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일기를 쓴다는 것은 매일, 빼먹지 않고 일기를 쓴다는 것이 아니다. 쓸 수 있는 날은 최대한 알차게 쓰고, 그렇지 않은 날은 그런대로 쓰면 된다. 가끔 쉬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다. 이야기가 넘치는 날도 있으면 없는 날도 있는 게 당연하고, 또 어떻게 보면 빈 페이지도 하나의 기록일 것이다. 그리고 빈칸이 있으면 또 어떻고, 게으르면 어떻고 밀려 쓰면 또 어떻단 말인가. 내가 생각하는 꾸준히 기록한다는 것은, 매일매일 알차게 쓰진 못하더라도 기록이라는 끈을 놓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써내려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82쪽)
올해에는 일기를 꾸준히 써야겠다고 결심하고서는 또 놓쳤다고 생각할 무렵에 이 글을 발견하여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다. 블로그에 쓰겠다고 생각한 일기나, 노트에 적겠다고 생각한 일기나, 매일이라는 틀에 묶여 강박으로 여기지 말고, 기록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겠다.
Q "'기록'이라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면요?"
A 누군가의 딸이자 친구, 작가, 선생님이 아닌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시간이자 존재. (191쪽)
이 책은 기록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알려주는 게 아니라, '나는 이렇게 한다'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것을 보다 보면 나도 이렇게 하고 싶다는 의욕이 샘솟는다. 그 무엇보다도 다이어리를 쓰고 싶고, 일상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게 되는 책이다. 그나저나 펜과 노트를 사러 나가야 하나. 내 마음을 들썩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