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책의 제목과 동명인 소설 「선물이 있어」를 읽어보았다.
성지의 후배 미나가 벙어리 장갑을 선물하는 장면이었다. 이들의 일상과 대화, 그리고 그들에게 벌어지는 일상 속 감정의 움직임이 현실 같아서 있을 법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는 듯했다.
자연스럽고 지극히 담백한 일상을 그려내어 주변에 이런 인물들이 있을 법하다. 바로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때로는 이렇게 사건이 벌어지고 무언가를 하려고 분주한 것보다는 우리네 일상을 담으면서도 그 안에서 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좋다.
그들의 대화를 들여다보며 나도 함께 동참한다.
「참, 선배! 백화점에서 들었는데 이제 벙어리장갑이라는 말은 뭐랄까, 유효 기간이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이런 장갑은 손모아장갑이라고 부른대요.」
성지는 육전으로 감싼 면을 씹고 있던 터라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그런 단어를 들어 본 것 같기도 했다. 손모아장갑. 단어 자체에 온기가 서린 듯 정감가는 말이었다. (20쪽)
언젠가는 지금의 이 지난한 매일매일도 그저 그런 때가 있었지, 하고 어렴풋이 기억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
이 장갑을 보면서 사람들이 전에는 이런 장갑을 뭐라고 불렀더라, 하고 기억을 더듬어볼 즈음에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책 속에서)
그런 생각을 어느 순간의 나도 했었던 듯하여 소설이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소소한 생각을 짚어주고 전해주니 비로소 내 모습을 알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짧은 소설에서 우리 일상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소재를 끄집어낸다. 그러고 보면 요즘 장갑을 끼지 않고 생활하고 있는 것까지, 나의 일상과 교집합을 만나니 오히려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