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읽는 당신이 옳다 - 공감과 경계로 짓는 필사의 시간
정혜신 지음 / 해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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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누군가의 문장을 빌려 내 마음을 확인하고, 나의 감정을 따라 다시 나를 읽게 해주는 손의 독서였다. 마음의 속도를 따라가며 오래 머물 수 있는 문장을 건네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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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읽는 당신이 옳다 - 공감과 경계로 짓는 필사의 시간
정혜신 지음 / 해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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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따라 꾹꾹 눌러 써본 적이 있는가. 나는 요즘 마음의 언어를 자주 찾게 된다. 한 문장을 오래 들여다보고, 몇 번이고 따라 쓰게 되는 책을 만나면 기꺼이 시간을 들여 써보게 된다.

『손으로 읽는 당신이 옳다』는 그런 책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누군가의 문장을 빌려 내 마음을 확인하고, 나의 감정을 따라 다시 나를 읽게 해주는 손의 독서였다.



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건 『당신이 옳다』에서 뽑아 정리한 문장들이라는 설명 때문이었다. 핀셋처럼 고르고 또 고른 말들, 이미 검증된 진심의 언어들이라니, 단숨에 마음이 끌렸다.

한때 『당신이 옳다』를 천천히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 고개 끄덕임을 손끝으로 옮겨 적으며 천천히, 깊이, 다시 음미하고 싶었다.



책장을 넘기면, 매 문장마다 나와 공감되는 말을 만나고 싶었다는 내 바람에 부응하듯 말들이 말을 걸어온다.

이 문장이 지금 내 마음과 정확히 마주 보고 있구나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럴 땐 아무 설명 없이도 손이 먼저 움직인다. 꾹꾹 눌러 써보게 된다.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마음을 누군가 대신 꺼내준 것 같아서 반가웠다.



이 책은 단지 필사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하나의 회화, 하나의 문장, 그리고 빈 여백. 이 세 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묵상하듯 사유하게 한다.

그림이 분위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말은 말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감을 발하고, 그 둘이 어우러지니 읽기와 쓰기라는 행위에 감정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문장을 뽑아서 정리해놓으니 한결 더 새롭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원작에서 만났을 땐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말들이, 여백 위에 단독으로 놓이자 오히려 더 깊이 들어온다. 정돈된 여운처럼,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 책은 '어떤 말을 오늘 나의 말로 만들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매일 한 문장, 하루 한 줄의 성찰. 그런 식의 독서와 필사는 생각보다 더 진하게 마음에 새겨진다.



공감이라는 것은 논리든 감정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말을 이 책을 읽으며 실감하게 된다. 문장의 구조나 화법을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의도된 진심이 온전히 전해질 때 우리는 마음을 연다.

공감은 언제나 그렇게 시작된다. 어떤 말은 나를 울게 하고, 어떤 말은 오래 묵혀둔 상처를 쓰다듬듯 어루만진다. 그 모든 순간을 손으로 쓴다는 건 단지 필사의 행위를 넘어, 마음의 겹을 조심스레 펼치는 일이다.

글을 따라 쓰다 보면 문득, 나의 시선이 너에게 가 닿아 있다. 처음엔 나에게 필요한 말로 시작되었지만, 쓰고 나면 어느 순간 그 말이 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 바뀌어 있다. 그것이 공감의 흐름이다.

나를 통과한 진심이 누군가에게 닿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그래서 이 책은 내 안에만 머무는 책이 아니라, 손을 거쳐 타인에게로 전해지는 말의 다리가 된다.

『손으로 읽는 당신이 옳다』는 읽고 쓰기와 그림 감상이라는 세 갈래의 길을 하나로 잇는다. 마음의 속도를 따라가며 오래 머물 수 있는 문장을 건네는 책. 그 문장을 따라 쓰는 행위가 결국은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타인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연습이 된다.


나는 이 책을 책상 한쪽에 두고, 매일 한 장씩 꺼내 쓴다. 때론 울컥하게 만들고, 때론 조용히 위로해주는 한 줄의 문장이 필요할 때, 이 책은 언제든 다시 펼칠 수 있는 마음의 노트가 된다.

