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10th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 - 특별 한정판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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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마음에 드는 10주년 기념판, 나를 위한 선물로 두고두고 간직하며 펼쳐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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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10th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 - 특별 한정판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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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 만인가. 자그마치 10년 만이다. 이 책은 1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간된 『책은 도끼다』이다. 예전에 『책은 도끼다』 속 저자의 말을 읽다가 카프카의 말을 보며 나도 갑자기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1904년 1월, 카프카, 친구 오스카 폴락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어찌 잊겠는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울리던, 그 얼음이 깨지는 소리를. (6쪽)

그 당시 독서에서 저자의 말에서 주는 강렬한 울림이 기억에 남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기억이 희미해져버렸다. 이럴 때가 다시 읽기에 제격이다. 게다가 마침맞게 리미티드 에디션 블랙이 출간되었으니, 아, 이 책 격하게 갖고 싶었다. 소장 욕구를 불태우는 스페셜 에디션이다.

물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 것이고, 책을 읽는 내 느낌도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이 책이 더욱 궁금해졌다. 오랜만에 십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함께 『책은 도끼다』를 감상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박웅현.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대학원에서는 텔레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제일기획에서 광고 일을 시작해 지금은 TBWA KOREA에서 크리에이티브 대표 cco로 일하고 있다.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활의 중심>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이 에너지다> <진심이 짓는다> <혁신을 혁신하다> 등 한 시대의 생각을 진보시킨 카피들이 그의 작품이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박웅현의 인문학 강독회 강연을 묶어낸 책이다. 이 책은 총 7강으로 구성된다. 1강 '시작은 울림이다', 2강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3강 '알랭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 4강 '햇살의 철학, 지중해의 문학', 5강 '결코 가볍지 않은 사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6강 '불안과 외로움에서 당신을 지켜주리니, 안나 카레니나', 7강 '삶의 속도를 늦추고 바라보다'로 나뉜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책은 도끼다'라는 제목과 카프카의 말을 모두 처음 접한 상태여서 그 울림이 굉장히 컸던 기억이 난다. 나름 독서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하던 터라, 이 책 저 책 읽기는 했지만, 별 감흥이 없었고 불만도 많았기 때문에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이다.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지금도 나는 내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를 찾아 기웃거리고 있다. 생각해 보니,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는 그런 상태,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촉수가 조금은 예민해진 그런 내가 된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감회가 새로웠다. 어떤 내용은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새록새록 생각나는 것을 보면, 시간이 흘렀다고 모두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보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이 책을 매개로 만나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은 강의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재미있는 것은 또 봐도 재미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 책은 예전에 읽을 때보다 더 맛있게 읽었다.

예전의 내게 묻고 싶은 게 많아졌다. 그때의 내가 좀 더 시크한 편이었고,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보다 촉수가 조금은 더 발달했나 보다. 그 당시에는 감탄하며 들려주는 이야기에 별로 감탄하지 못했고, 상상해 보라는 부분은 시큰둥하며 와닿지 않았는데, 지금의 나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콕콕 찔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난 이 책이 정말 좋다.



이 책은 푸짐하다. 박웅현의 강의는 맛있는 한정식 한 상 거하게 받는 듯한 느낌이다. 이것도 맛있고 이것도 좋고, 반찬 가짓수가 엄청 많으면서도 하나같이 맛있는 그런 밥상을 건네받은 듯하다.

이 책의 저자는 숨어 있는 수려한 문장들을 여기저기에서 잘도 찾아냈다. 그리고 그런 문장들을 발견하고는 혼자만 알기 아쉬운 것인지 널리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마음을 전달받는다.

펼치면 팔만대장경이지만, 압축하면 마음 하나로 귀착된다.

그러니까 이런 것이죠. 어떤 것이든 펼치면 팔만대장경이 되지만 접으면 마음 하나입니다.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다 달라진다는 말인데, 이런 한 줄을 읽으면 우리는 문득 깨닫게 되는 겁니다. (313쪽)

누군가 추리고 거르고 골라서 만들어 놓은 아끼는 컬렉션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었다. 문득 이렇게 울림을 공유해주어서 무척이나 고맙다.

인간에게는 공유의 본능이 있다. 울림을 공유하고 싶다.

2011년 가을, 박웅현 (저자의 말 중에서)



때로는 '이게 뭐?'라는 생각이 들 경우, 그걸 구체적으로 짚어주고 설명해주어야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문장에서 의미를 꺼내어 내보여주니 아마 이 책을 읽으면 그 마음을 건네받을 것이다.

