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 다시 읽는 신화 이야기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
시마자키 스스무 지음, 정보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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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신들의 계보를 잘 알아보도록 도표를 그려가며 내용을 이어가니, 퍼즐처럼 얽혀 있던 신화의 세계가 선명한 구조로 드러난다. 가이아와 우라노스에서 시작해 크로노스와 제우스로 이어지는 세대교체는 고대인의 상상력이 집약된 거대한 서사의 중심축이다. 『다시 읽는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는 복잡한 신들의 이야기와 상징을 일러스트와 구조적 설명으로 정리해, 신화를 처음 접하는 이도 머릿속에 전체 흐름을 그려볼 수 있게 도와준다.



책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특히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주요 영화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트로이>, <타이탄의 분노>, <헤라클레스>, <퍼시 잭슨> 등 이미 익숙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그리스 신화는 지금도 대중문화의 한복판에서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이며, 고대에서 현대까지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는 점을 이 책은 시각적으로 환기시켜준다.


이 책의 매력은 이야기를 안내하는 방식에 있다. "그리스 신화에 정본이나 원전은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이러한 접근이 각 주제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 각 장은 짧은 호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의 탄생과 갈등, 상징과 해석을 엮어가며 이야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신화의 구조적 언어가 몸에 익는다.

'가장 강한 신은 누구일까?’'에 대한 탐구 또한 인상적이었다. 제우스가 우주의 지배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배경은 그저 무력의 상징이 아니었다. 티탄과의 전투에서 번개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힘을 부여받았다는 설정은, 자연을 제어하는 능력과 통치 권력의 상징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하늘의 신이자 권위의 상징인 제우스는 우라노스, 크로노스와 같은 선대 신들과도 연결되며, 하나의 시대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드러낸다.

신 이외의 존재도 별도로 일러스트와 함께 모아서 설명해주니 이해도가 확연히 높아진다. 켄타우로스, 사이클롭스, 히드라, 키메라 같은 괴물이나 반신반인 존재들은 이야기 속에서 비중 있게 등장하지만, 그동안 신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흐릿하게 기억되곤 했다.

이 책은 그런 존재들을 따로 분류해 일러스트와 함께 시각적으로 정리해주기 때문에, 각 존재의 특징과 신화 속 역할이 뚜렷하게 각인된다. 특히 헤라클레스의 열두 과업에서 만나는 괴물들은 해당 장면과 연결되어 등장해 자연스럽게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이야기의 흐름 속에 놓여 있던 다양한 존재들이 하나의 신화적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자리 잡는다.

헤라클레스의 열두 과업은 고난과 성장을 상징하는 장면의 연속이다. 인간과 신의 혈통을 모두 지닌 존재로서 그는 평범한 길을 걷지 못한다. 히드라, 네메아의 사자, 케르베로스에 이르기까지 괴물들과의 싸움은 단지 영웅담이 아니라 인간이 마주하는 공포와 불안을 은유한 이야기이다. 던져진 임무는 하나하나가 삶의 벽처럼 다가오고, 헤라클레스는 그것을 넘어설 때마다 자신만의 무게를 더해간다. 그가 마주한 시련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존재의 깊이를 더해가는 통과의례처럼 다가온다.

『다시 읽는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는 신화를 시대와 삶의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다. 도표와 삽화, 키워드 정리, 명확한 흐름 덕분에 흩어져 있던 이야기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세계로 다가온다.

고대의 신화가 지금 우리의 일상에 어떤 식으로 녹아들어 있는지, 문화와 언어 속에서 어떻게 반복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이보다 좋은 입문서는 드물 것이다. 신화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을 통해 신화를 다시 읽는 이 과정이 무척 깊고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리스 신화를 여러 책을 통해 보아왔지만, 써머리처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조화한 책은 드물었다. 『다시 읽는 신화 이야기: 그리스 신화』는 신들의 계보와 사건의 흐름, 인물 간의 관계를 도표와 일러스트로 정리해, 방대한 신화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준다.

