는 느낌'이라는 것이 다마지오의 주장이다. (14쪽)

읽는 속도가 아주 느려질 수밖에 없는 책이다.

결국 이 책을 읽는 것으로 결정한 데에는 인간이기에, 의식에 대해 철학자이자 뇌과학자의 이야기를 직접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어차피 책은 내가 이해하는 만큼 나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도구 아니겠는가.

뇌과학자 정재승의 추천사도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더했다.

이 책에서 다마지오는 세상에서 가장 난해한 문제 중 하나인 의식의 본질을 중추신경계의 생물학적 접근으로 해결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의식에서 뇌뿐만 아니라 몸의 중요성을 포괄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최신 뇌과학도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_정재승 뇌과학자 추천사 중에서

뇌뿐만 아니라 몸의 중요성이라! 추천사만 보아도 궁금증이 생긴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의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안토니오 다마지오. 현재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돈사이프 인문·예술·사회과학대 신경과학·심리학·철학교수 겸 뇌과학연구소 소장이다. 신경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인 다마지오는 느낌·감정·의식의 기저를 이루는 뇌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해 왔다. 특히 감정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그의 연구는 신경과학·심리학·철학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존재에 관하여', 2장 '마음과 표상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관하여', 3장 '느낌에 관하여', 4장 '의식과 앎에 관하여'로 나뉜다.

먼저 이 책의 시작에는 '이 책에 사용된 용어에 관하여'부터 시작된다. 번역자가 이 책에서 사용한 용어들을 정리해 주는데, 일반 독자가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정서, 감정, 느낌, 정동 등 서로 매우 비슷해 보이는 용어들에 대한 다마지오의 정의라는 것이다. 이 단어들에 대한 다마지오의 정의와 구분을 이해해야 순조로운 독서가 가능해진다고 하니, 그런 의미에서 간단히 짚어보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

다마지오의 정의

▶ 'emotion'(정서) : 뇌 안의 뉴런들을 활성화하는 모든 외부 자극과 내부 자극에 대한 무의식적 반응

▶ 'feeling' (느낌) : 배고픔, 목마름, 고통 같은 원초적 상태와 공포, 분노 같은 정서적 상태 다음에 발생하거나 그와 동시에 발생하는 마음의 무의식적 상태

·다마지오는 "태초에 있었던 것은 말이 아니라 느낌"이라고 주장

·다마지오는 의식의 출현이 세 가지 요소에 의존한다고 생각한다. '정서', '느낌', '느낌에 대한 느낌'이 그것들이다.

▶ 'affect' (정동) : 느낌으로 변화되는 아이디어들의 세계

·유물론자인 다마지오는 정동이야말로 "인간성의 중심"이라고 주장

·다마지오에 따르면 인간은 느낌을 통해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명현상을 지각할 수 있으며, 그 지각은 정동으로 드러난다.

다마지오의 뇌과학은 느낌으로 시작하여 앎으로 향하고 있다. 다마지오는 안와전전두엽에 종양이 생긴 환자를 관찰하면서 감정이 거의 사라진 사람은 생존에 중요한 판단력이 흐려짐을 알게 된다. 올바른 선택을 하는 판단력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서 생긴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신체와 정신을 분리하여 이성의 역할을 강조한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다마지오는 《데카르트의 오류》라는 책에서 감정과 느낌은 신체 상태 정보를 신경시스템이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며 항상성 정보의 핵심임을 설명한다. 다마지오가 뇌의 작용을 보는 관점은 항상성이라는 단어의 정의 속에 모두 담겨 있다. (15쪽, 감수자의 말 중에서)

이 부분을 읽고 보면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그의 책에 관해 호기심이 생기도록 만든다. 그래도 그의 다른 저서들보다 이 책이 대중에게 쉽게 다가온다고 하니 이 책부터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정의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짚어가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내용 자체는 곰곰이 곱씹어 생각해 보아야 하기에 책을 읽는 속도가 아주 느려지는데, 천천히 읽다 보면 책 속 문장의 의미가 와닿는다.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은 각각의 분량은 짧아서 조금씩 여러 번 집중해서 읽기에 용이하다. 그렇게 이 책을 읽으며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의식에 대한 통찰을 건네받는다. 그나마 일반인도 읽을 수 있도록 얇고 간결하게 책을 출간한 것이니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어려움이 덜하고 그 노력을 짐작하게 된다. 이 주제에 관해 이 정도의 설명이라면 쉽게 하려고 애썼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오랜만에 도전정신을 불태워주는 책을 만난 듯하다.