그리고 문득 그 생각도 난다. 이 책을 읽고 장 그르니에의 『섬』이라든지,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책을 잔뜩 사다 놓고 읽어보았지만, 저자가 짚어준 것 말고는 별 감흥이 없어서 '도대체 왜?'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그 책들을 다시 집어 들기 부담스러웠던 것도 기억이 난다. 생각난 김에 다시 읽어보아야겠다. 그 책들이 이번에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그것도 궁금해진다. 나도 그 안에서 명문장을 찾아보아야겠다.

책이란 언제 어떻게 만나느냐, 그 시기가 중요하다. 이 책은 지금의 나에게, 이전에 놓친 무언가를 건네주는 듯했다. 잊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려주는 느낌이랄까. 신선하게 다가온 책이다.

특히 이 책은 10주년 기념 블랙 에디션으로 선물 상자에서 책을 꺼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선물용으로도 좋겠고, 나 자신을 위한 선물로도 괜찮겠다. 책장에 잘 꽂아두고 귀하게 간직하며 틈틈이 꺼내어 감상의 시간을 가져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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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희망을 찾는 법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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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내리고 소복하게 쌓인 걸 보면 진짜 겨울이 왔다. 첫눈 치고는 제법 풍성하게 내린 날,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이 제목이 내 마음에 쿵 들어오는 걸 보면, 책과 계절과 인생의 어느 순간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 이 책은 표지에서부터 무언가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서 뭉클하다. 아닌 척해도 문드러진 속을 나조차 외면하고 있었는데, 그렇다. 인생에 언제 햇빛 찬란한 날만 있었던가. 오히려 그런 날은 휙 하니 지나가버리고 말지 않았던가. 괜찮다. 잘 견뎌내면 된다. 겨울이 잘 지나가게 하면 된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고독과 사색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순간이 있다고. 더 메마르고 더 외로운 시간들에 기대어보는 것, 그것이 바로 '윈터링'의 지혜라고 말이다. 얼어붙은 시간 속에서 희망을 찾는 법을 알고 싶어서 이 책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캐서린 메이. 캔터베리 크라이스트처치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글 쓰고 책 만드는 사람들 사이를 떠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2020년 팬데믹 위기에 지친 독자들에게 '인생 최악의 순간 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찬사를 받으며 영미권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출간 두 달 만에 미국에서 10만 부가 팔렸고, 미셸 오바마의 책보다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10월, 11월, 12월, 1월, 2월, 3월로 구성된다. 10월에는 겨울 준비, 몸을 덥히다, 핼러윈, 11월에는 당분간 휴식, 겨울잠이 필요해, 12월에는 빛, 동비를 보내다, 버트의 겨울, 1월에는 트롬쇠 여행, 늑대 허기, 2월에는 하얀 마녀 오는 날, 바다 수영, 3월에는 개미와 베짱이 그리고 실비아 플라스, 당신의 목소리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에필로그 3월 말 '얼음이 전부 녹고 난 뒤'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윈터링'은 동물이나 식물 등이 겨울을 견디고 나는 일, 겨울나기, 월동이다.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이다. 구체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거부당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발전하는 데 실패하거나,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생의 휴한기라는 것이다.

그냥 첫 페이지를 열며 나는 이 책이 그저 그런 책들 중 한 권일지도 모른다는 가벼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읽어나가며, 햐, 어쩜 이렇게 내 마음을 툭툭 건드려주는 건지, 아찔하다.

매일의 세계의 톱니바퀴 사이에는 틈이 있고, 때로 그 톱니바퀴가 열리면 우리는 어딘가 다른 세계로 떨어진다. 그 어딘가 다른 세계는,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금 여기와는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어딘가 다른 세계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현실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언뜻 보일까 말까 한 유령들이 산다. 어딘가 다른 세계는 지연된 시간 위에 존재하기에 현실 세계와 보조를 맞출 수 없다. 아마도 나는 이미 어딘가 다른 세계의 언저리에 위태롭게 서 있다가 마침내 마룻장 사이로 떨어지는 먼지처럼 가뿐하고 조용하게 그곳으로 떨어진 것이리라. 그곳이 내심 집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어 나는 놀랐다.

