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무기력의 비밀 - 우리 아이들의 의욕과 활기는 왜 사라졌을까
김현수 지음 / 해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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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아이가 "아무것도 하기 싫어"라고 말한다면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그저 투정이겠거니 하며 넘기지 말고 달리 생각해보아야 한다.

《요즘 아이들 무기력의 비밀》을 펼쳐보면 그 말이 다르게 들릴 것이다.

표지에 적힌 "무기력은 게으르고 나태한 게 아니라 탈진이며 비명이다"라는 문장이 머리를 세차게 울렸다. 아이들의 의욕 없음 뒤에는 실제로 도와달라는 신호가 숨어 있다는 사실, 그걸 알게 되는 순간 마음 깊숙이 찔린 기분이 들 것이다.



이 책은 아이들의 무기력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던 익숙한 시선을 거두고, 그것이 사회적 구조와 환경이 만들어낸 결과임을 강조한다.

무기력이란 단어 속에는 이미 낙인 같은 기운이 묻어 있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아이들이 게으른 게 아니라, 끊임없이 요구와 압박에 시달리다 탈진했기 때문이라고. 그 말은 무척 직설적이면서도 따뜻했다. 누군가 아이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그것을 존중해주는 순간이 바로 치유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책 속에는 수많은 상담실 사례가 담겨 있다. "나를 따뜻하게 해주는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고개를 젓는다. 부모도, 선생님도, 이웃도 그 자리에 있지 않다고 답한다.

어른들이 아이들 곁에 없다는 건, 그저 물리적인 부재가 아니라 감정적인 결핍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결국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혼자서 무거운 짐을 짊어진다.

사회는 성적과 성취만을 강조하면서 아이들에게 쉬어도 된다고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기력이란 방패 뒤로 숨어버리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결과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무기력을 비명이라 표현한 대목이다.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는 대신 행동을 멈춘다. 학교에서 고개를 떨구고, 집에서는 문을 닫는다. 이는 무관심이 아니라,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신호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정신 차려라' '열심히 해라'라는 말로만 아이들을 몰아붙인다. 아이의 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짜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또한 아이들이 무기력을 벗어나려면 함께 버티는 어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단한 조언이나 거창한 해결책이 아니라, 곁에 있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존재. 예를 들어 교실에서 작은 의견이라도 존중받는 경험, 집에서 부모가 괜찮다고 말해주는 순간, 그런 사소한 경험이 아이들의 회복력을 키운다고 말한다. 심리학적으로도 긍정적인 관계망이야말로 무기력 극복의 핵심이다.

아이의 무기력을 보며 답답해하기보다, 그 무기력에 담긴 의미를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먼저라는 사실을 이 책은 인식하게 한다.

이 책은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어른들을 향한 경고장이기도 하다. 사회가 불친절해지고 각박해진 지금,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성취가 아니라 존재를 인정받는 경험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



이 책을 읽으며 무기력은 아이들이 보내는 구조 신호라는 것, 그것을 제대로 듣는 일이 어른들의 몫이라는 과제를 건네받았다.

우리 아이들이 다시 세상과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건 지시와 명령이 아니라 따뜻한 동행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요즘 아이들 무기력의 비밀》은 지금 어른들에게 던져진 가장 시급한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왜 안 하니?"라는 추궁 대신 "힘들지?"라는 공감으로 바꿀 수 있을까. 그 작은 변화가 아이들의 탈진을 잠시 멈추게 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올 용기를 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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