역자의 말을 읽어보면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의식의 문제에 천착해온 결과를 요약하고 자신의 최근 연구 결과를 추가해 비교적 "쉽고 간단하게" 써낸 책이라고 한다. 내용 자체도 난해하고 그 내용을 표현한 다마지오의 문장 자체도 매우 난해했지만, 이 책은 전작들과 사뭇 다르게 최대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여러 번 고친 흔적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 책은 감수자의 말처럼 숙독이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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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친구, 반 고흐 -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의 여정 인문여행 시리즈 16
정철 지음 / 인문산책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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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작품은 꽤 알고 있고 그의 생애에 관한 책도 주기적으로 읽게 된다. 미술 감상을 그리 즐기지 않으면서도 이상하게도 그렇게 된다. 생각해 보니 전시회도 여러 번 갔다.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3D 전시도 본 적이 있다. 내가 미술 감상에 그다지 일가견이 없으면서도 반 고흐 작품은 자주 감상하는 걸 보면 반 고흐는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대중적인 화가임에 분명하다. 어쨌든 이 책을 보니 지금쯤 다시 한번 반 고흐의 생애를 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이 책 『영혼의 친구, 반 고흐』를 읽으며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의 여정에 동참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정철. KOTRA에서 유럽 지역 조사 작업을 담당했고, 다섯 차례 해외 근무를 통해 브뤼셀 및 파리 무역관을 거쳐 리옹, 헬싱키, 브뤼셀, 암스테르담에서 무역관장을 역임했다. 35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2018년 정년퇴임했다. 저자는 유럽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반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그가 머물렀던 모든 지역을 탐방했고, 그 인연으로 위대한 화가의 삶과 그림에 얽힌 여정을 이 책에서 일대기 형식으로 생생히 엮어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된다. 들판을 달리는 소년, 불안한 미래, 화가라는 운명의 길, 농민에게 마음이 가다, 색깔을 찾아서, 프로방스로의 여행, 고통의 나날들, 불꽃이 사라지다, 우리를 사로잡은 화가 등 9장에 걸친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간중간 '반 고흐 유적 탐방'이 수록되어 현장감을 더한다.

저자는 마지막 해외 근무를 한 암스테르담에서는 '반 고흐 미술관'이 걸어서 20분 내외의 거리에 있었기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미술관을 방문하여 빈센트의 그림을 보고 또 보는 행운을 누렸다고 한다. 또한 몇 점의 빈센트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반 고흐 미술관' 옆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과 '암스테르담 시립현대미술관'에도, 그리고 '반 고흐 미술관' 다음으로 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크뢸러 뮐러 미술관'도 여러 차례 방문하여 감상하였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는 박물관 카드를 구입하면 1년 동안 횟수 제한 없이 네덜란드 국내의 어떤 박물관도 입장할 수 있다고 하니 열심히 감상하였을 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서 이렇게 출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빈센트 반 고흐의 일생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집대성해놓았다. 일대기를 짚어주는 객관적인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러면서도 그때그때의 환경과 심리가 상세히 담겨 있어서 여태까지 보아온 반 고흐에 대한 책과는 또 다른 깊이가 느껴졌다. 오랜 기간 그의 작품을 감상하고 자료를 모으며 반 고흐에 대한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모아 자료를 추리고 엮어서 이렇게 책을 출간했으니, 이건 하루 이틀에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도 미술 전공이 아니라 순전히 일반인의 호기심과 열정으로 말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일생에 대해, 그리고 그의 작품에 대해 훑어보는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고, 알았던 사실이더라도 상세하게 그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예전에 반 고흐 전시회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한 적이 있는데, 그때 워낙 재미있게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시간을 좀 더 내서 반 고흐에 관한 이야기를 더 해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만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아쉬움이 사라지겠다. 여기에 거의 모든 것이 꽉꽉 눌러 담겨있으니 말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그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 책이다. 단지 건조하게 나열만 한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잘 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그의 그림도 곁들여서 흥미롭게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그가 살아서 이 모든 것을 누리지 못하고 사후에 인정을 받다니 여러모로 안타깝다.