겨울이 시작되었다. (17쪽)

이 책은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작가가 겨울을 나는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룬 회고록으로, 자신에게 이유 없이 찾아온 인생의 힘겨운 순간을 '겨울'에 비유하며 그 시기를 지나는 태도를 담담하고도 투명한 언어로 그린다. 남편의 맹장염, 건강 문제로 인한 실직, 아들의 등교 거부 등 갑작스럽게 닥쳐온 '인생의 겨울' 한가운데에서 동화·자연·예술가들의 생애·여행 등을 통해 휴식과 겨울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아름답고도 시적인 순간들이 매 페이지마다 펼쳐진다. (책날개 발췌)

나는 내가 큰일이 닥쳐도 이성적으로 행동할 줄 알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한없이 흔들리고 무너지고 울며불며 나 자신이 너무도 나약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다. 내 인생의 겨울이었다. 이 책에 의하면 누구나 한 번쯤 겨울을 겪으며, 어떤 이들은 겨울을 겪고 또 겪기를 반복한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겨울은 몸서리쳐지도록 갑작스럽게 온다는 것이다.

혹독한 겨울은 때로는 우리에게 이롭게 작용한다. 따라서 무턱대고 겨울을 무의미하고 신경이 마비되는, 의지박약의 나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 시기를 무시하거나 없애버리려는 시도도 멈춰야 한다. 겨울은 실재하며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겨울을 삶 안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겨울나기의 과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간직하는 법을 배우는 것. 우리는 겨울은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아낼지는 선택할 수 있다. (21쪽)



강렬한 도입부에 이어 담담하게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맨 첫 장면이 시선을 확 사로잡은 이후에 평범한 일상을 세세하게 보여주는 식이다. 인간의 내면묘사와 함께 말이다.

지금껏 나는 겨울을 어서 지나가야 할 계절이라고만 생각했나 보다. 몸서리쳐지게 추운 계절이어서 그렇다. 차가운 공기와 맞닥뜨리고 보면, 이 지긋지긋한 겨울을 잘 버티고 지나야 봄이 온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겨울에 대해 다르게 생각해 본다. 겨울은 겨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계절도 그렇고, 인생의 겨울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겨울이 우리에게 쉬어갈 수 있는 경계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을 감지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공간을 거부한다. 추운 계절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공간을 환영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121쪽)



인생의 많은 부분은 언제나 형편없기 마련이다. 한껏 높이 비상하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아침에 일어나기조차 버거운 순간들도 있다. 둘 다 정상이다. 사실 둘 다 어느 정도 필요하다. (303쪽)

둘 다 정상이고 둘 다 어느 정도 필요한 일인데, 아침에 일어나기조차 버거운 순간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며 나 자신을 채찍질하기에 바빴다. 그럴 수도 있고, 그래도 된다는 것, 그런 내 모습도 인정하며 나 자신과 화해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이 책이 예전에도 있었다면, 그리고 그때 내가 이 책을 만났더라면, 그 시기를 좀 더 슬기롭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네 인생에 어디 햇빛 찬란한 날만 있던가. 숱한 겨울을 건너온 저자는 말한다. 겨울은 그저 혹독한 단절이 아니라고. 한발 물러나 에너지를 신중하게 쓰면 귀중한 지혜를 만나는 충전의 계절이 된다고. 그녀의 이야기를 접하니 곧 닥칠 겨울이 덜 춥게 느껴진다. 당신도 나도, 이 책과 함께 지혜로운 겨울을 보내고 찬란한 봄을 맞이하기를 희망한다.

_최인아(최인아책방 대표, 前 제일기획 부사장)

이 책을 읽으며 계절인 겨울과 우리네 인생에서의 겨울을 한번 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조금씩 야금야금 음미하며 사색에 잠기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저자의 삶을 통해 내 인생의 어느 순간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불합리함을 이제야 깨닫기도 하며, 떠오르는 온갖 사념들을 인식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겨울을 잘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건네받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인생의 겨울을 버티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윈터링의 지혜를 얻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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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 몰랐던 일본 문화사 - 재미와 역사가 동시에 잡히는 세계 속 일본 읽기, 2022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조재면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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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는 솔직히 읽을까 말까 고민 좀 했다. 그런데 궁금했다. 나는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할 때에는 그냥 읽는 편을 택한다. 혹시 그러다가 인생책을 만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 책에 대한 고민은 사실 '일본'에 있었다.

