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 절망의 이야기에서 희망의 이야기로 나아가는 길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 지음, 유영미 옮김 / 지베르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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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뉴스 알림이 울릴 때마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 경제 위기, 범죄 소식이 끊임없이 화면에 밀려들어오는 순간, 나의 하루는 누군가의 불행으로 덮여버린다.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바로 그 순간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우리가 소비하는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의 사고와 감정을 지배하고, 나아가 사회의 방향까지 바꿔나가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책이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내가 무심히 스크롤 하며 흡수했던 부정적인 헤드라인들이 하나의 거대한 내러티브로 엮여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 로냐 폰 부름프자이벨은 언론과 정치, 사회운동의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저널리스트다. 그녀는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느냐가 곧 우리의 세계관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절망적인 사건만 소비한다면 우리는 무력감에 빠져버리고, 희망의 이야기들을 마주할 때 비로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 있는 다음 문장은 마음에 오래 남는다.

부정적인 뉴스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모두 체감해보았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308쪽)

이 말은 뉴스 헤드라인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우리 시대 사람들의 자화상을 정곡으로 찌른다.



어둠은 빛을 파괴하지 않는다.

어둠은 빛을 정의한다.

우리의 기쁨에

그늘을 드리우는 것은

어둠이 아니라

어둠에 대한 두려움이다.

_브레네 브라운

(238쪽)

어둠을 두려워하는 우리의 마음이 우리를 무너뜨린다고 저자는 전한다. 결국 이야기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일 뿐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는 렌즈다.

무슨 이야기를 듣고, 나누고, 기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세계는 전혀 다른 색으로 물든다. 이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전반에도 뚜렷한 파장을 남긴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자가 기후 위기, 정치적 혼란 같은 거대한 문제를 '어떤 이야기를 택할 것인가'라는 관점으로 풀어낸 대목이다. 독일의 환경운동가 루이사 노이바우어가 청년 세대를 모아 목소리를 낸 사례, 기업의 근무시간 단축 실험처럼 삶의 방식을 바꿔내는 시도들이 모두 '새로운 이야기 쓰기'라는 공통점을 지닌다는 것이다.

세상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 이야기만 듣는다면 변화의 가능성을 차단하지만, 다른 길이 있다는 희망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우리는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뇌는 위험을 과도하게 인식한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뇌는 긍정적인 기억보다 부정적인 사건을 훨씬 선명하게 저장하고, 그것이 반복될수록 세상을 더 위협적인 곳으로 인식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늘 뉴스를 켜고 부정적인 사건에 노출되면 무기력감에 빠져드는 것이 결코 내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동시에 그렇기에 더 의식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경각심도 함께 얻었다.



이 책은 거대한 영웅 서사를 넘어 일상의 작은 이야기들 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많은 영화와 뉴스가 위기 속에서 한 명의 영웅을 내세우지만,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는 힘은 연대와 협력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100명이 힘을 합쳐 변화를 만들어내는 이야기라는 구절은 특히 깊이 와닿았다. 우리가 믿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서로의 손을 맞잡고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야기라는 메시지다.

『우리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제목 그대로,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고 살아가는지가 곧 우리의 삶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한다.

뉴스에 압도당하고, 세상에 무력감을 느끼던 나에게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주었다.

나아가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이야기가 미래 세대에게 어떤 세상을 남길지,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면, 하루 동안 내가 소비한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된다. 부정적인 헤드라인으로 시작해 불안에 휩싸이는 하루와 희망을 담은 사례와 연대의 목소리로 힘을 얻는 하루는 전혀 다른 궤적을 가진다.

이 책은 절망을 넘어 희망의 내러티브로 나아가는 길을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길잡이가 된다. 불안으로 지친 마음을 새롭게 세우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힘과 희망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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