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왜 그래 - 영화 속 그 음악
더라이프 [클래식은 왜 그래] 제작팀 지음 / 시월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득 떠오르는 선율이 있어도 검색해보기도 애매하다. 영화를 보다가 '앗, 저거 아는 곡인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그냥 그 이상 알아내지 못하고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영화 속 그 음악'을 다룬다고 하여 호기심이 급상승했다. 특히 이 책은 화제의 프로그램 더라이프 채널 <클래식은 왜 그래>를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하니, 이미 완성도와 재미는 검증된 것 아니겠는가.

당신이 클알못(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엄청나게 노출되어 있었다면 어떨까요?!

클래식 음악은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아주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후진음, ARS 통화 연결음, 세탁기 종료음, TV 속 CF나 드라마 등등. 그리고 당신이 넷플릭스나 왓챠에서 또는 극장가에서 보고 왔을 바로 그 영화 속에서도 클래식이 흘러나왔을지 모릅니다. (집필자 say…1중에서, <클래식은 왜 그래> PD 강지희)

게다가 영화를 매개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여기에서 좀 더 확장해 클래식 작곡가들의 삶과 결정적 순간, 음악을 소개하는 구성이라고 한다.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 『클래식은 왜 그래』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초대장에서 시작하여 열세 번째 초대장으로 마무리된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와 비발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제&푸치니, 영화 <빌리 엘리어트>와 차이콥스키, 영화 <설국열차>와 바흐, 영화 <기생충>과 헨델, 영화 <불멸의 연인>과 베토벤, 영화 <아마데우스>와 모차르트,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쇼팽,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와 쇼스타코비치, 영화 <암살>과 드보르자크, 영화 <암살>과 브람스, 영화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와 파가니니,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오펜바흐가 수록되어 있다.

먼저 목차를 보고 놀랐다. 나는 영화를 별로 많이 못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여기에 언급된 영화 중 안 본 것이 딱 두 작품뿐이다. 그러면서도 물론, 이 영화들 속에 수록된 음악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이 정도면 정말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는 게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친절한 금자씨> 속 비발디 음악을 언급한다. 비발디의 음악이 무려 6곡이나 삽입되었다고 한다. 영화와 영화 속 음악에 대한 이야기부터 비발디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까지 짚어주니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만일 비발디가 금발로 태어나 차별받지 않고, 동료 사제들과 엄청나게 잘 지내고, 천식 따위 없이 건강해서 몇 시간씩 노래 부르고, 미사도 거뜬히 진행했다면, 그래서 안나와 사랑이든 비즈니스든 함께하지 않고 오직 성직자의 삶만 충실하게 살았다면 지하철 환승음은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비발디의 사망 기록에는 '세속 사제'로 적혀 있다고 한다. 비발디는 차별과 편견을 극복한 훌륭한 음악가이자 성직자인 듯 성직자 아닌 삶을 살다 간 투잡맨이라 하겠다. (34쪽)

그리고 '알아두면 쓸데 있을 클래식 꿀 TIP'도 재미있다. '아, 그랬어? 몰랐어!'라며 읽어본다. 클래식을 잘 모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블루오션 아니겠는가. 재미있게만 이야기를 풀어준다면 이것저것 다 흥미로운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건 몰랐다는 것을 살짝 비밀로 하고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 말이다.

클그래 : 붉은 머리 사제 비발디의 <사계>는 총 몇 악장일까요?

준현 : 사계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 4악장!

클그래 :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맞는데 계절마다 3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총 12악장이죠. (35쪽)



이 책은 나의 반응을 입체적으로 끌어낸 클래식 책이다.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고 인기를 끈 더라이프 <클래식은 왜그래> 방송으로 검증되어서 믿고 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그랬어? 몰랐네.'부터 '어머, 정말?', '아이쿠, 안타까워라.' 등등 낄낄낄 웃다가 안타까움에 탄식하다가 온갖 감정을 끌어내며 읽어나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말이다.

특히 웃다가 눈물까지 났던 장면은 음악의 어머니 헨델에게 가상 편지를 쓴 장면이다. 물론 사실과 다르지만 이런 개그 재미있다.

아, 맞다! 사실 오늘 엄마한테 편지를 쓴 이유가 있었는데 엄마 음악 얘기에 심취해서 잊을 뻔했네요. 사랑하는 음악의 엄마…헨델이시여…이젠 아빠라고 부르면 안 될까요? 엄마 남자잖아요…. (115쪽)

그리고 당대 돌팔이 중의 상돌팔이인 존 테일러라는 의사에게 백내장 수술을 받고 헨델은 극도로 건강이 악화되었다가 사망했는데, 그 돌팔이한테 수술받고 사망한 또 다른 피해자가 바흐라는 것. 바흐와 헨델이 그 사람에게 수술받지 않았더라면 음악의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그리고 음악의 어머니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살았을 수도 있었고, 그랬다면 지금 우리는 바로크 시대를 꽃 피운 음악의 아버지와 어머니 음악을 좀 더 많이 들으며 행복했을지도 모를 것이라니, 이런 설명 하나하나가 쫄깃하니 맛깔난다. 영화와 우리식 유머와 어우러지니 클래식이라는 무게감이 조금은 가벼워지며 대중적인 흥미를 자아낸다.



2020년 <영화 속 그 음악, 클래식은 왜 그래> 시즌 1은 '클래식 1도 모르는 클래식 바보들'이라 자칭하는 이들을 메인 출연자로 내세웠었다. 평생 축구 하느라 음악 수업을 제대로 들어가 본 기억이 없는 안정환, 어릴 적부터 음악과 가까이 살았지만 클래식보단 포크 음악에 심취해 살아온 김준현, 음악인이긴 한데 클래식과 대척점에 가까운 트로트 가수 요요미. 그들은 매회 등장하는 작곡가들의 에피소드에 일희일비하곤 했다.

차이콥스키 편에서는 그의 삶이 너무 불쌍하다며 눈물을 글썽이는가 하면 쇼팽 편에서는 쇼팽 집에서 여자와 정사를 나눈 리스트 때문에 격하게 화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울다가 웃다가 하며 클래식을 알아가던 중, 모든 출연자 입에서 불같은 쌍욕이 터진 적이 있다. 웃기긴 했지만 방송 심의를 통과할 수준이 아니어서 당연히 편집됐다. 특히 딸바보 아빠인 안정환, 김준현은 격앙된 감정을 한동안 추스르지 못할 정도였는데 그 회차의 주인공이 바로 브람스였다. (222쪽)

이 정도 이야기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당연히 궁금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영화로 시작해 막장으로 끝나는 흥미진진 클래식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막장은 드라마에나 있고 클래식은 고상하다? 그 편견을 깨부수는 책이어서 매력적이다. 아무래도 그 어떤 것이든 스토리텔링이 되어야 몰입하여 읽는 맛이 있지 않겠는가. 이 책에는 MSG가 적당히 팍팍 첨가되어 읽는 재미가 있다.



곳곳에 QR코드가 수록되어 있어서 음악을 감상해가면서 읽어나간다. 어떤 곡들은 전주에서 조금만 지나면 '아, 이 곡!'이라며 '나 이 곡 알아'라고 생각되는 곡도 의외로 많았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클래식 음악에 크게 관심은 없지만 재미있게 알려주면 하나둘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펼쳐들어보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