이 책의 책날개에도 이런 말이 있다. '미워하면서도 자꾸만 관심 갖게 되는 일본'이라는 것 말이다. 하긴 그러면서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 있는 질문 몇 가지만 보아도 '아, 답을 알고 싶다'라는 생각이 격하게 들 것이다. 그러면 읽으면 된다.

우리나라에는 있는 존속살인죄, 일본에는 없는 이유?

초고령 사회 일본, 그런데 근래 출산율은 우리나라가 훨씬 낮다?

우리나라에 MZ 세대가 있다면, 일본에는 사토리 세대, 유토리 세대가 있다?

그런 점들이 궁금했다. 그리고 특히 궁금했던 것은 "쓰나미가 발생해도 가족은 찾지 말라고?" 였다. 정말일까, 그렇다면 왜일까?

그런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재미와 역사가 동시에 잡히는 세계 속 일본 읽기 『은근 몰랐던 일본 문화사』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조재면. 일본 교토 리츠메이칸대학교 국제관계학부를 졸업하였으며 현재 일본 유학시험인 EJU 전문강사로서 꾸준히 유학생을 배출해오고 있다.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역사를 아우르는 종합과목을 가르치며 오프라인 강의 전 타임 마감 신화를 기록한 명실상부 1타 강사이다. 3년간 팟캐스트 채널 <조재면의 일본연구소>를 운영하며 미디어나 교과서는 알려주지 않았던 '진짜 일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책날개 발췌)

우리는 일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미디어조차 일본을 소개할 때 감정을 싣습니다. 이웃 나라이며 왕래도 잦은 나라이지만, 생각보다 우리는 일본에 대한 정보를 꽤나 편식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교과서도, 미디어도 잘 알려주지 않는 일본 이야기를 최대한 객관적이면서도 흥미롭고 쉽게 써보자가 이 책의 소명 같은 것이었습니다. (4쪽)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법'에는 헌법, 입법부, 사법부, 선거법과 소년법, 프라이버시와 알 권리, 교육권, 2부 '정치·경제'에는 정치인, 지방자치, 미나마타병, 버블경제, 재산세, 소비세, 사토리 세대, 일본식 경영, 3부 '사회'에는 국가 권력과 투쟁, 오키나와, 사회보장제도, 원자력, 철도와 교통, 국제 공헌, 외국인 근로, 이주민, 홋카이도 개척, 아이누, 소수자, 부라쿠, 고령화, 4부 '문화'에는 자연재해, 간토, 간사이, 식량, 종교, 황실, 대중문화, 오타쿠, 서브컬처, 문학, 와비사비, 다도 등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실 나는 이게 제일 궁금했다. '쓰나미가 발생해도 가족을 찾지 말라니?' 그런데 이거 정말 중요한 교육이다. 그러니까 방재 교육에서 배운 것 중 "나는 알아서 도망칠 테니까 나를 찾지 마"라고 부모에게 말하는 것(239쪽)이라고 한다. 가족을 찾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다가 희생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처음에는 쓰나미가 발생해도 가족을 찾지 말라고 하니 무슨 의미인가 했는데, 그렇게 해야만 더 많은 사람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니 알겠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일본에 대해 모르던 사실이 정말 많았고, 부담 없이 하나씩 익힐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감정은 일단 내려두고, 가까운 나라 일본에 대해, 그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흥미로웠다.

또한 이 책은 키워드로 정리되어 있어서 관심 있는 부분만 발췌독해도 좋겠고, 그냥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겠다. '오, 그랬어? 몰랐네.'라며 눈에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 중에 미성년자인데 투표가 가능한 나라가 한국과 일본 정도라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민법상 성인의 기준이 한국은 만 19세이고 일본은 만 20세인데, 두 나라 모두 선거가 가능한 연령은 만 18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곧 미성년자 투표가 가능한 나라는 한국밖에 남지 않게 되는 데요. 2022년부터 일본도 만 18세를 성인 연령으로 개정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45쪽)



이 책은 일본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분들께 입문자용으로 추천드립니다. 법, 정치·경제, 사회, 문화로 나뉜 테마는 한상 가득 차려진 한정식처럼 다양한 정보와 재미를 선사할 것입니다. (5쪽)

입문하려면 재미있고 부담 없이 읽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하나씩 알아가며 지적 호기심을 채워갈 수 있는 그런 책이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이 그러한 역할을 해줄 것이다.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키워드로 읽어보니 부담도 없고 흥미롭기만 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 더 알고 싶고 관련 서적을 찾아서 읽고 싶어질 것이다. 이 책이 그 시작점이 되어줄 테니, 막 호기심이 생기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부터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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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아픔 나의 슬픔 - 누구나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연시리즈 에세이 6
양성관 지음 / 행복우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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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의사다. 이 책은 일단 펼쳐들자. 프롤로그부터 읽어보자. 의학드라마에 나오는 의사부터 직장인 의사의 애환까지 웃픈 이야기에 바로 꽂힌다.

