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소담 클래식 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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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재즈가 울려 퍼지고 샴페인이 끊이지 않던 시대, 모두가 번쩍이는 꿈을 향하던 1920년대 미국. 『위대한 개츠비』는 그 화려한 시대의 표면 아래 숨겨진 무너지는 이상과 인간의 욕망을 가장 매혹적이고도 잔혹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 시절의 청춘은 눈부셨고, 동시에 잔혹했다. 나는 이 책을 펼칠 때마다, 황금빛 조명 아래 울려 퍼지던 재즈 선율이 다시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메리칸드림의 찬란한 유혹과 그 끝자락에 도사린 공허함, 그 매력을 다시 맛보고 싶어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F. S. 피츠제럴드. 재즈 시대라 불리던 1920년대 미국을 가장 날카롭고도 우아하게 포착해낸 작가다. 그는 휘황찬란한 외면 속에 도사린 인간의 욕망과 공허를 집요하게 응시했고, 아메리칸드림이라는 환상의 본질을 해부하듯 드러냈다.

『위대한 개츠비』는 그의 대표작이자, 그런 시선을 가장 정제된 문장으로 구현해낸 작품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두고 20세기 최고의 미국 소설이라 평가하는 이유는, 그 문장이 시대를 꿰뚫는 통찰과 감정의 미세한 결을 동시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피츠제럴드는 화려한 파티의 연기를 걷어내고, 그 뒤에 남은 허무와 그리움을 써 내려간 작가다.

개츠비라는 인물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허상 그 자체다. 그는 가난한 청년이었지만, 데이지라는 여인을 다시 품기 위해 자신만의 신화를 만들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축적한 부, 사치스러운 파티, 허공을 응시하는 눈빛. 하지만 아무리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아도 그의 파티에는 늘 그녀만이 없었다.

사랑을 위해 세운 모든 것들이, 정작 사랑하는 이에게는 닿지 못하는 구조적 비극. 빛을 잡기 위해 손을 뻗던 그 모습이 이토록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서사가 결코 사랑 이야기 하나로만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피츠제럴드는 사랑을 빌미로 당시 미국 사회의 허상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화려한 옷을 걸친 채 도덕적 기반 없이 질주하는 상류층, 성공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는 불의, 그리고 그 틈에서 찢기듯 사라지는 순수함. 개츠비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느끼는 슬픔은, 단지 데이지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무너지는 꿈을 붙들려고 몸부림치는 자의 애절함에 가깝다.

특히 이번 소담출판사 100주년 기념판은 디자인부터 인상적이다. 금빛 테두리와 클래식한 일러스트, 그 자체로도 소장 가치를 느끼게 한다. 책장을 넘기면 개츠비의 목소리가 아니라 피츠제럴드의 시선이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이야기는 단지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의 기록이다.


이 작품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유는, 단지 문학적으로 뛰어나서가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품었던, 그러나 끝내 닿을 수 없었던 무언가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개츠비는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그 실패 안에는 찬란한 열망이 있었다. 데이지를 다시 품을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을 위해 모든 걸 걸 수 있다는 광기 어린 순수. 그래서 개츠비는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아름답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이 문장이 머릿속에 맴돈다.

개츠비는 그 초록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져 가는 미래, 극도의 흥분이 넘치는 미래가 있다고 믿었다. 그 당시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일이 되면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화창한 아침에………그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 속으로 떠내려가면서도, 파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보트의 노젓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291쪽)

그 빛은 데이지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꿈일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며 품는 수많은 갈망과 닮아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갈망은, 이루어지는 것보다 이루지 못한 채 남겨질 때 더 깊은 흔적을 남길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그런 책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여전히 꿈을 꾸고, 여전히 누군가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는 한, 『위대한 개츠비』는 계속 읽혀야 할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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