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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 (양장)
레베카 크누스 지음, 강창래 옮김 / 알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섬뜩함, 그리고 궁금함......그런 심정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약간은 두꺼운 책 두께에 처음엔 주저하게 되었지만, 점점 작가의 지적인 영역의 광대함에 놀라며 책 속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보통의 지식으로는 이런 책을 쓸 수 없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읽을수록 문화와 정치, 권력 등이 연결되어 세상을 이루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세상을 보는 눈을 새롭게 해준다.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수메르나 아시리아, 고대 이집트, 고대 중국에서 문자가 시작되었고, 책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정치 권력이 바뀔 때마다 도서관을 파괴하는 의례를 치러야했다는 그 부분에서 볼 때, 세계의 역사든 국가의 역사든 간에 반복되고 순환되는 역사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정치 체제가 바뀔 때마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도서관을 파괴하고 책을 불태워버리는 일들을 아시아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양심의 가책도 없이 저질러버리고, 민족주의, 군국주의를 앞세워서 군중들을 들뜨게 만들고 흥분하게 하여 자기 세력을 만들어 가는 모습들이 사람의 한계라는 것을 느꼈다.
책과 도서관은 기억의 창고로서, 비판적인 생각을 지원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폭력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무자비하게 통제해야만 했다는 사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학살하다’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장점은 세계 역사를 한 눈에 짚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히틀러, 나폴레옹, 스탈린, 사담 후세인, 중국의 황제들 등 모두들 방법의 차이는 있었지만, 비슷한 수법으로 무참하게 사람들을 죽이고, 그들의 정신까지도 말살시키려 책을 불살라버렸다. 이루 다 셀 수 없을 정도의 책들이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종교에 있어서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모든 종교가 ’사랑’, ’자비’의 마음일텐데, 종교의 이름으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본다.
하나님의 교회 추수회의는 피츠버그 근처에서 헤밍웨이, 칼릴 지브란의 작품을 비롯하여 신을 모독하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판단된 책들을 모조리 불태웠다. 같은 해 3월 28일 조지아에서 여호와의 증인들의 책이 불타 없어졌다.
같은 해 자카르타에서 민족주의자와 이슬람 교도들이 공산주의 사상을 담은 책들을 모조리 불태워 없앴다.
이런 일들이 끊임 없이 반복된다.
알수록 불편한 진실을 접하게 된 느낌이라서 마음이 무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