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역시 눈에 띈다. 파스텔빛 그라데이션 배경에 유채꽃이 흩날리는 듯한 표지는 트로트가 결코 낡은 장르가 아님을 증명한다. 오히려 그리움을 세련되게 포장한 감성 콘텐츠로 느껴진다.
종이 질감도 부드러워 필사할 때 펜촉이 미끄러지지 않아 좋다. 펜을 들고 책상에 앉아 트로트 한 곡을 쓰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한결 차분해질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정서 치유의 시간이다.
노랫말에는 시대가 담겨 있다. 트로트가 위대한 이유는 그것이 거창한 삶의 진리를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품은 애틋한 감정을 정확히 짚어낸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감정들을 내 손으로 직접 써보게 함으로써, 단지 듣는 것을 넘어 살아보게 만든다.
『삶의 애환을 달래 주는 필사 트로트 명곡 100』은 시간여행의 기록이자, 손끝으로 완성하는 감성 아카이브다. 엄마가 부르던 흥얼거림, 아버지의 술기운에 흘러나오는 콧노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밤 열한 시의 음악… 그 모든 기억이 이 책 안에서 다시 살아난다.
지금 누군가의 인생도, 이 노래 한 줄로 위로받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트로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쓰는 순간, 내 삶에도 또 하나의 노래가 된다. 이 책은 그 노래를 다시 꺼내주는 감정의 재생 버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