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받고 있다는 착각 - 온라인 검열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질리안 요크 지음, 방진이 옮김 / 책세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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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글을 올리다가 '사용할 수 없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그건 분명히 책에 있는 단어임에도 사용할 수 없다고 하니 난감하면서도, 그냥 '할 수 없군' 생각하고 넘어갔다.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여러 차례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정도는 검열 축에도 끼지 못하고, 인터넷 세상을 난잡하게 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옛날에는 책의 표현도 검열을 통과한 부분을 인쇄할 수 있었고 금서로 정해진 책은 읽을 수 없었으며, 영화도 검열을 통해 잘라낸 후에 상영했다고 하니, 지금은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으로 주어진 세상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하지만 그게 맞는 생각일까?

이 책의 주제는 좀 더 폭넓다. 거대 플랫폼과 그들의 검열, 그리고 그것이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과 대안이다.

플랫폼 대기업과 정부들이 결합한 감시 자본주의가 표현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은 한 나라의 정권을 바꿀 수도 있고, 반정부 민주시위를 철저히 고립시킬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미처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궁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다.

무엇보다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보호받고 있다는 착각』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질리안 요크.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다. 현재 비아드리나 유럽대학교 '인터넷과 인권을 위한 센터' 연구원, 유럽대학교 객원 교수, 인권 단체 '전자프런티어재단' 이사직을 동시에 해내고 있다. (책날개 발췌)

이 책의 목적은 실리콘밸리의 주요 통신 플랫폼이 어떻게 별도의 시스템, 더 정확하게는 온라인에서 우리에게 허용되는 자기 표현 방식을 규정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는지, 그 역사를 압축적으로 요약하는 것이다. 이 거버넌스 시스템은 감시 자본주의라는 더 큰 시스템 내에 편입되어 있다. (8쪽)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1장 '새로운 문지기들', 2장 '오프라인의 탄압이 온라인에서 재현되다', 3장 '소셜미디어 혁명가들', 4장 '사람보다 수익이 먼저', 5장 '극단주의에는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6장 '빅토리아 시대를 살아가는 21세기 현대인들', 7장 '성과의 전쟁', 8장 '인간에서 기계로', 9장 '혐오의 전염성', 10장 '미래는 우리가 써 내려가는 것'으로 나뉜다.



책은 문제라고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보고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은 그 부분부터 관념의 틀을 깨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준다.

아마 이 책의 첫 부분을 읽어보면 그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을 더욱 집중해서 읽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아니, 그랬단 말이야?' 혹은 '그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의 전환이 이 책을 읽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법이 민중의 참여나 승인 없이 밀실에서 만들어지는 사회를 상상해보라. 그런 사회에서는 언제라도 법이 바뀌거나 아예 다른 법으로 대체될 수 있다. 민주적인 참여도, 투명성도, 적법절차의 원리도 보장되지 않는 사회다. 그리고 법이 적용되는 지역의 상황에 대해 잘 모를 가능성이 높고, 최소한의 교육만 받은 먼 지역의 노동자나 최근 그 비중이 점점 커지는 머신러닝을 거친 자동화 시스템이 그 법을 집행한다.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런 사례들이 넘쳐나지만, 오류가 발생했을 때 개인이 그 오류를 바로잡을 방법은 거의 없다.

그런 사회는 실제로 존재하며, 바로 실리콘밸리가 창조하고 전 세계로 수출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안에 존재한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텀블러 같은 플랫폼은 현재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언어적· 시각적 표현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다. (25쪽)



오프라인의 탄압이 온라인에서 재현된다는 사실을 아는가.

나는 사실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이 책의 저자 질리안 요크가 조목조목 짚어주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으니, 이제야 비로소 인식해 본다.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이 책을 읽음으로 알게 되는 사실이 실로 놀랍다.

지구상에서, 지금도 어느 곳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알아간다.

점점 더 계층화되는 온라인 세계다. 선출된 공무원과 두려울 정도로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선출되지 않은 엘리트가 결탁한 임의적인 집단이 우리가 무엇을 말해도 되는지를 결정한다. 케이트 클로닉은 페이스북이 세계 지도자 등 주요 인사들이 "소수인데도 불구하고 규칙을 수정할 막대한 권한을 지닌" 장소로 진화하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국가 행위자와 기업에 의해 오래전부터 탄압당한 취약한 공동체를 상대로 그와 똑같은 탄압이, 이번에는 디지털 영역에서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89쪽)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

사실 나는 이 글을 보며 엄청 충격을 받았다.

세상은 예전보다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해왔다고만 여겼는데, 사실은 편집과 삭제로 인해 더 역행하기도 한 부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873년 피렌체의 <다비드> 조각상을 찍은 초기 사진들에는 무화과 잎이 나온다. 1857년 이탈리아 토스카나 대공이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 선물한 복제품은 현재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데, 무엇보다 빅토리아 여왕을 비롯해 "감상하는 여자 귀족들이 얼굴을 붉혀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석고 무화과 잎을 붙였다. 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흐른 근대에 들어와서도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주 시드니, 이스라엘 예루살렘처럼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조차 <다비드> 조각상과 그 조각상의 그림이나 사진은 가리개를 하고 있다. 불쌍한 <다비드>는 지난 수세기 동안 수없이 검열을 당하는 모욕을 감내해야 했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이 조각상을 검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다르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럴 만하지만 말이다. 지난 몇 년간 페이스북은 나체 기타 '성인' 콘텐츠를 금지하는 엄격한 정책에 따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나오는 콘텐츠를 삭제했다. 심지어 그 정책은 종종 문서화된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할 때도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예술작품을 삭제하는 행위는 아마도 어떤 면에서는 무화과 잎 검열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핵심적인 차이가 있다. 무화과 잎은 예술작품의 한 부분만을 가리지만 현대의 검열은 그 작품 전체를 완전히 지워버린다. (225쪽)



나는 거의 15년 동안 온라인 검열을 연구했다. 그중에서도 콘텐츠 관리를 연구한 지는 10여 년 정도가 되었다. 그동안 기업이 단순히 우리의 표현 능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자체와 행위능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수많은 시도를 목격했다. (388쪽)

이 책은 저자의 오랜 연구와 현장에서 느낀 자신의 의견을 심도 있게 펼쳐 보여주고 있다.

그 진심이 독자에게 전해져서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고 집중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특히 우리는 자유를 누린다고 생각해왔지만, 더 큰 통제 속에 놓여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눈을 뜨고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케이트 크로퍼드의 추천사에 의하면 "인터넷 거버넌스의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 같은 책이다."라고 언급한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알게 된 것이 많이 늦지는 않았다. 이 책이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니 함께 읽고 생각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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