빈센트는 아를에 있을 때 테오에게 보낸 어느 편지에서 "내 그림들이 팔리지 않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러나 우리가 부어 넣은 물감 값과 얼마 되지 않은 생활비보다 내 그림들이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될 날이 올 거야."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옳았다. 그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비평가들과 다른 화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높이 평가하는 것을 결코 보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테오도 마찬가지였다. (406쪽)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도 이 책을 보면 모르던 사실을 꽤나 많이 알게 되리라 생각한다. 갖가지 자료, 특히 취재노트로 엮인 이야기 또한 흥미로워서 신기한 마음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작품, 그의 발자취를 따라 상세하게 살펴보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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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왜 그래 - 영화 속 그 음악
더라이프 [클래식은 왜 그래] 제작팀 지음 / 시월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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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르는 선율이 있어도 검색해보기도 애매하다. 영화를 보다가 '앗, 저거 아는 곡인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그냥 그 이상 알아내지 못하고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영화 속 그 음악'을 다룬다고 하여 호기심이 급상승했다. 특히 이 책은 화제의 프로그램 더라이프 채널 <클래식은 왜 그래>를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하니, 이미 완성도와 재미는 검증된 것 아니겠는가.

당신이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엄청나게 노출되어 있었다면 어떨까요?!

클래식 음악은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아주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후진음, ARS 통화 연결음, 세탁기 종료음, TV 속 CF나 드라마 등등. 그리고 당신이 넷플릭스나 왓챠에서 또는 극장가에서 보고 왔을 바로 그 영화 속에서도 클래식이 흘러나왔을지 모릅니다. (집필자 say…1중에서, <클래식은 왜 그래> PD 강지희)

게다가 영화를 매개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여기에서 좀 더 확장해 클래식 작곡가들의 삶과 결정적 순간, 음악을 소개하는 구성이라고 한다.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 『클래식은 왜 그래』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초대장에서 시작하여 열세 번째 초대장으로 마무리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와 비발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제&푸치니, 영화 <빌리 엘리어트>와 차이콥스키, 영화 <설국열차>와 바흐, 영화 <기생충>과 헨델, 영화 <불멸의 연인>과 베토벤, 영화 <아마데우스>와 모차르트,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쇼팽,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와 쇼스타코비치, 영화 <암살>과 드보르자크, 영화 <암살>과 브람스,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와 파가니니,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오펜바흐가 수록되어 있다.

먼저 목차를 보고 놀랐다. 나는 영화를 별로 많이 못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여기에 언급된 영화 중 안 본 것이 딱 두 작품뿐이다. 그러면서도 물론, 이 영화들 속에 수록된 음악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이 정도면 정말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는 게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친절한 금자씨> 속 비발디 음악을 언급한다. 비발디의 음악이 무려 6곡이나 삽입되었다고 한다. 영화와 영화 속 음악에 대한 이야기부터 비발디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까지 짚어주니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만일 비발디가 금발로 태어나 차별받지 않고, 동료 사제들과 엄청나게 잘 지내고, 천식 따위 없이 건강해서 몇 시간씩 노래 부르고, 미사도 거뜬히 진행했다면, 그래서 안나와 사랑이든 비즈니스든 함께하지 않고 오직 성직자의 삶만 충실하게 살았다면 지하철 환승음은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비발디의 사망 기록에는 '세속 사제'로 적혀 있다고 한다. 비발디는 차별과 편견을 극복한 훌륭한 음악가이자 성직자인 듯 성직자 아닌 삶을 살다 간 투잡맨이라 하겠다. (34쪽)

그리고 '알아두면 쓸데 있을 클래식 꿀 TIP'도 재미있다. '아, 그랬어? 몰랐어!'라며 읽어본다. 클래식을 잘 모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블루오션 아니겠는가. 재미있게만 이야기를 풀어준다면 이것저것 다 흥미로운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건 몰랐다는 것을 살짝 비밀로 하고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말이다.

클그래 : 붉은 머리 사제 비발디의 <사계>는 총 몇 악장일까요?

준현 : 사계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 4악장!

클그래 :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맞는데 계절마다 3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총 12악장이죠. (35쪽)



이 책은 나의 반응을 입체적으로 끌어낸 클래식 책이다.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고 인기를 끈 더라이프 <클래식은 왜그래> 방송으로 검증되어서 믿고 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그랬어? 몰랐네.'부터 '어머, 정말?', '아이쿠, 안타까워라.' 등등 낄낄낄 웃다가 안타까움에 탄식하다가 온갖 감정을 끌어내며 읽어나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말이다.

