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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사랑을 만나다 - 섬 순례자 강제윤의 제주 올레길 여행
강제윤 지음 / 예담 / 2010년 6월
평점 :
나에게도 올레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제주 올레에 관한 책이 나오면 악착같이 읽게 되는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무언가 모자란 듯한, 무언가 빠져버린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올레에 대한 책은 찾아 읽게 된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책이 <올레, 사랑을 만나다>였다.
보길도에서 댐 반대 운동을 한적 있는 떠돌이 시인 강제윤,
비양도 케이블카를 막고 싶어하는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의 동병상련을 느낄 수 있는 추천의 글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 올레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열정이
이 책을 손에 든 나에게 첫장부터 그 열정을 전해준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제주 KBS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 ‘제주진단’을 진행한 언론인 진희종의 이야기였다.
그는 올레길이 성공한 원인을 “돈을 들이지 않고 개발을 하지 않아서”라고 평가한다. 사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도로를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얼마나 많은 자연이 파괴되었는가. 올레길은 돈으로 길을 만들지 않고 단지 잊혀진 옛길을 찾아 이어준 것일 뿐이다. 돈을 들이지 않았으니 자연이 파괴될 일도 없었다. 만약 올레길이 정신이 아니라 돈으로 낸 길이었다면 아마 돈의 액수만큼 망가졌을 것이다. (183p)
저자는 섭지코지를 가서 ‘이제 다시는 섭지코지에 가지 않으리’라는 글을 썼다.
섭지코지의 길에는 초원을 노닐던 말들은 사라지고 레스토랑 손님을 실은 전기자동차들만 유유히 질주하고 있다고 하니, 자연은 자연스럽게 놔두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하려고 해서 인공적으로 훼손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
특히 비양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너무 속상한 일이다.
제발 그러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높지도 않고 가기 힘든 것도 아닌데, 비양봉 정상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며 확 트인 기분을 느끼는 것을 케이블카로 막아버린다는 것은 안타깝기만 하다.
인간이 자연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은 자연 속에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 해야할 당연한 일일텐데, 무리하고 인공적인 개발로 하지 않아도 될 것을 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올레길 자체의 여행 정보보다는 그 안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 살이의 모습, 올레의 정신을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겉모습도 아름답지만, 그 속도 볼 수 있는 책, 올레의 속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책, 사람과 사랑의 이야기가 담긴 책, <올레, 사랑을 만나다>로 다시 한 번 올레를 바라보고 꿈꾸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