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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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과 갈등과 미래의 그림을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소설이니, 읽어보고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직접 느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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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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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이 문장 때문이었다.

"몇십 년 만에 한 번 나올 만한 위대한 소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된 제153회 나오키상 대상 수상작!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나오키상 후보작 중 단연 뛰어났다며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의 찬사가 쏟아지니, 이 정도 되었을 때 이미 나는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생동감 넘치는 표현력, 힘찬 문장, 뼈대가 굵은 스토리텔링. "인생·청춘·가족의 해학과 비극"을 이해하고 이야기 전체에 유머를 감돌게 한, 모든 것이 빼어난 걸작이다.

_미야베 미유키

어떤 내용을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류》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히가시야마 아키라. 1968년 대만 태생. 다섯 살까지 타이베이에서 지낸 후 아홉 살 때 일본으로 왔다. 그때부터 후쿠오카 현에 거주하고 있다. 2002년 <터드 온 더 런>으로 제1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에서 은상과 독자상을 수상했고, 2003년 이 작품을 고쳐 쓴 《도망작법》으로 데뷔했다. 이후 2009년 《길가》가 제11회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에는 《블랙 라이더》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014년' 3위와 제5회 'AXN 미스터리 싸우는 베스트 텐' 1위를 동시에 차지하며 일본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2015년, 《류》로 "20년만에 한 번 나올 만한 걸작"이라는 최고의 호평과 함께 제153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지금 일본에서 가장 세계에 근접한 작가"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책날개 중에서)



맨 앞장에는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14장의 순서가 나온다.

물론 이 이름들을 한꺼번에 기억할 수는 없겠지만 잘 표시해놓고 이 책을 읽다가 틈틈이 앞으로 와서 보면 이름이 곧 익숙해질 것이다. 등장인물 소개는 그때까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일단 펼쳐들면 시작부터 소설 속에 풍덩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감안하고 읽으면 된다.

사실 역사 배경 소설이니 천천히 익숙해지리라 생각하고 읽어나갔는데, 그냥 시작부터 생생한 장면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소설 속에 쑥 들어갔거나, 소설 속 인물들이 내 눈앞에서 생생하게 활동하고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 이런 것을 필력이라고 하는 것인가 보다.

전혀 관심도 없고 읽을까 말까 하는 사람에게도 결국 글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있는 글이다.




2019년 《내가 죽인 남자 나를 죽인 남자》로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히가시야마 아키라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대만 출신 작가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그를 일본 출판계 주류에 올려놓은 작품은,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바로 이 소설 《류》이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캐릭터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착각이 들 정도의 필력.'

'독자를 혼돈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이런 평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작품에는 늘 땅을 뒤흔드는 듯한 커다란 힘이 느껴진다. (480쪽)

표현하기 어려운 단어까지도 위트 있게 표현할 수 있는 필력이 있다.

배경이 대만이라고 하여 낯설지만, 결국 그 낯선 느낌마저도 생소하지 않게 눈앞에 가져다가 펼쳐주는 힘이 있다.

역사와 현대 사회의 정치적 배경이라든가 인간사가 얽혀있는 미스터리가 녹아든 소설이다.

정치 이념의 이슈를 날카롭게 보여주어서 나에게는 미스터리보다는 역사 쪽에 방점을 찍은 소설로 다가왔다.

인간의 욕망과 갈등과 미래의 그림을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소설이니, 읽어보고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직접 느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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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받고 있다는 착각 - 온라인 검열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질리안 요크 지음, 방진이 옮김 / 책세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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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글을 올리다가 '사용할 수 없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그건 분명히 책에 있는 단어임에도 사용할 수 없다고 하니 난감하면서도, 그냥 '할 수 없군' 생각하고 넘어갔다.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여러 차례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정도는 검열 축에도 끼지 못하고, 인터넷 세상을 난잡하게 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옛날에는 책의 표현도 검열을 통과한 부분을 인쇄할 수 있었고 금서로 정해진 책은 읽을 수 없었으며, 영화도 검열을 통해 잘라낸 후에 상영했다고 하니, 지금은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으로 주어진 세상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하지만 그게 맞는 생각일까?

이 책의 주제는 좀 더 폭넓다. 거대 플랫폼과 그들의 검열, 그리고 그것이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대안이다.

