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 있어 - 은모든 짧은 소설집
은모든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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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소설에 예전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있다. 책에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역시나 소설로 귀결이 되며, 긴 호흡이 아닌 짧은 시간에도 완성도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단편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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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찾아 헤매는 와중에 이 책 『선물이 있어』를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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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이 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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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은모든. 소설은 호흡이 짧은 이야기부터 긴 이야기까지 두루두루 쓰고 술은 과일보다 곡식으로 빚은 것에 더 끌리는 사람.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연작소설 『우주의 일곱 조각』, 그 밖에 『꿈은, 미니멀리즘』, 『안락』, 『마냥, 슬슬』, 『오프닝 건너뛰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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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스파이와 눈사람', 2부 '시간을 열면', 3부 '12월의 마지막 토요일', 4부 '블랙 크리스마스'로 나뉜다. 선물이 있어, 인재를 찾습니다, 싱글 대디, 크리스마스 선물, 오프 더 레코드, 실패한 농담, 도시 전설, 룸 온리, 포인트, 밀크티 동맹, 딘킈횡담면 갸갸둘둘됴, 이번 주말에 뭐 할까, 결말 닫는 사람들, 584마리의 양, 설마 하는 데이트, 먼로, 천사 강령 등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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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의 제목과 동명인 소설 「선물이 있어」를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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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의 후배 미나가 벙어리 장갑을 선물하는 장면이었다. 이들의 일상과 대화, 그리고 그들에게 벌어지는 일상 속 감정의 움직임이 현실 같아서 있을 법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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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고 지극히 담백한 일상을 그려내어 주변에 이런 인물들이 있을 법하다. 바로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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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이렇게 사건이 벌어지고 무언가를 하려고 분주한 것보다는 우리네 일상을 담으면서도 그 안에서 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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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대화를 들여다보며 나도 함께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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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선배! 백화점에서 들었는데 이제 벙어리장갑이라는 말은 뭐랄까, 유효 기간이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이제 이런 장갑은 손모아장갑이라고 부른대요.」

성지는 육전으로 감싼 면을 씹고 있던 터라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그런 단어를 들어 본 것 같기도 했다. 손모아장갑. 단어 자체에 온기가 서린 듯 정감가는 말이었다.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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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지금의 이 지난한 매일매일도 그저 그런 때가 있었지, 하고 어렴풋이 기억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

이 장갑을 보면서 사람들이 전에는 이런 장갑을 뭐라고 불렀더라, 하고 기억을 더듬어볼 즈음에는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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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어느 순간의 나도 했었던 듯하여 소설이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소소한 생각을 짚어주고 전해주니 비로소 내 모습을 알게 되는 그런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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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에서 우리 일상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소재를 끄집어낸다. 그러고 보면 요즘 장갑을 끼지 않고 생활하고 있는 것까지, 나의 일상과 교집합을 만나니 오히려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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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담긴 소설 속 인물들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고도 특별한 이들이다. 친근감이 있고, 어쩌면 내 안의 내 모습인 듯도 한 그들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읽어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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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편안하고 부드럽게 소설을 풀어나가다니, 이 책을 읽으면서 가볍고 정다운 티타임을 가져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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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환상의 경계 속

사람 사이의 온기와 작은 것들이

소중해지는 어떤 순간 (책 띠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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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존재일 것이다. 이 소설이 그렇게 특별함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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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책에 실린 짧은 소설들은 대부분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거치며 탄생했다고 언급한다. 그렇게 만나게 된 열일곱 편의 단편 소설을 이 책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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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게 있다. 그동안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를 보면서 무언가 사건이 벌어지고 그래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온갖 고뇌와 방황 등 복합적인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보며 등장인물의 마음에서 간접경험을 해보았다면, 이 소설은 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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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왜 별일이 일어나지 않지?'라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당연한 우리의 일상을 끌어들였기에 오히려 더 우리 삶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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