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캐서린 메이. 캔터베리 크라이스트처치 대학교에서 문예창작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글 쓰고 책 만드는 사람들 사이를 떠나지 않고 있다. 이 책은 2020년 팬데믹 위기에 지친 독자들에게 '인생 최악의 순간 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찬사를 받으며 영미권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출간 두 달 만에 미국에서 10만 부가 팔렸고, 미셸 오바마의 책보다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은 10월, 11월, 12월, 1월, 2월, 3월로 구성된다. 10월에는 겨울 준비, 몸을 덥히다, 핼러윈, 11월에는 당분간 휴식, 겨울잠이 필요해, 12월에는 빛, 동비를 보내다, 버트의 겨울, 1월에는 트롬쇠 여행, 늑대 허기, 2월에는 하얀 마녀 오는 날, 바다 수영, 3월에는 개미와 베짱이 그리고 실비아 플라스, 당신의 목소리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에필로그 3월 말 '얼음이 전부 녹고 난 뒤'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윈터링'은 동물이나 식물 등이 겨울을 견디고 나는 일, 겨울나기, 월동이다.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이다. 구체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거부당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발전하는 데 실패하거나,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생의 휴한기라는 것이다.
그냥 첫 페이지를 열며 나는 이 책이 그저 그런 책들 중 한 권일지도 모른다는 가벼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읽어나가며, 햐, 어쩜 이렇게 내 마음을 툭툭 건드려주는 건지, 아찔하다.
매일의 세계의 톱니바퀴 사이에는 틈이 있고, 때로 그 톱니바퀴가 열리면 우리는 어딘가 다른 세계로 떨어진다. 그 어딘가 다른 세계는,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는 지금 여기와는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어딘가 다른 세계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현실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언뜻 보일까 말까 한 유령들이 산다. 어딘가 다른 세계는 지연된 시간 위에 존재하기에 현실 세계와 보조를 맞출 수 없다. 아마도 나는 이미 어딘가 다른 세계의 언저리에 위태롭게 서 있다가 마침내 마룻장 사이로 떨어지는 먼지처럼 가뿐하고 조용하게 그곳으로 떨어진 것이리라. 그곳이 내심 집처럼 편안한 기분이 들어 나는 놀랐다.
겨울이 시작되었다. (17쪽)
이 책은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작가가 겨울을 나는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룬 회고록으로, 자신에게 이유 없이 찾아온 인생의 힘겨운 순간을 '겨울'에 비유하며 그 시기를 지나는 태도를 담담하고도 투명한 언어로 그린다. 남편의 맹장염, 건강 문제로 인한 실직, 아들의 등교 거부 등 갑작스럽게 닥쳐온 '인생의 겨울' 한가운데에서 동화·자연·예술가들의 생애·여행 등을 통해 휴식과 겨울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아름답고도 시적인 순간들이 매 페이지마다 펼쳐진다. (책날개 발췌)
나는 내가 큰일이 닥쳐도 이성적으로 행동할 줄 알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한없이 흔들리고 무너지고 울며불며 나 자신이 너무도 나약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다. 내 인생의 겨울이었다. 이 책에 의하면 누구나 한 번쯤 겨울을 겪으며, 어떤 이들은 겨울을 겪고 또 겪기를 반복한다고 한다. 그리고 어떤 겨울은 몸서리쳐지도록 갑작스럽게 온다는 것이다.
혹독한 겨울은 때로는 우리에게 이롭게 작용한다. 따라서 무턱대고 겨울을 무의미하고 신경이 마비되는, 의지박약의 나날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 시기를 무시하거나 없애버리려는 시도도 멈춰야 한다. 겨울은 실재하며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겨울을 삶 안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주제다. 겨울나기의 과정을 인식하고, 그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간직하는 법을 배우는 것. 우리는 겨울은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아낼지는 선택할 수 있다. (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