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역사 - 시대를 품고 삶을 읊다
존 캐리 지음, 김선형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하루에 한두 편씩 시를 감상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의 역사'라는 이 책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해 호기심이 상승한 데에는 책날개의 이 문장에서였다.

존 캐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시의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무려 4,000년 전에 지어진,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부터 오늘날 쓰인 시까지를 아울러 다룬다. 존 캐리는 세계관을 형성한 시인들을 살펴본다. 단테, 초서, 셰익스피어, 휘트먼과 예이츠처럼 말이다. 그리고 데렉 윌코트, 메리앤 무어, 마야 안절루처럼 시가 '위대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 자체를 회의하는 시인들도 다룬다. 이 책에서 간추린 시의 역사는 세계 시의 풍요로움과 다채로움을 조명하며, 시의 매혹을 이루는 잡히지 않는 자질을 생각한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을 펼쳐보면 '연대표로 보는 시의 역사'부터 시선을 자극한다. 기원전 20세기경부터 20세기 후반에 이르기까지 시의 역사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한 표부터 이미 내 경험의 세계를 뛰어넘는 환희를 느끼게 해준다.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시의 역사』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존 캐리. 옥스퍼드 대학교 명예교수. 비평가, 도서 평론가, 방송인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다. 회고록 『뜻밖의 교수』는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으며, 최근에는 『100명의 시인들』을 집필했다. (책날개 발췌)

미학적 판단에는 옳고 그름이 없고 의견이 있을 뿐이다. 나는 여러분이 이 책에서 예전에 몰랐던 시들을 발견하고 그 시들을 나날의 생각 속에 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시들에 대한 여러분 자신의 판단을 신뢰하길 바란다. (19쪽)

이 책은 총 40장으로 구성된다. 1장 '신과 영웅과 괴물 「길가메시 서사시」'를 시작으로, 40장 '경계를 넘는 시인들 | 히니, 월코트, 안젤루, 올리버, 머레이'로 마무리된다. 이 책으로 시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겠다.

시란 무엇일까? 시와 언어의 관계는 음악과 소음에 견줄 수 있다. 기억에 남고 가치를 부여받도록 특별히 지은 언어라는 뜻이다. 언제나 그 목적을 달성하는 건 아니다. 수 세기가 흐르는 사이 까맣게 잊힌 시가 수천수만 편에 달한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잊히지 않은 시들을 다루려 한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학작품은 「길가메시 서사시」다. 물경 4,000년 전에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지어진 시다. 누가 지었는지, 왜 지었는지, 어떤 독자나 청중을 염두에 두고 지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시는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글자로 점토판에 새겨져 보존되었다. 이 글자는 갈대로 젖은 점토에 쐐기 모양의 홈을 새겨 글을 썼기 때문에 설형문자라고 불린다. (11쪽)



이 책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의 세계를 쫙 펼쳐 보여준다.

그 세계가 워낙 방대하고 다양해서 지적 호기심을 채워준다.

그런데 중간중간 은근 시선을 끄는 이야기들이 보여서 '오오,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잖아!'라며 감탄하며 읽는다.

그러니까 거부감 없이 밋밋하고 뻔한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게 아니라, 통통 튀는 발언이 있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셔도 되나?'라는 생각에 살짝 혼자 걱정스러운 그런 느낌말이다. 그리고 그런 뒷이야기가 더 시선도 끌고 재미있는 양념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시를 판단하는 기준 역시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주관에 따를 수밖에 없다'라며 '나의 선호도는 독자 여러분과 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언급까지 하는 것이다.

그 의견을 존중하며,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바라본 시와 역사를 들어본다. 이 책은 저자 존 캐리가 정리한 시의 역사다.




이 책의 역자는 말한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문화권의 시들은 아니나, 수 세기의 시험을 통과한 걸작들은, 경이롭게도, 번역자의 손에 무너져 내렸다 재조립된 너덜너덜한 언어의 누더기 속에서도,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는 의미의 찬란한 빛을 발하기도 한다(509쪽)고 말이다.

이 책의 번역 작업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고뇌가 함께 했을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은 두고두고 꺼내 읽고 싶은 책이다.

요즘 시를 감상하고 있는데, 같은 시도 읽을 때마다 맛이 다르다. 그런데 여전히 좁고 한정된 세계에서 시를 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내가 바라볼 수 있는 시의 세계를 확대시켜주는 의미에서 이 책을 만난 것이다.

이 책이 앎의 지평을 넓혀주고 다른 시의 세계에도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시의 역사를 알고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이 책이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