말과 말 사이의 여백, 그 고요한 공간 속에서 나는 오늘도 나를 새롭게 정리한다. 꾹꾹 눌러 쓴 그 말들이 결국 나를 지탱해줄 힘이 되어준다. 이 책은 그런 힘을 가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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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
법정 지음, 김인중 그림 / 열림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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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법정 스님의 문장은, 시간이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다. 다시 읽을 때마다 처음 읽는 것처럼 가슴 한가운데를 조용히 울린다.

소리 없는 말씀인데도 마음이 잔잔해지고, 글자 사이사이로 바람이 스쳐가는 듯한 고요함이 감돈다.

이번에 펼쳐든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는 그런 법정 스님의 말씀과, 김인중 화백의 깊이 있는 그림이 어우러져 한 권의 묵상집처럼 다가온 책이다.

"무엇보다도 침묵을 사랑하라. 침묵 속에 머무는 사람만이 발견한다"

뒤표지에 적힌 문장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요란한 정보와 가벼운 말들 속에서 하루를 버티는 이 시기에, 법정 스님의 말씀은 그 자체로 쉼이자 성찰의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마음에 꽃을 심는 일에 나도 동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삶을 향한 간결한 문장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친절이라는 글은 내게 오래 남았다.

세상에 가장 위대한 종교가 있다면 그것은 친절이다.(136쪽)

이 문장을 읽고 나서야, 나는 얼마나 많은 말을 하며 살았는지보다 얼마나 따뜻한 말을 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따뜻한 배려 하나가 얼마나 깊은 울림이 되는지를, 우리는 잊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프랑스 도미니코 수도회 소속의 사제이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스테인드글라스 예술가 김인중 화백의 작품이 함께 담겨 있다. 그의 그림은 침묵으로 완성된 기도이며, 빛을 품은 명상이다. 스테인드글라스의 잔해처럼 겹겹이 쌓인 색채들은 말보다 깊은 감정을 전하고, 그 안에 녹아든 빛의 언어는 우리 마음속 가장 조용한 곳에 닿는다. 붓질 하나하나가 상처이자 치유였고, 결핍이자 충만이었다.

읽어나가다가 나는 몇몇 장면 앞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화면을 가득 채운 붉은 덩어리, 눈을 내리누르는 짙은 먹색의 흔들림… 그 속에서 나는 분노와 슬픔, 절제와 평안을 동시에 마주했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햇빛처럼, 그림은 내면 깊숙이 침투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이 책은 텍스트로만 읽히지 않는다. 문장은 마음을 두드리고, 그림은 침묵의 여백으로 이끈다. 김인중 화백의 예술은 법정 스님의 말씀과 함께 호흡하며,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각적 묵상이다.

법정 스님의 글은 도덕이나 교훈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는 말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조용히 묻는 시선이다.

그의 문장은 누군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 스스로 내면을 비추고, 삶의 속도를 늦추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도록 안내한다.

그러니 그의 글을 읽는다는 건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를 돌아보는 일이다. 물처럼 흐르고, 나무처럼 머물며, 침묵 속에서 말보다 큰 울림을 지닌 삶. 법정 스님의 글은 그 삶의 태도를 매일 새롭게 일깨워준다.

또한 이 책에는, 마무리에 관한 성찰도 담겨 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단호한 결단이 아니라 내려놓음이라는 것을, 법정 스님은 조용히 일깨워준다.

이 책은 읽고 난 뒤에도 오래 마음에 남는다. 침묵처럼, 다 말하고도 아무 말이 없는 그 고요한 여운으로.

말보다 앞선 마음의 움직임, 문장 너머의 침묵이 더 깊이 다가오는 순간들.

『침묵하라 그리고 말하라』는 삶의 어느 지점에서든 다시 꺼내 들 수 있는 책이다. 누군가의 조언보다, 화려한 말보다, 더 큰 힘이 되어주는 한 줄의 문장과 한 장의 그림이 마음을 조용히 감싸안는다.

