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학은 1883년 유명한 박식가이자 찰스 다윈의 고종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이라는 영국의 과학자가 만든 단어다. 《종의 기원》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 골턴은 사촌의 책을 읽고 깊은 영감을 받아, 그 책을 "내 정신 발달 과정의 신기원"이라고 불렀다. 지구에서 생물의 배열을 결정하는 자연선택의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자마자, 그는 인류의 지배자 인종을 선별할 수 있도록 그 힘을 조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요컨대 가난, 범죄, 문맹, "정신박약", 방탕함 등 그가 혈통과 관련된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특징들을 교배함으로써 말이다. 그는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살시키는 이 기술을 "우생학"이라고 불렀다. "좋은"과 "출생"을 뜻하는 그리스어를 조합해 만든 단어다. 그리고 그는 자기-다윈의 사촌인!-말을 들어줄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얼핏 과학적으로 들리는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계획에 관해 이야기했다. (181쪽)
대다수의 사람들은 골턴의 생각을 무시하고 넘겼지만, 소수의 영향력 있는 과학자들이 열성적으로 옹호했고,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골턴의 생각을 제일 먼저 미국으로 들여온 이들 중 하나다. 그리고 그는 우생학적 불임화의 합법화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우생학 이야기를 경악을 하면서 보았다. 점점 많은 주들이 불임화법을 통과시키고, 부적합한 사람들에 대한 불임화를 실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책 속 표현대로 싹둑, 싹둑, 싹둑!
그러다가 1916년 매디슨 그랜트라는 한 미국 남자가 (나중에 히틀러라는 한 독일 남자가 자신의 "성경"이라고 부르게 될) 우생학 책 한 권을 출판했고, 10여 년 뒤 독일에서 히틀러가 최초의 강제불임화법을 통과시켰다는 것까지, 그 모든 이야기가 그 시절에 일어났던 일이라니, 그리고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과학자이자 분류학자인 사람에 대해 조사하며 알게 되는 충격적인 현황이었다니! 나 또한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결국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죽는 날까지 열광적인 우생학자로 남았다는 사실까지도.
오싹했다. 그 잔인성과 무자비함이. 그 추락이 무지막지한 깊이와 그 파괴적 광란의 크기가. 토할 것 같았다. 내가 모델로 삼으려 했던 자는 결국 이런 악당이었던 것이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이성도 무시하고 도덕도 무시하고, 자기 방식이 지닌 오류를 직시하라고 호소하는 수천 명의 아우성 - 나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인간이요- 도 무시해버린 남자. (201쪽)
그리고 이 책의 제목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연관되는 부분까지,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때로는 책을 읽으며 내가 알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모든 것을 뒤흔들어버리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본다. 그러한 역할을 하는 책은 흔치 않은데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