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이들의 무기력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던 익숙한 시선을 거두고, 그것이 사회적 구조와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임을 강조한다.
무기력이란 단어 속에는 이미 낙인 같은 기운이 묻어 있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아이들이 게으른 게 아니라, 끊임없이 요구와 압박에 시달리다 탈진했기 때문이라고. 그 말은 무척 직설적이면서도 따뜻했다. 누군가 아이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그것을 존중해주는 순간이 바로 치유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책 속에는 수많은 상담실 사례가 담겨 있다. "나를 따뜻하게 해주는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고개를 젓는다. 부모도, 선생님도, 이웃도 그 자리에 있지 않다고 답한다.
어른들이 아이들 곁에 없다는 건, 그저 물리적인 부재가 아니라 감정적인 결핍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결국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혼자서 무거운 짐을 짊어진다.
사회는 성적과 성취만을 강조하면서 아이들에게 쉬어도 된다고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기력이란 방패 뒤로 숨어버리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