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 교토의 명소,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잘 몰랐던 사실을 책을 통해 알게 되고, 궁금한 마음이 지속되어 뒷 장까지 읽게 만드는 힘. 그것이 책을 읽게 하는 원동력이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어느덧 나에게 그런 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책이 출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누구보다 먼저 읽어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렇게 읽은 책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워주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믿고 보는 책으로 자리잡았다.

 

일본에 대한 이야기도 그랬다. 처음에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서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아서 기대감을 내려놓았는데, 그곳에 대한 이야기로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감탄을 자아냈다. 일본의 문화유산에서 교토가 갖는 위상은 실로 크다는 것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4권에 해당되는 교토편을 보며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교토편 두 권 중 하권에 해당되는 책이다. 교토편 상권(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을 먼저 읽어본 상태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던 차에, 가제본으로 먼저 그 이야기를 만나보게 되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리뷰: http://blog.aladin.co.kr/781758123/7005287

집중해서 흥미롭게 읽어나가다가 갑자기 끝나버려 아쉬움이 컸는데, 이렇게 올해 안에 다음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교토에 대한 이야기만 담더라도 역시 두 권으로는 모자라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대표적인 사찰 9곳, 다도의 종가 2곳, 아름다운 정원 2곳의 답사기로 이루어진 '교토의 명소'편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13세기 가마쿠라시대 후기부터 에도시대 말기인 19세기까지 이른다. 이번 책에서 중점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정원과 다도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정원, 건축, 역사, 선종, 다도, 와비사비 등에 대해 대충 알던 지식을 꼼꼼이 짚어가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문화적인 특성을 파악해본다. 가깝고도 먼 나라, 비슷한 듯 다른 문화,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극과 극의 공존, 화려할 때는 더없이 화려하고 또 검소할 때는 더없이 검소한 극단을 보여주는 미학을 이해하도록 노력해본다. 불완전의 미, 모자람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와비사비'에 대해 얼핏 공감하기도 한다.

일본미의 중요한 본질 중 하나인 '와비'는 한적함 또는 부족함을, '사비'는 쓸쓸하면서도 고담한 것을 말하는데 그 뉘앙스가 매우 복합적이어서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힘들다. (254쪽)

 

일본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내가 이렇게 일본 집의 구조를 마치 살아본 사람처럼 말하고 있는 것은 진짜 그런 집에서 살았기 때문이다.'로 시작하는 '우리 어머니의 이력서'라는 글은 저자의 경험담이기에 더욱 눈이 반짝거리며 몰입해서 읽어보게 된다. 직접 경험한 일은 살아있는 역사가 되고, 단순한 이론이 아닌 실제 이야기에 생동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독자로서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한국과 일본 정원의 차이를 담은 글도 마음에 와닿았다. 노년의 답사객이 "우리나라에는 이런 정원이 없죠?"라는 질문을 던지며 몇 해 전에 사업차 온 일본분이 우리나라 정원을 보고 싶다고 했을 때 난감했다고 이야기를 한다. 이럴 때에는 어디를 데려가야 할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런 일본 형식의 정원은 없지만 우리 식의 명원은 많죠. 궁궐 정원으로는 창덕궁 부용정이 제일이고, 은거지 정원으로는 보길도 부용정, 담양 소쇄원이 압권이고, 저택과 함께 어우러진 정원으로는 성북동 성낙원, 강릉 열화당, 영양 서석지 등등을 꼽을 수 있지요."

"사찰 정원으로는 순천 선암사, 서산 개심사, 안동 봉정사 영선암이 멋있죠. 우리나라 정원은 일본 정원과 콘셉트 자체가 아주 달라요. 일본 정원은 보시는 바와 같이 자연을 재현한 인공적 공간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없잖아요. 이에 비해 우리 정원은 자연공간 안에 인공적인 건물이 배치되고 나무가 심어지고 화단이 만들어집니다. 자연과 인공의 관계가 일본과는 정반대이고, 사람이 그 속에 파묻히죠." (242쪽)

 

한국의 정원과 일본의 정원은 다르다. 이에 대해서는 대구 삼격동에 사는 한 사업가가 이야기하는 '한국 정원사와 일본 정원사가 돌 다루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 차이를 짐작할 법하다.

"돌 10개를 놓으면 일본 정원사는 9개를 반듯이 놓고 나서 1개를 약간 비스듬히 틀어놓으려고 궁리하는데, 한국 정원사는 9개는 아무렇게 놓고 나서 1개를 반듯하게 놓으려고 애씁디다." (243쪽)

 

이 책에서 배우고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가 많아서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어가기 힘들다. 이 책을 통해, 알고 있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대충밖에 모르고 있던 일본, 교토의 많은 유적지와 문화유산에 대해 짚어보게 되었다. 부록에 담긴 교토의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답사 일정표 또한 많은 독자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책을 읽고 알게 되면 그 다음에는 느낌이 다르다. 별로 관심이 없었던 곳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렇게 관심이 가니 직접 가서 보고 느끼고 싶은 생각이 새록새록 들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원하는 대로 이 책은 일본학 입문서의 하나로 여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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