지금 이 순간,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이들에게, 말보다 중요한 멈춤과 들음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다.

법정 스님 책을 찾는다면 김인중 화백과 함께 한 이 책을 선택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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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용 스트레칭북 (스프링북) - 어디든 세워두고 30초만 따라 하세요!, 개정판
브레이니 피트니스 랩 지음, 피지컬갤러리 의학 전문가 그룹 감수 / 시간과공간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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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앉아서 보내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운동이 아니다.

작은 스트레칭 하나가 오늘의 피로를 풀고, 내일의 자세를 바꾼다.

『탁상용 스트레칭북』은 좌식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을 위해, 꼭 필요한 스트레칭 방법을 누구나 따라 할 수 있게 안내한다.

복잡한 설명 없이, 그림 하나로 바로 이해되고, 움직이게 만드는 힘.

이 책은 그렇게 매일의 굳은 몸을 천천히 풀어준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는 요즘, 몸의 이상신호를 무시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뒷목이 뻐근하고, 어깨가 자주 결리며, 허리에 찌릿한 통증이 찾아오는 건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몸은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자세로 앉았고, 얼마나 오래 움직이지 않았는지를 몸은 다 알고 있다.

그 습관은 언젠가 통증이라는 결과로 되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스트레칭이다.

하지만 마음만 앞서고 실천은 어렵다.

그럴 때 『탁상용 스트레칭북』이 필요하다.

"어디든 세워두고 30초만 따라 하세요."

누구나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구성은 단순하지만 매우 실용적이다.

한 장에 하나의 동작이 들어 있고, 각 동작마다 어떤 부위에 효과가 있는지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팔, 어깨, 목, 허리, 다리 등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근육군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동작은 복잡하지 않다.

서서 손끝 당기기는 책상 옆에서 잠깐 일어나기만 해도 할 수 있다.




'무릎 꿇고 앉아 손바닥 붙이기'는 손목과 전완근을 풀어주는 데 탁월하다.

모든 동작에는 유지 시간과 반복 횟수가 제시되어 있어서, 별도의 운동지식 없이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이 책의 직관성이다.

말보다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점, 그리고 그 그림이 동작의 흐름을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스트레칭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화살표로 표현된 동작 방향과 근육 부위 강조, 그리고 꼭 필요한 설명만 딱 세 줄 정도로 정리한 구성은 정말 훌륭하다.

그 덕분에 책장을 넘기면서도 부담이 없다.

오히려 '이건 언제 한번 해봐야지'가 아니라, '지금 이거 하나만 하고 갈까?'라는 마음이 든다.


『탁상용 스트레칭북』이 다른 스트레칭 책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생활 밀착형이라는 데 있다.

헬스장이나 요가 매트가 없어도 된다.

무릎 꿇거나 벽을 짚는 정도의 공간만 있다면 누구든 가능하다.

또한 각 동작은 개별 수행도 가능하지만, 책 뒤에 수록된 '맞춤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따라 루틴처럼 활용해도 좋다.

어깨 결림 완화 루틴, 혈액순환 촉진 루틴, 피로 해소 루틴처럼 주제별 프로그램을 따르다 보면 어느새 전신이 부드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좌측에는 Daily Log란이 있어, 오늘 어떤 동작을 했는지 체크할 수 있다.

그 체크 하나가 하루를 마무리할 때의 뿌듯함으로 남는다.

내가 내 몸을 챙기고 있다는 자각.

그 자각이 일상을 바꾸는 힘이다.

책을 펼치기만 하면 시작되는 운동. 이보다 더 쉬운 건강 루틴이 있을까?

이 책은 운동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일상을 위한 책이다.

몸을 위한 루틴을 만들고 싶은 사람, 아침에 굳은 몸을 풀고 싶은 사람, 퇴근 후 늘어진 몸을 다독이고 싶은 사람에게 꼭 맞는 구성이다.

