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마음을 따라 꾹꾹 눌러 써본 적이 있는가. 나는 요즘 마음의 언어를 자주 찾게 된다. 한 문장을 오래 들여다보고, 몇 번이고 따라 쓰게 되는 책을 만나면 기꺼이 시간을 들여 써보게 된다.
『손으로 읽는 당신이 옳다』는 그런 책이다. 말하자면, 이 책은 누군가의 문장을 빌려 내 마음을 확인하고, 나의 감정을 따라 다시 나를 읽게 해주는 손의 독서였다.
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건 『당신이 옳다』에서 뽑아 정리한 문장들이라는 설명 때문이었다. 핀셋처럼 고르고 또 고른 말들, 이미 검증된 진심의 언어들이라니, 단숨에 마음이 끌렸다.
한때 『당신이 옳다』를 천천히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 고개 끄덕임을 손끝으로 옮겨 적으며 천천히, 깊이, 다시 음미하고 싶었다.
책장을 넘기면, 매 문장마다 나와 공감되는 말을 만나고 싶었다는 내 바람에 부응하듯 말들이 말을 걸어온다.
이 문장이 지금 내 마음과 정확히 마주 보고 있구나 싶은 순간이 있다. 그럴 땐 아무 설명 없이도 손이 먼저 움직인다. 꾹꾹 눌러 써보게 된다.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마음을 누군가 대신 꺼내준 것 같아서 반가웠다.
이 책은 단지 필사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하나의 회화, 하나의 문장, 그리고 빈 여백. 이 세 가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묵상하듯 사유하게 한다.
그림이 분위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말은 말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감을 발하고, 그 둘이 어우러지니 읽기와 쓰기라는 행위에 감정의 물결이 일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문장을 뽑아서 정리해놓으니 한결 더 새롭게 다가왔다는 것이다. 원작에서 만났을 땐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말들이, 여백 위에 단독으로 놓이자 오히려 더 깊이 들어온다. 정돈된 여운처럼,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그래서 읽는 내내 이 책은 '어떤 말을 오늘 나의 말로 만들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매일 한 문장, 하루 한 줄의 성찰. 그런 식의 독서와 필사는 생각보다 더 진하게 마음에 새겨진다.
공감이라는 것은 논리든 감정이든 가리지 않는다는 말을 이 책을 읽으며 실감하게 된다. 문장의 구조나 화법을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의도된 진심이 온전히 전해질 때 우리는 마음을 연다.
공감은 언제나 그렇게 시작된다. 어떤 말은 나를 울게 하고, 어떤 말은 오래 묵혀둔 상처를 쓰다듬듯 어루만진다. 그 모든 순간을 손으로 쓴다는 건 단지 필사의 행위를 넘어, 마음의 겹을 조심스레 펼치는 일이다.
글을 따라 쓰다 보면 문득, 나의 시선이 너에게 가 닿아 있다. 처음엔 나에게 필요한 말로 시작되었지만, 쓰고 나면 어느 순간 그 말이 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 바뀌어 있다. 그것이 공감의 흐름이다.
나를 통과한 진심이 누군가에게 닿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그래서 이 책은 내 안에만 머무는 책이 아니라, 손을 거쳐 타인에게로 전해지는 말의 다리가 된다.
『손으로 읽는 당신이 옳다』는 읽고 쓰기와 그림 감상이라는 세 갈래의 길을 하나로 잇는다. 마음의 속도를 따라가며 오래 머물 수 있는 문장을 건네는 책. 그 문장을 따라 쓰는 행위가 결국은 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타인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연습이 된다.
나는 이 책을 책상 한쪽에 두고, 매일 한 장씩 꺼내 쓴다. 때론 울컥하게 만들고, 때론 조용히 위로해주는 한 줄의 문장이 필요할 때, 이 책은 언제든 다시 펼칠 수 있는 마음의 노트가 된다.
말과 말 사이의 여백, 그 고요한 공간 속에서 나는 오늘도 나를 새롭게 정리한다. 꾹꾹 눌러 쓴 그 말들이 결국 나를 지탱해줄 힘이 되어준다. 이 책은 그런 힘을 가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