플랫폼 대기업과 정부들이 결합한 감시 자본주의가 표현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은 한 나라의 정권을 바꿀 수도 있고, 반정부 민주시위를 철저히 고립시킬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미처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궁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보호받고 있다는 착각』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질리안 요크.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다. 현재 비아드리나 유럽대학교 '인터넷과 인권을 위한 센터' 연구원, 유럽대학교 객원 교수, 인권 단체 '전자프런티어재단' 이사직을 동시에 해내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목적은 실리콘밸리의 주요 통신 플랫폼이 어떻게 별도의 시스템, 더 정확하게는 온라인에서 우리에게 허용되는 자기 표현 방식을 규정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는지, 그 역사를 압축적으로 요약하는 것이다. 이 거버넌스 시스템은 감시 자본주의라는 더 큰 시스템 내에 편입되어 있다. (8쪽)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1장 '새로운 문지기들', 2장 '오프라인의 탄압이 온라인에서 재현되다', 3장 '소셜미디어 혁명가들', 4장 '사람보다 수익이 먼저', 5장 '극단주의에는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6장 '빅토리아 시대를 살아가는 21세기 현대인들', 7장 '성과의 전쟁', 8장 '인간에서 기계로', 9장 '혐오의 전염성', 10장 '미래는 우리가 써 내려가는 것'으로 나뉜다.



책은 문제라고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보고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그 부분부터 관념의 틀을 깨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준다.

아마 이 책의 첫 부분을 읽어보면 그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을 더욱 집중해서 읽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아니, 그랬단 말이야?' 혹은 '그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의 전환이 이 책을 읽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법이 민중의 참여나 승인 없이 밀실에서 만들어지는 사회를 상상해보라. 그런 사회에서는 언제라도 법이 바뀌거나 아예 다른 법으로 대체될 수 있다. 민주적인 참여도, 투명성도, 적법절차의 원리도 보장되지 않는 사회다. 그리고 법이 적용되는 지역의 상황에 대해 잘 모를 가능성이 높고, 최소한의 교육만 받은 먼 지역의 노동자나 최근 그 비중이 점점 커지는 머신러닝을 거친 자동화 시스템이 그 법을 집행한다.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런 사례들이 넘쳐나지만, 오류가 발생했을 때 개인이 그 오류를 바로잡을 방법은 거의 없다.

그런 사회는 실제로 존재하며, 바로 실리콘밸리가 창조하고 전 세계로 수출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안에 존재한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텀블러 같은 플랫폼은 현재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언어적· 시각적 표현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다. (25쪽)



오프라인의 탄압이 온라인에서 재현된다는 사실을 아는가.

나는 사실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이 책의 저자 질리안 요크가 조목조목 짚어주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니, 이제야 비로소 인식해 본다.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이 책을 읽음으로 알게 되는 사실이 실로 놀랍다.

지구상에서,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아간다.

점점 더 계층화되는 온라인 세계다. 선출된 공무원과 두려울 정도로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선출되지 않은 엘리트가 결탁한 임의적인 집단이 우리가 무엇을 말해도 되는지를 결정한다. 케이트 클로닉은 페이스북이 세계 지도자 등 주요 인사들이 "소수인데도 불구하고 규칙을 수정할 막대한 권한을 지닌" 장소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국가 행위자와 기업에 의해 오래전부터 탄압당한 취약한 공동체를 상대로 그와 똑같은 탄압이, 이번에는 디지털 영역에서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89쪽)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

사실 나는 이 글을 보며 엄청 충격을 받았다.

세상은 예전보다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고만 여겼는데, 사실은 편집과 삭제로 인해 더 역행하기도 한 부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873년 피렌체의 <다비드> 조각상을 찍은 초기 사진들에는 무화과 잎이 나온다. 1857년 이탈리아 토스카나 대공이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 선물한 복제품은 현재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데, 무엇보다 빅토리아 여왕을 비롯해 "감상하는 여자 귀족들이 얼굴을 붉혀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석고 무화과 잎을 붙였다.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흐른 근대에 들어와서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주 시드니, 이스라엘 예루살렘처럼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조차 <다비드> 조각상과 그 조각상의 그림이나 사진은 가리개를 하고 있다. 불쌍한 <다비드>는 지난 수세기 동안 수없이 검열을 당하는 모욕을 감내해야 했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이 조각상을 검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다르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럴 만하지만 말이다. 지난 몇 년간 페이스북은 나체 기타 '성인' 콘텐츠를 금지하는 엄격한 정책에 따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나오는 콘텐츠를 삭제했다. 심지어 그 정책은 종종 문서화된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할 때도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예술작품을 삭제하는 행위는 아마도 어떤 면에서는 무화과 잎 검열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핵심적인 차이가 있다. 무화과 잎은 예술작품의 한 부분만을 가리지만 현대의 검열은 그 작품 전체를 완전히 지워버린다. (225쪽)



나는 거의 15년 동안 온라인 검열을 연구했다. 그중에서도 콘텐츠 관리를 연구한 지는 10여 년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 기업이 단순히 우리의 표현 능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자체와 행위능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수많은 시도를 목격했다. (388쪽)

이 책은 저자의 오랜 연구와 현장에서 느낀 자신의 의견을 심도 있게 펼쳐 보여주고 있다.