짧지만 효과적인 30초의 루틴, 하루 한 동작이 몸의 내일을 바꾼다.

우리 몸은 잘 쓰면 오래 간다.

『탁상용 스트레칭북』은 그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매우 현실적인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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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소담 클래식 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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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재즈가 울려 퍼지고 샴페인이 끊이지 않던 시대, 모두가 번쩍이는 꿈을 향하던 1920년대 미국. 『위대한 개츠비』는 그 화려한 시대의 표면 아래 숨겨진 무너지는 이상과 인간의 욕망을 가장 매혹적이고도 잔혹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 시절의 청춘은 눈부셨고, 동시에 잔혹했다. 나는 이 책을 펼칠 때마다, 황금빛 조명 아래 울려 퍼지던 재즈 선율이 다시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메리칸드림의 찬란한 유혹과 그 끝자락에 도사린 공허함, 그 매력을 다시 맛보고 싶어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F. S. 피츠제럴드. 재즈 시대라 불리던 1920년대 미국을 가장 날카롭고도 우아하게 포착해낸 작가다. 그는 휘황찬란한 외면 속에 도사린 인간의 욕망과 공허를 집요하게 응시했고, 아메리칸드림이라는 환상의 본질을 해부하듯 드러냈다.

『위대한 개츠비』는 그의 대표작이자, 그런 시선을 가장 정제된 문장으로 구현해낸 작품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두고 20세기 최고의 미국 소설이라 평가하는 이유는, 그 문장이 시대를 꿰뚫는 통찰과 감정의 미세한 결을 동시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피츠제럴드는 화려한 파티의 연기를 걷어내고, 그 뒤에 남은 허무와 그리움을 써 내려간 작가다.

개츠비라는 인물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허상 그 자체다. 그는 가난한 청년이었지만, 데이지라는 여인을 다시 품기 위해 자신만의 신화를 만들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축적한 부, 사치스러운 파티, 허공을 응시하는 눈빛. 하지만 아무리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아도 그의 파티에는 늘 그녀만이 없었다.

사랑을 위해 세운 모든 것들이, 정작 사랑하는 이에게는 닿지 못하는 구조적 비극. 빛을 잡기 위해 손을 뻗던 그 모습이 이토록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서사가 결코 사랑 이야기 하나로만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피츠제럴드는 사랑을 빌미로 당시 미국 사회의 허상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화려한 옷을 걸친 채 도덕적 기반 없이 질주하는 상류층, 성공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는 불의, 그리고 그 틈에서 찢기듯 사라지는 순수함. 개츠비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느끼는 슬픔은, 단지 데이지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무너지는 꿈을 붙들려고 몸부림치는 자의 애절함에 가깝다.

특히 이번 소담출판사 100주년 기념판은 디자인부터 인상적이다. 금빛 테두리와 클래식한 일러스트, 그 자체로도 소장 가치를 느끼게 한다. 책장을 넘기면 개츠비의 목소리가 아니라 피츠제럴드의 시선이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이야기는 단지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의 기록이다.


이 작품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유는, 단지 문학적으로 뛰어나서가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품었던, 그러나 끝내 닿을 수 없었던 무언가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개츠비는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그 실패 안에는 찬란한 열망이 있었다. 데이지를 다시 품을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을 위해 모든 걸 걸 수 있다는 광기 어린 순수. 그래서 개츠비는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아름답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이 문장이 머릿속에 맴돈다.

개츠비는 그 초록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져 가는 미래, 극도의 흥분이 넘치는 미래가 있다고 믿었다. 그 당시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일이 되면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화창한 아침에………그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 속으로 떠내려가면서도, 파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보트의 노젓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291쪽)

그 빛은 데이지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꿈일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며 품는 수많은 갈망과 닮아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갈망은, 이루어지는 것보다 이루지 못한 채 남겨질 때 더 깊은 흔적을 남길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그런 책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여전히 꿈을 꾸고, 여전히 누군가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는 한, 『위대한 개츠비』는 계속 읽혀야 할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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