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애환을 달래 주는 필사 트로트 명곡 100
한스미디어 편집부 엮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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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한 줄 한 줄을 따라 적다가 어느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멜로디가 흐르지 않아도 선명하게 들려오는 그 시절의 목소리, 잊고 있던 감정의 파편들이 글이 되는 순간이 이 책에 있다.

『삶의 애환을 달래 주는 필사 트로트 명곡 100』은 단지 트로트를 추억하는 책인 것만은 아니다. 한국인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은 감성과 시간을 손끝으로 되새기는 추억의 장을 열어주는 책이다.



이 책에는 이애리수의 '황성옛터'에서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까지, 시대별로 사랑받아온 트로트 명곡 100편이 연대기 순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 안에는 '나그네 설움'처럼 전쟁과 이산의 아픔이 담긴 곡부터, '다 함께 차차차'처럼 희망과 흥을 실은 노래까지, 시대를 살아낸 감정의 주파수가 촘촘히 깔려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진가는 가사를 필사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에 있다. 한쪽 면에는 노랫말이 인쇄되어 있고, 맞은편에는 직접 따라 적을 수 있는 노트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말하자면 이 책은 읽는 책이자 쓰는 책이다.



손으로 써보면 알게 된다. 노랫말이 단지 운율과 리듬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한 시대를 지탱해온 감정의 기록이라는 것을 말이다. 첫사랑, 첫이별, 그리고 젊은 날의 초상. 트로트는 한 개인의 경험을 넘어서, 모두의 기억을 공유하게 만든다.

이 책은 트로트의 탄생과 전성기, 그리고 재조명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변천사를 따라가며 곡들을 구성했다. 트로트가 단지 유행가가 아닌 감정의 서사로 존재했음을 실감하게 된다.

특히 백 년이 넘는 트로트 역사를 가사로 들여다보는 시도는 흥미롭고도 깊다. 한 곡을 따라 적는 동안, 내 삶의 어느 조각과 나란히 흐르는 듯한 감각이 들곤 했다. 그리고 그 여운은 음악을 멈추고도 한참을 남는다.



디자인 역시 눈에 띈다. 파스텔빛 그라데이션 배경에 유채꽃이 흩날리는 듯한 표지는 트로트가 결코 낡은 장르가 아님을 증명한다. 오히려 그리움을 세련되게 포장한 감성 콘텐츠로 느껴진다.

종이 질감도 부드러워 필사할 때 펜촉이 미끄러지지 않아 좋다. 펜을 들고 책상에 앉아 트로트 한 곡을 쓰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한결 차분해질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정서 치유의 시간이다.

노랫말에는 시대가 담겨 있다. 트로트가 위대한 이유는 그것이 거창한 삶의 진리를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품은 애틋한 감정을 정확히 짚어낸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감정들을 내 손으로 직접 써보게 함으로써, 단지 듣는 것을 넘어 살아보게 만든다.

『삶의 애환을 달래 주는 필사 트로트 명곡 100』은 시간여행의 기록이자, 손끝으로 완성하는 감성 아카이브다. 엄마가 부르던 흥얼거림, 아버지의 술기운에 흘러나오는 콧노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밤 열한 시의 음악… 그 모든 기억이 이 책 안에서 다시 살아난다.

지금 누군가의 인생도, 이 노래 한 줄로 위로받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트로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쓰는 순간, 내 삶에도 또 하나의 노래가 된다. 이 책은 그 노래를 다시 꺼내주는 감정의 재생 버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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