그 진심이 독자에게 전해져서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고 집중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특히 우리는 자유를 누린다고 생각해왔지만, 더 큰 통제 속에 놓여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눈을 뜨고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케이트 크로퍼드의 추천사에 의하면 "인터넷 거버넌스의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 같은 책이다."라고 언급한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알게 된 것이 많이 늦지는 않았다. 이 책이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니 함께 읽고 생각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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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역사 - 시대를 품고 삶을 읊다
존 캐리 지음, 김선형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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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역사를 알고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이 책이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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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역사 - 시대를 품고 삶을 읊다
존 캐리 지음, 김선형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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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루에 한두 편씩 시를 감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의 역사'라는 이 책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해 호기심이 상승한 데에는 책날개의 이 문장에서였다.

존 캐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시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무려 4,000년 전에 지어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부터 오늘날 쓰인 시까지를 아울러 다룬다. 존 캐리는 세계관을 형성한 시인들을 살펴본다. 단테, 초서, 셰익스피어, 휘트먼과 예이츠처럼 말이다. 그리고 데렉 윌코트, 메리앤 무어, 마야 안절루처럼 시가 '위대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자체를 회의하는 시인들도 다룬다. 이 책에서 간추린 시의 역사는 세계 시의 풍요로움과 다채로움을 조명하며, 시의 매혹을 이루는 잡히지 않는 자질을 생각한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을 펼쳐보면 '연대표로 보는 시의 역사'부터 시선을 자극한다. 기원전 20세기경부터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시의 역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한 표부터 이미 내 경험의 세계를 뛰어넘는 환희를 느끼게 해준다.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시의 역사』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존 캐리. 옥스퍼드 대학교 명예교수. 비평가, 도서 평론가, 방송인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다. 회고록 『뜻밖의 교수』는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으며, 최근에는 『100명의 시인들』을 집필했다. (책날개 발췌)

미학적 판단에는 옳고 그름이 없고 의견이 있을 뿐이다. 나는 여러분이 이 책에서 예전에 몰랐던 시들을 발견하고 그 시들을 나날의 생각 속에 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시들에 대한 여러분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길 바란다. (19쪽)

이 책은 총 40장으로 구성된다. 1장 '신과 영웅과 괴물 「길가메시 서사시」'를 시작으로, 40장 '경계를 넘는 시인들 | 히니, 월코트, 안젤루, 올리버, 머레이'로 마무리된다. 이 책으로 시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겠다.

시란 무엇일까? 시와 언어의 관계는 음악과 소음에 견줄 수 있다. 기억에 남고 가치를 부여받도록 특별히 지은 언어라는 뜻이다. 언제나 그 목적을 달성하는 건 아니다. 수 세기가 흐르는 사이 까맣게 잊힌 시가 수천수만 편에 달한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잊히지 않은 시들을 다루려 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학작품은 「길가메시 서사시」다. 물경 4,000년 전에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지어진 시다. 누가 지었는지, 왜 지었는지, 어떤 독자나 청중을 염두에 두고 지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시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글자로 점토판에 새겨져 보존되었다. 이 글자는 갈대로 젖은 점토에 쐐기 모양의 홈을 새겨 글을 썼기 때문에 설형문자라고 불린다. (11쪽)



이 책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의 세계를 쫙 펼쳐 보여준다.

그 세계가 워낙 방대하고 다양해서 지적 호기심을 채워준다.

그런데 중간중간 은근 시선을 끄는 이야기들이 보여서 '오오,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잖아!'라며 감탄하며 읽는다.

그러니까 거부감 없이 밋밋하고 뻔한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게 아니라, 통통 튀는 발언이 있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셔도 되나?'라는 생각에 살짝 혼자 걱정스러운 그런 느낌말이다. 그리고 그런 뒷이야기가 더 시선도 끌고 재미있는 양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시를 판단하는 기준 역시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주관에 따를 수밖에 없다'라며 '나의 선호도는 독자 여러분과 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언급까지 하는 것이다.

그 의견을 존중하며,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바라본 시와 역사를 들어본다. 이 책은 저자 존 캐리가 정리한 시의 역사다.




이 책의 역자는 말한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문화권의 시들은 아니나, 수 세기의 시험을 통과한 걸작들은, 경이롭게도, 번역자의 손에 무너져 내렸다 재조립된 너덜너덜한 언어의 누더기 속에서도,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는 의미의 찬란한 빛을 발하기도 한다(509쪽)고 말이다.

이 책의 번역 작업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고뇌가 함께 했을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은 두고두고 꺼내 읽고 싶은 책이다.

요즘 시를 감상하고 있는데, 같은 시도 읽을 때마다 맛이 다르다. 그런데 여전히 좁고 한정된 세계에서 시를 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시의 세계를 확대시켜주는 의미에서 이 책을 만난 것이다.

이 책이 앎의 지평을 넓혀주고 다른 시의 세계에도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시의 역사를 알고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이 책이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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