특히 웃다가 눈물까지 났던 장면은 음악의 어머니 헨델에게 가상 편지를 쓴 장면이다. 물론 사실과 다르지만 이런 개그 재미있다.

아, 맞다! 사실 오늘 엄마한테 편지를 쓴 이유가 있었는데 엄마 음악 얘기에 심취해서 잊을 뻔했네요. 사랑하는 음악의 엄마…헨델이시여…이젠 아빠라고 부르면 안 될까요? 엄마 남자잖아요…. (115쪽)

그리고 당대 돌팔이 중의 상돌팔이인 존 테일러라는 의사에게 백내장 수술을 받고 헨델은 극도로 건강이 악화되었다가 사망했는데, 그 돌팔이한테 수술받고 사망한 또 다른 피해자가 바흐라는 것. 바흐와 헨델이 그 사람에게 수술받지 않았더라면 음악의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그리고 음악의 어머니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았을 수도 있었고, 그랬다면 지금 우리는 바로크 시대를 꽃 피운 음악의 아버지와 어머니 음악을 좀 더 많이 들으며 행복했을지도 모를 것이라니, 이런 설명 하나하나가 쫄깃하니 맛깔난다. 영화와 우리식 유머와 어우러지니 클래식이라는 무게감이 조금은 가벼워지며 대중적인 흥미를 자아낸다.



2020년 <영화 속 그 음악, 클래식은 왜 그래> 시즌 1은 '클래식 1도 모르는 클래식 바보들'이라 자칭하는 이들을 메인 출연자로 내세웠었다. 평생 축구 하느라 음악 수업을 제대로 들어가 본 기억이 없는 안정환, 어릴 적부터 음악과 가까이 살았지만 클래식보단 포크 음악에 심취해 살아온 김준현, 음악인이긴 한데 클래식과 대척점에 가까운 트로트 가수 요요미. 그들은 매회 등장하는 작곡가들의 에피소드에 일희일비하곤 했다.

차이콥스키 편에서는 그의 삶이 너무 불쌍하다며 눈물을 글썽이는가 하면 쇼팽 편에서는 쇼팽 집에서 여자와 정사를 나눈 리스트 때문에 격하게 화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울다가 웃다가 하며 클래식을 알아가던 중, 모든 출연자 입에서 불같은 쌍욕이 터진 적이 있다. 웃기긴 했지만 방송 심의를 통과할 수준이 아니어서 당연히 편집됐다. 특히 딸바보 아빠인 안정환, 김준현은 격앙된 감정을 한동안 추스르지 못할 정도였는데 그 회차의 주인공이 바로 브람스였다. (222쪽)

이 정도 이야기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연히 궁금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영화로 시작해 막장으로 끝나는 흥미진진 클래식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막장은 드라마에나 있고 클래식은 고상하다? 그 편견을 깨부수는 책이어서 매력적이다. 아무래도 그 어떤 것이든 스토리텔링이 되어야 몰입하여 읽는 맛이 있지 않겠는가. 이 책에는 MSG가 적당히 팍팍 첨가되어 읽는 재미가 있다.



곳곳에 QR코드가 수록되어 있어서 음악을 감상해가면서 읽어나간다. 어떤 곡들은 전주에서 조금만 지나면 '아, 이 곡!'이라며 '나 이 곡 알아'라고 생각되는 곡도 의외로 많았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클래식 음악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재미있게 알려주면 하나둘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펼쳐들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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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의 원리 - 돈과 운을 부르는 5가지 인생 전략
막스 귄터 지음, 홍보람 옮김 / 프롬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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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억세게 운 좋은 1,000명을 인터뷰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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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의 원리 - 돈과 운을 부르는 5가지 인생 전략
막스 귄터 지음, 홍보람 옮김 / 프롬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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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말한다. '좋은 운, 타고나진 못했어도 만들 수는 있다!'라고 말이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했다. 뭐 그렇긴 하다. 이 책을 만난 것도 운이라고 하니, 운이라 생각하면 엄청난 행운이긴 하다. 일단 그렇게 생각하고 이 책을 살펴보기로 한다.