"과장님, 제가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열이 심하게 나고 몸이 심하게 아픕니다."

"그래, 그럼 병원 들렀다 와. 아프면 안 되니까. 너무 힘들면 쉬고."

일반 직장이었으면 이러지만, 병원은 다르다.

"야, 그럼 빨리 병원에 와. 진료 보고, 정 힘들면 수액 맞자."

쉬라고 하기는커녕 더 빨리 출근해야 한다. 병원 가서 수액 맞으면서 일한다.

_『직장이 병원이라 슬플 때』 중에서

아, 그렇겠다. 의사들은 꾀병도 못 부리겠고, 진짜 아파도 병원에 더 빨리 가야겠다. 직장인의 고충이다.

게다가 의사들에게도 이상한 별별 에피소드가 있겠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서야 알 것 같다.

"선생님 영화배우 같으세요" 전문의 과정을 마친 의사였던 그는 환자가 되어 정신병원에서 가끔 나를 볼 때마다 그렇게 말하는 게 전부였다.

"선생님, 더 싸게 해 주시면 제가 여기 계속 다닐게요. 그럼 선생님도 좋고 저도 좋잖아요?" (뒤표지 중에서)

아, 이 정도만 보아도 호기심이 생기며 구체적인 본문이 읽고 싶어진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너의 아픔 나의 슬픔』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양성관. 현재 의정부 백병원 가정의학과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책날개 발췌)

글을 쓰면서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또 몇 개는 흉터가 되었다. 병원에서 의사로서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지만, 작가로서 글을 쓰면서 많이 울고 또 많이 웃었다. 글로 나 자신을 치료했다. 의사이자 양성관이라는 한 사람, 그리고 그가 만난 사람들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분들도 많이 울고 또 웃으며 마음 속 상처가 치유되기를……. (10쪽)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태어나 살다', 2장 '의사이자, 직장인으로', 3장 '아파서 슬프다', 4장 '누구나 죽는다'로 나뉜다. 그 아이들은 자주 아팠다. 한 시간 전에 응급실에 왔던 아이가 다시 왔다,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 울면서 웃는 남자, 응급실에서 명절을 쇠는 사람, 의사를 망치는 의학 드라마, 의사가 비행기에서 찾는 것은 탈출구가 아니다, 직장이 병원이라 슬플 때, 환자 가슴에 편하게 못을 박는 싸늘한 의사에게,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진료실 진풍경, 할머니들의 거짓말, 보호자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지 않기 위해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의사를 의사 다섯 명이 나란히 보고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 즉 드라마 주인공 말고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의사들은 의사 면허를 딴 지 1년도 안 된 인턴들이었고, 장소는 대학병원 11층 꼭대기에 있는 인턴 숙소였다. (98쪽)

구체적으로 그 장면이 생동감 있게 그려져서 피식피식 웃으며 읽어나갔다. 그런데 그냥 웃음만이 아니다. 온몸으로 책을 읽어나간다. 온갖 감정이 일어나서 함께 어우러져서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간다.

난 이 책이 웬만한 의학드라마보다 재미있었다. 사실 '재미'라고 표현하면 안 될 것이다. 재미라기보다는 긴장감 있게 읽어나가며 생로병사의 진한 이야기 속에서 웃음과 눈물 등 온갖 감정을 다해 읽어나갔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살다가 병원에 갈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어떻게든 병원에 가게 되면 심각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듯하다. 하물며 매일같이 병원에서 환자들을 바라보는 의사라면 오죽할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이 책 속의 이야기는 의사로서 들려주고 싶은 갖가지 일화 중 거르고 걸러서 알짜배기만 담아낸 듯하다. 어떤 이야기를 읽어도 괜찮다. 어이없이 피식피식 웃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깔깔 웃기도 하며, 안타까워서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하고, 마음이 철렁하기도 하며 그 이야기에 감정이입해서 읽어나가게 된다.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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