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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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이 문장에서였다.

히가시노 게이고, 렌조 미키히코를 잇는 괴물 작가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역작 『미궁』

독자들의 요청으로 10년 만에 마침내 복간!

독자들이 요청해서 재출간되었다는 점을 알고 나니,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이유가 샘솟는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침내 미궁에 빠져드는 시간을 보냈다.

들어온 사람도, 빠져나간 사람도 없는 종이학 살인사건의 전말. 과연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이 책 『미궁』을 읽으며 사건 속으로 들어가본다.



이 책의 저자는 나카무라 후미노리. 2002년 『총』으로 신초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같은 작품으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다. 2003년 『차광』으로 다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으며 2004년 노마무예신인상을 받았다. 2005년 『악의의 수기』로 미시마유키오상 후보에 올랐고, 같은 해

『흙 속의 아이』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2010년에는 『쓰리』로 오에겐자부로상을 받아 지금까지도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사실 나는 살인사건이 무섭다. 그래서 되도록 안 보려고 한다. 어두운 소설도 싫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모든 것을 갖추었다.

그리고 그럼에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는 것은 그것부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의 취향이나 정서적인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누구든 소설 속 세계로 초대하는 무시무시한 힘이 있으니 말이다.

히오키 사건.

이 사건은 재체포, 재구류의 위법성을 묻는 사례의 모델로서 사법고시 문제집에도 게재되어 있었다. 1988년에 일어난 미궁 사건이다. 내가 열두 살 때다. 언론에서는 '종이학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나는 사무실에 있던 파란색 파일을 슬쩍 펼쳤다.

도쿄 네리마구의 민가에서 히오키 다케시(45세)라는 남성과 그의 아내 유리(39세), 그리고 그의 장남(15세)이 사체로 발견된 사건. 장녀(12세)만 살아남았다.

당시 이 민가는 밀실 상태였다. 현관, 창문, 모든 곳이 잠겨 있었다. 다만 한 군데, 화장실 창문은 열려 있었으나 작은 환기용 창이어서 몸집이 작은 어린아이가 아니면 드나들 수 없었다. (35~36쪽)

살인사건에 대한 책이어서 그런지 산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사건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이 이어지는 부분부터 집중도가 높아졌다.

처음에는 일가족 자살이라는 쪽으로 수사가 시작되었으나, 남편과 아내가 모두 예리한 흉기에 의해 죽었는데 현장에 흉기는 없었다? 남편과 장남에게는 무수히 구타를 당한 흔적이 있었다? 등등 범행 현장의 증거들은 타살을 가리키고 있었다.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범인은 누구일까?



"이를테면 A를 해결하면 B라는 문제가 터져. B를 해결하면 C라는 문제가 터지고. C를 해결하면 D라는 문제가 튀어나와. 하지만 D를 해결하면 다른 해결들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돼……. 미궁에 빠진 사건이란 그런 거야." (129쪽)



독창적인 의식의 흐름이 너무도 신선해서 경탄할 수밖에 없다.

_옮긴이 양윤옥

인간은 정말로 악한 짓을 할 수 있는 건가? (215쪽)

단순히 밀실살인사건을 보려고 이 책을 펼쳐들었는데, 생각보다 복잡한 인간 내면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듯했다. 어쩌면 누구도 인식하기 힘든 악한 본성을 말이다.

그래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더 어둡고 음침하고 기분을 바닥까지 끌어내린다.

그런데 그것이 인간 본연의 내면에 있는 음울한 부분을 들춰내는 데에는 꼭 필요한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옮긴이는 '이만큼 음울한 절망을 그려나가는 것은 그야말로 정신의 맨살을 깎아내는 듯한 작업일 게 틀림없다'라고 표현한다.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상황까지 몰아치며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 그렇기에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필력이 도드라지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카무라 후미노리만이 쓸 수 있는 인간의 광기'라는 설명에 동의하게 된다.

얼굴을 찌푸리며 읽어나가다가, 어느덧 범인이 누구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책의 표지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반드시 어두운 방에서 확인할 것'이라는 주의사항이 있다. 반드시 소설을 다 읽고 확인해보자. 그리고 굳이 어두운 방이 아니어도 책의 각도를 살짝 이리저리 하다보면 보인다. 이런 장치도 마음에 든다. 꼭 소설 다 읽고 확인하자!

독창적인 의식의 흐름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읽어나간 소설이다. 띠지에 있는 주의사항처럼 '배짱 있는 사람만 읽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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