이 책의 띠지에 보니 '20년간 억세게 운 좋은 1,000명을 인터뷰하며 알게 된 좋은 운은 부르고 나쁜 운은 피하는, 운 조절의 기술'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그냥 막연하게 이렇게 하면 운을 부른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과 운을 부르는 5가지 인생 전략이 궁금해서 이 책 『운의 원리』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막스 귄터. 1950년대 중반 별안간 벼락같은 행운을 경험하고는 삶의 계획이 완전히 변한 후부터 운과 관련된 이야기나 이론을 수집하는 데 심취했다. 기사 작성을 위해 수천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에게 운에 관해 질문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운을 경험한 순간이라든가 운에 관한 생각, 운을 통제하려 했던 시도에 관해 물었다. 특히, 지나치게 운이 좋은 사람과 지나치게 운이 나쁜 사람들에게 특별히 더 관심을 가졌다. 그 결과 운을 부르는 특별한 삶의 방식이 있음을 알게 됐고, 그 자세한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운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2부 '운의 속성에 관한 고철: 몇몇 과학적 시도', 3부 '운의 속성에 관한 고찰: 오컬트와 신비주의적 시도', 4부 '운 조절: 운을 바꾸는 5가지 전략'으로 나뉜다. 4부 운을 바꾸는 5가지 전략에는 거미줄 구조, 직감능력, "행운의 여신은 용감한 자를 돕는다", 톱니효과, 비관주의의 역설이 있다.

사실 '운'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사전마다 다르게 정의되고 있다는 점을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생각하고는 모두가 납득할 만한 정의가 내심 궁금해졌다. 저자는 의문을 던지는 동시에 고심 끝에 내린 결론도 함께 이야기해 준다. 저자가 운에 대해 모든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정의를 찾아내려 늘 노력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사실을 간략하게 나열하면서도 설명과 분석은 미뤄두는 정의 말이다.

운: 우리 삶에 영향을 주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 (28쪽)

막연한 것을 구체화하면서 이 책이 진행된다. 운에 대한 정의도, 운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운'을 구체화시켜준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4부 '운 조절, 운을 바꾸는 다섯 가지 전략'이다. 사실 나도 그것이 궁금해서 이 책을 결국에는 읽게 되었다. 저자는 '운 나쁜 사람들은 절대 안 하는 운 좋은 사람들만의 행동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지난 20년간 수많은 사람들에게 던졌다고 한다. 그 결과 운이 좋은 사람과 운이 나쁜 사람들을 구분할 수 있는 확연한 특징 다섯 가지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 특징은 삶과 타인에 대한 태도, 내면의 심리 처리, 스스로에게 말하는 방식과 관련된 것으로, 운이 끊임없이 따르는 사람들의 사례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고 한다. 반면 운이 나쁜 사람들의 사례에서는 확실히 찾아보기 힘든 특징들이라고 하니 더욱 집중하며 하나씩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하지만 이 다섯 가지 전략에 대해 읽으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내 성향 상 이건 힘들겠다 싶은 것도 있고, 과연 내가 내 인생에서 용감함과 성급함의 차이를 알고 행동할 수 있을지도 걱정스럽고, 이래저래 생각하다가 나는 운과 거리가 먼 건가 좌절하기도 하며 읽어나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마지막에 있는 '비관주의의 역설'이다. 운이 가장 좋은 사람들은 매우 낙관적일 거라 기대했건만 저자의 예상은 틀렸다는 것이다. 운이 좋은 사람들은 행운의 여신이 변덕스럽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절대 행운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황이 나빠졌을 때 무엇을 할지 미리 생각하지 않은 채로 새로운 상황에 뛰어들지 말라."

이것이 운 좋은 사람들의 비관주의다. 비관주의의 중심에는 특별하지만 소박한 낙관주의가 숨겨져 있다. 불운이 우리의 손아귀에서 통제력을 빼앗아갈 수 있다면 행운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기분 좋은 가능성을 "행운의 여신은 용감한 자를 돕는다" 현상을 관찰하며 살펴본 바 있다. 용감한 사람들은 행운이 곁을 지나갈 때 그것을 거머쥘 준비가 되어 있다. 그것이 계획에 없던 새로운 방향으로의 탈선을 의미한다 해도 말이다. 이들은 삶을 빈틈없이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현재 걸어가고 있는 길에서 멀리 떨어진 행운이라도 무시하며 지나치지 않는다. (303쪽)

이 책을 읽으면 내면의 소리가 달그락달그락 충돌할 것이다. '엥?, 응?, 아!' 등의 감탄사도 풍부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통제라는 것은 환상이다'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책을 읽고 다 통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 수 없으니 인간이다. 그리고 알고 나면 지금 현재보다는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좋은 운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운에 대해 생각해 보고, 다양한 사람들의 일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운을 살펴보며 운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점들을 염두에 두어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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