중요한 에피소드는 키워드 중심으로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어, 이야기의 핵심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필요한 부분만 골라 읽기에도 유용하다.

신화를 처음 접하는 이에게는 입문서로서 충분하고, 여러 신화서를 접한 이에게는 복습과 정리의 도구로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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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
임복희 지음 / 오디세이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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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와 영화, 그리고 편지가 만나는 지점에서 빛나는 책. 낭만과 서사의 진심이 조용히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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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
임복희 지음 / 오디세이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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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12편의 오페라를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말보다 더 강력한 감정의 언어, 편지가 있다. 『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는 무대 위 아리아가 시작되기 전, 혹은 마지막 커튼이 내려간 뒤에도 여운을 남기는 한 장의 편지에 집중한다. 소도구처럼 등장하지만, 그 조용한 종이 한 장이 서사의 흐름을 송두리째 바꾸는 순간들이 있다. 이 책은 그 장면들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유려한 아리아의 선율을 타고 배달된 편지들을 필름의 눈으로 읽는다

오페라 영화 속 관련 역사적 사건 및 시대적 함의를 추적해 작품 내·외적 맥락을 심층적으로 이해한다

삶에서 예술이 필요한 순간, 오페라의 새롭고 무한한 매혹적 면모를 발견해 이에 다가선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책에 소개된 오페라는 '토스카', '라 트라비아타', '에브게니 오네긴' 등 시대와 언어를 넘나든다. 저자는 각 오페라의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하는 편지를 단서 삼아 인물의 감정선과 작품의 구조를 차근히 짚어낸다. 편지가 쓰이는 이유, 전해지는 방식, 그리고 그 이후 인물들의 선택과 운명을 따라가다 보면, 오페라는 더 이상 낯선 예술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마음을 가장 극적으로, 가장 진실하게 표현하는 예술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 속 장면과의 병치다. 저자는 오페라를 원작으로 한 영화 속 연출들을 비교 분석하며 감정의 밀도와 표현 방식의 차이를 풀어낸다. 같은 편지인데도 영화에서는 클로즈업으로 감정을 밀어붙이고, 오페라 무대에서는 음악과 몸짓으로 그 떨림을 전한다. 이런 비교는 장르를 넘나드는 감상의 문을 열어준다. 오페라와 영화, 고전과 현대, 무대와 스크린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편지를 쓰는 장면, 읽는 장면이 다 나와서 그 시대의 낭만을 새롭게 맛보는 듯하다. 펜촉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 촛불 아래 떨리는 손끝, 문장을 고르고 지우며 망설이는 숨결까지도 상상하게 만든다.

편지는 사랑을 고백하고, 이별을 알리고, 때로는 침묵을 깨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기능한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잉크에 실린 진심이 오페라의 멜로디와 어우러져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마음을 울린다.

디지털 시대에 더욱 그리워지는 손편지의 감성과, 그 안에 담긴 서사의 밀도가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오페라가 담아낸 편지들은 잊혀진 감정의 언어를 다시 불러오고, 그 시절의 낭만과 진심이 얼마나 고결했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오페라 속의 음률이 울려퍼지는 듯 생생하게, 글자 하나하나가 선율을 타고 마음 깊숙이 스며든다. 눈으로 읽는 장면인데도, 배역의 숨결과 아리아의 진동이 온몸에 닿는 듯한 착각이 든다.

편지를 쓰는 인물의 떨리는 손끝, 읽는 이의 굳은 표정, 주고받지 못한 문장들 사이의 여백마저도 음악처럼 흐른다. 이 책은 단지 오페라를 해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인간의 감정과 서사의 파동을 소리 없는 음악처럼 되살려낸다. 덕분에 무대 밖에서도 오페라는 계속해서 울리고, 편지는 다시 그 인물의 마음을 노래한다.

