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신발은 그저 편한 게 최고다. 패션의 완성 그런 거 아니다. 예전에 구두 잘못 신었다가 발뒤꿈치가 다 까져서 밴드 붙이고 돌아다니기도 했고, 그러니 이제는 아예 운동화 한 켤레로 잘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신발에 관한 것이라고 알고 읽었지만, 한정판 신발에 대한 것이거나 신발 마니아들이 들려주는 모르던 세상 정도라고 생각하고 집어 들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치게 될지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세상의 모습은 더 복잡하다. 서문을 읽다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의 습격으로 2020년 한 해 동안 신발 생산은 거의 40억 켤레 수준으로 추락했으며, 코로나19라는 위기는 패션 산업에서 이미 착취당하고 있던 사람들을 급속히 덮쳤다는 것이다.
생산 라인 전역에서 노동자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비좁은 공장에서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수천 노동자들이 심각한 병에 걸렸다고 한다.
자본주의는 평등을 위해 만들어진 구조가 아니라, 극소수에게 은하계 수준의 부를 안겨주면서 수십억 명의 인구를 가난에 두는데, 위기가 닥치면 꼭대기의 사람들은 보호받고, 가장 큰 타격은 노동자들에게 가도록 만들어진 체제(11쪽)라는 것이다.
서문만 읽어보아도 엄청 충격적이다. 개인적으로 신발의 소비가 많든 적든, 이런 것은 상관이 없었다. 내가 신발을 더 소비하든 덜 소비하든 그런 것보다는 그저 시스템 자체의 문제 때문에 극빈 노동자층에게는 이래저래 타격이 큰 것이었다.
저자는 신발이라는 단순해 보이는 생필품을 통해 글로벌 사우스의 공장과 재택 노동, 고삐 풀린 소비주의, 산더미 같은 폐기물, 자본주의의 속임수, 난민, 생태계 파괴, 무력하거나 무관심한 정부 같은 세계화의 해악을 낱낱이 까발린다. 저자는 그저 현 상황의 절박함을 폭로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억압과 파괴가 있는 곳에 저항 또한 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권리 침해에 맞서 저항하며 초국적기업, 억압적인 공장 소유주, 환경 파괴와 불공정한 정부에 도전하는 용감한 사람들을 우리 눈앞에 들이민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나아갈 방법을 친절히 알려주고 함께 가자고 권한다. (336~337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 책에서 알려줄 충격적인 진실 앞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본격적으로 『풋 워크』를 읽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