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라는 모험 - 미지의 타인과 낯선 무언가가 하나의 의미가 될 때
샤를 페팽 지음, 한수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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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만남'에 대한 섬세한 탐구서라고 하여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을 통해 만남에 대해 사유할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했다.

또한 이 책은 프랑스 전 서점 베스트셀러이며 아마존 철학 1위라고 하여 더 궁금했다.

게다가 이 책에 나오는 다음 글을 읽으면 구체적인 내용이 더욱 알고 싶어질 것이다.

피카소가 시인 엘뤼아르와 우정 어린 만남을 경험하지 못했더라면 유명한 걸작 <게르니카>를 탄생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카뮈가 『반항적인 인간』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여배우 마리아 카자레스에 대해 품었던 열렬한 감정 덕분이라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볼테르가 『캉디드』를 세상에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에밀리 뒤 샤틀레(최초의 여성 과학자이자, 수학자, 사상가이다. 그녀는 볼테르와 더불어 계몽주의 사상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역주)와 지적인 교류를 서로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유명한 노래 <완벽한 하루>는 데이비드 보위와 루 리드가 뉴욕에서 만나 함께 저녁식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10쪽)

문득 정현종의 시 「방문객」이 생각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정현종의 시 「방문객」 일부

그러니 우리의 만남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어마어마한 사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 책에 의하면 만남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두 사람의 태도가 빚어낸 산물이라고 한다. 그러니 우연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을 우리가 미리 준비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 책으로 증명해보이겠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해하면서 이 책 『만남이라는 모험』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샤를 페팽. 현재 국립고등학교와 파리정치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또한 《전향과 심리학》, 《철학 매거진》 등의 잡지에 글을 연재하고 철학, 형이상학, 윤리학 분야에서 독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때』, 『실패의 미덕』, 『기쁨』, 『철학 주식회사』 등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책날개 발췌)

우리는 타인들에게 의존한 채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만남이란 우리 인생에 덧붙여진 장식품 같은 것이 아니며 부차적인 소품 같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만남은 우리에게 필수적이며 우리의 인격을 빚어내기까지 한다. 즉 인간이라는 존재가 평생 경험하게 되는 모험의 중심에 '만남'이 자리 잡고 있다. (10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만남의 징후들', 2부 '만남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 3부 '진정한 삶은 만남이다'로 나뉜다.

이 책은 만남에 대한 개념부터 시작해서, 타인과의 만남에 대한 의미 등을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지금껏 '만남'이라는 것을 그냥 우연의 산물이며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사소한 만남조차도 커다란 의미가 있는 특별함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을 통해서 철학적 사색과 함께 만남에 대해 되새겨볼 수 있었다. 특히 인류학적 해석, 존재론적 해석, 종교적 해석, 정신분석학적 해석, 변증법적 해석 등 우리 삶에 있어서 만남을 중점적으로 탐색해 볼 수 있어서 의미가 더 깊었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어느 한 사람의 능력이나 기회에만 포커스를 두고 보았던 것들을 누군가와의 만남이라는 부분에 집중해서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다. 무언가를 보던 시각을 살짝 바꿔본 듯한 느낌으로 만남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 이 책의 띠지에 있는 "내 자신을 목격하는 일은 오직 타인의 세계에 도달할 때 가능해진다."라는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마르틴 부버의 책 『나와 너』 서문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만약 나에게 사랑과 가정이 없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꽃들과 나무들, 불, 돌멩이가 나에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 두 사람이 있어야 한다. 아니 적어도 두 사람이 필요하다! 하늘이 파랗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밝아오는 새벽의 여명에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있어야만 했다! 하늘과 숲, 그리고 빛과 같이 영원한 것들은 오직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속에서만 그것들의 본래 이름을 찾는 법이다."

이 아름다운 문장들은 시적인 섬세함을 발휘해, 우리가 이 책에서 살펴보았던 견해들을 요약하고 있다. (318쪽)

이 책에서는 우리의 존재 자체부터 다시 생각해 보도록 '만남'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즉, 저자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 않고 오로지 홀로 있다면 우리는 어떤 존재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홀로 있다면 어떤 가치도 띠지 못하며 어떤 것에도 도달하지 못하지만, 만남으로 이 모든 것이 충분해진다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완전한 시작의 문이 열린다고 하니, 저자의 시선으로 만남에 대해 사유해 보면 이 세상과 우리의 삶이 또 다르게 보일 것이다. 만남을 중점적으로 우리 인생을 바라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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