『오페라 영화 속 편지 이야기』는 오페라 애호가뿐 아니라 예술과 인간 심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책이다. 이 책은 화려한 무대 뒤에 숨은 조용한 서사의 진실을 보여준다. 편지라는 사소해 보이는 오브제가 예술과 감정의 중심에 놓일 때, 이야기는 한층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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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결정을 위한 뇌과학
조엘 피어슨 지음, 문희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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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주는 책. 무의식의 신호를 이해하는 순간,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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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결정을 위한 뇌과학
조엘 피어슨 지음, 문희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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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때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마음속 어딘가에서 울렸던 작은 경고음을 무시하고 나서야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이상하다는 감각은 있었지만, 명확한 이유 없이 스쳐 지나갔다.

조엘 피어슨의 『더 좋은 결정을 위한 뇌과학』은 그런 순간에 깃들어 있는 직관의 정체를 뇌과학이라는 렌즈로 새롭게 들여다본다.

우리가 무시했던 감각은 사실 수많은 경험과 기억, 감정이 엮여 뇌에서 생성된 정교한 신호일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이 책의 중심에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조엘 피어슨.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인간의 무의식과 직관에 대한 연구를 선도해 온 학자이다. 그는 직관을 단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영감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뇌가 수많은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처리하고 예측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정교한 판단의 도구로 본다.

피어슨은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가 감이라고 여기는 순간들이 실제로는 뇌가 과거 경험과 감각 정보를 빠르게 연산한 결과임을 밝힌다. 그의 설명은 과학적이면서도 실용적이며, 독자가 스스로의 판단 메커니즘을 점검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그의 다년간 연구가 농축된 결과물이자, 더 나은 결정을 위해 뇌를 어떻게 이해하고 훈련할 수 있을지를 안내하는 친절한 지침서다.



이 책을 읽으며 과거의 어떤 결정을 떠올렸다. 분석 자료는 완비되었고, 조건도 좋아 보였지만 어딘가 마음이 불편했다. 당시에는 이 불확실한 느낌을 논리로 이겨내고 결정했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이어졌다. 『더 좋은 결정을 위한 뇌과학』을 읽고 나서야 그때 느꼈던 감각이 결코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는 축적된 경험과 맥락을 바탕으로 놀라운 속도로 연산하며, 그것이 때로는 말보다 먼저 움직이는 판단으로 나타난다.

피어슨은 직관을 감의 영역이 아닌, 뇌의 신경망이 생성하는 정보 처리 과정으로 풀어낸다. 특히 도파민 시스템이 어떻게 예상과 보상에 반응하며 빠른 선택을 유도하는지,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직관이 신뢰할 수 있는 판단의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뇌가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조합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직관을 맹신하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뇌가 자주 빠지는 편향과 오류의 패턴을 짚어주며, 직관이 작동하는 조건과 한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덕분에 무작정 느낌에 의존하는 것도, 모든 걸 분석에만 맡기는 것도 아닌, 상황에 맞는 사고 균형을 스스로 찾게 된다.

일상 속에서 직관이 작용하는 다양한 장면들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며 새로운 통찰을 열어주어서 이 책을 흥미롭게 읽게 되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뇌과학 개념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흡수되듯 읽을 수 있었다. 판단의 순간마다 왜 어떤 선택이 마음을 끌었는지, 왜 이성보다 먼저 몸이 반응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직관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이토록 실용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놀랍다.

독창적이란 말은 이럴 때 써야 마땅하다."

_애드 캐트멀(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공동 설립자)

『더 좋은 결정을 위한 뇌과학』은 선택 앞에서 늘 갈팡질팡하는 이들에게 유용한 안내서가 될 수 있겠다. 어떤 결정을 앞두고 '왠지 이게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이 책을 읽은 사람은 그 감각을 가볍게 넘기지 않게 될 것이다. 직관은 본능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시간들이 응축되어 흘러나오는 하나의 언어다. 이 책은 그 언어를 해독하는 방법을 조용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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