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고 아는 존재 -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했을까
안토니오 다마지오 지음, 고현석 옮김, 박문호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느끼고 아는 존재》는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저작이다. 읽을까 말까 망설인 것은 어렵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보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 중 앎'knowing'에 대해서 책 속 내용을 살짝 짚고 넘어가자면, 다마지오에 따르면 의식은 '느낌을 안다는 느낌'이라고 한다. 살짝 더 짚어보자.

핵심 의식은 유기체가 자신의 몸 상태가 자신의 경험, 즉 정서에 대한 반응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발생한다. 우리는 우리 유기체가 대상에 의해 변화되었다는 특정한 종류의 비언어적 지식을 우리 유기체가 내부적으로 구축하고 내부적으로 드러낼 때, 이런 지식이 대상을 내부적으로 두드러지게 드러내면서 나타날 때 의식을 갖게 된다. 이 지식의 가장 간단한 발생 형태가 바로 '느낌을 안다는 느낌'이라는 것이 다마지오의 주장이다. (14쪽)

읽는 속도가 아주 느려질 수밖에 없는 책이다.

결국 이 책을 읽는 것으로 결정한 데에는 인간이기에, 의식에 대해 철학자이자 뇌과학자의 이야기를 직접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어차피 책은 내가 이해하는 만큼 나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도구 아니겠는가.

뇌과학자 정재승의 추천사도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더했다.

이 책에서 다마지오는 세상에서 가장 난해한 문제 중 하나인 의식의 본질을 중추신경계의 생물학적 접근으로 해결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의식에서 뇌뿐만 아니라 몸의 중요성을 포괄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최신 뇌과학도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_정재승 뇌과학자 추천사 중에서

뇌뿐만 아니라 몸의 중요성이라! 추천사만 보아도 궁금증이 생긴다. 이 책을 읽으며 인간의 의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안토니오 다마지오. 현재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돈사이프 인문·예술·사회과학대 신경과학·심리학·철학교수 겸 뇌과학연구소 소장이다. 신경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인 다마지오는 느낌·감정·의식의 기저를 이루는 뇌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해 왔다. 특히 감정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그의 연구는 신경과학·심리학·철학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존재에 관하여', 2장 '마음과 표상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관하여', 3장 '느낌에 관하여', 4장 '의식과 앎에 관하여'로 나뉜다.

먼저 이 책의 시작에는 '이 책에 사용된 용어에 관하여'부터 시작된다. 번역자가 이 책에서 사용한 용어들을 정리해 주는데, 일반 독자가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부분은 정서, 감정, 느낌, 정동 등 서로 매우 비슷해 보이는 용어들에 대한 다마지오의 정의라는 것이다. 이 단어들에 대한 다마지오의 정의와 구분을 이해해야 순조로운 독서가 가능해진다고 하니, 그런 의미에서 간단히 짚어보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

다마지오의 정의

▶ 'emotion'(정서) : 뇌 안의 뉴런들을 활성화하는 모든 외부 자극과 내부 자극에 대한 무의식적 반응

▶ 'feeling' (느낌) : 배고픔, 목마름, 고통 같은 원초적 상태와 공포, 분노 같은 정서적 상태 다음에 발생하거나 그와 동시에 발생하는 마음의 무의식적 상태

·다마지오는 "태초에 있었던 것은 말이 아니라 느낌"이라고 주장

·다마지오는 의식의 출현이 세 가지 요소에 의존한다고 생각한다. '정서', '느낌', '느낌에 대한 느낌'이 그것들이다.

▶ 'affect' (정동) : 느낌으로 변화되는 아이디어들의 세계

·유물론자인 다마지오는 정동이야말로 "인간성의 중심"이라고 주장

·다마지오에 따르면 인간은 느낌을 통해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명현상을 지각할 수 있으며, 그 지각은 정동으로 드러난다.

다마지오의 뇌과학은 느낌으로 시작하여 앎으로 향하고 있다. 다마지오는 안와전전두엽에 종양이 생긴 환자를 관찰하면서 감정이 거의 사라진 사람은 생존에 중요한 판단력이 흐려짐을 알게 된다. 올바른 선택을 하는 판단력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서 생긴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신체와 정신을 분리하여 이성의 역할을 강조한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틀렸다고 주장한다. 다마지오는 《데카르트의 오류》라는 책에서 감정과 느낌은 신체 상태 정보를 신경시스템이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며 항상성 정보의 핵심임을 설명한다. 다마지오가 뇌의 작용을 보는 관점은 항상성이라는 단어의 정의 속에 모두 담겨 있다. (15쪽, 감수자의 말 중에서)

이 부분을 읽고 보면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책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그의 책에 관해 호기심이 생기도록 만든다. 그래도 그의 다른 저서들보다 이 책이 대중에게 쉽게 다가온다고 하니 이 책부터 읽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정의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짚어가며 이 책을 읽어나간다. 내용 자체는 곰곰이 곱씹어 생각해 보아야 하기에 책을 읽는 속도가 아주 느려지는데, 천천히 읽다 보면 책 속 문장의 의미가 와닿는다.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은 각각의 분량은 짧아서 조금씩 여러 번 집중해서 읽기에 용이하다. 그렇게 이 책을 읽으며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의식에 대한 통찰을 건네받는다. 그나마 일반인도 읽을 수 있도록 얇고 간결하게 책을 출간한 것이니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어려움이 덜하고 그 노력을 짐작하게 된다. 이 주제에 관해 이 정도의 설명이라면 쉽게 하려고 애썼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오랜만에 도전정신을 불태워주는 책을 만난 듯하다.

역자의 말을 읽어보면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의식의 문제에 천착해온 결과를 요약하고 자신의 최근 연구 결과를 추가해 비교적 "쉽고 간단하게" 써낸 책이라고 한다. 내용 자체도 난해하고 그 내용을 표현한 다마지오의 문장 자체도 매우 난해했지만, 이 책은 전작들과 사뭇 다르게 최대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여러 번 고친 흔적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 책은 감수자의 말처럼 숙독이 필요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