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력은 보자마자 소장 욕구가 샘솟았다. 다른 달력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으니까 내 마음을 움직였다. 이 달력을 책상 앞에 놓으면 클로드 모네의 작품을 일 년 내내 감상할 수 있으니 그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문득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을 감상하러 갔던 순간이 떠오른다. 오랑주리 미술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모네의 <수련>을 만날 수 있다. 두 방 가득 커다랗게 수련 연작이 펼쳐진다. 가운데 의자가 있어서 앉아서 감상할 수도 있고, 작품 앞에서 한참을 서서 관람할 수도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1927년 모네의 <수련>을 기증받으면서 개관했는데, 이때 모네는 "시민에게 공개할 것, 장식이 없는 하얀 공간을 통해 전시실로 입장할 수 있게 할 것, 자연광 아래에서 감상하게 할 것"을 조건으로 규모가 큰 여덟 점의 <수련>을 기증했다고 한다.
자연광으로 감상해 보니, 시간과 날씨 등 그 모든 외적 조건에 따라 작품이 달리 보인다. 하지만 그곳 미술관에 계속 있을 수는 없으니, 이렇게 미술관을 통째로 옮겨 오는 것도 괜찮겠다. 달력에 쏙 넣어서 일 년 내내 바라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