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 교토의 역사 “오늘의 교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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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앞부분에 '일본 답사기 교토편을 펴내며'를 보니 교토편 두 권 중 상권을 먼저 펴냈다는 이야기를 보게 된다. '두 권이나?'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갈 즈음, '혹 너무 한 도시에 편중한 것 아니냐고 의아해할 분도 있을 법하다.'는 말과 함께 '교토는 천년 고도로 우리로 치면 경주 같아서 볼거리, 이야깃거리, 공부거리가 너무도 많아 제대로 보고, 알고, 즐기기 위해서는 두 권도 모자랄 정도다.'라고 적혀있다. 일본의 문화유산에서 교토가 갖는 위상은 실로 크다고 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유적만 17곳(사찰 14곳, 신사 3곳)이라니 두 권도 모자랄 정도라는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실제로 교토를 가보지 않은 분이 읽으려면 매우 어렵고 힘들 것이라고 차라리 일본을 공부한다는 마음, 또는 일본학 입문서의 하나로 생각해주면 고맙겠다는 당부로 시작한다. 약간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점과 일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일단 이 책에 대해 약간의 부담을 갖고 독서를 시작하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이는 책이었다. 이 정도면 쉽고 재미나게 교토를 둘러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준 책이다. 일본학 입문서라는 느낌으로 차근차근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은 교토에 직접 가보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점이 장점이었다. 그냥 스쳐지나갈 법한 문화재를 콕 짚어서 설명해준다. 여행길에 이런 설명을 들으며 다니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는 교토 답사 코스를 크게 다섯으로 나누어 알려준다. 직접 교토에 가게 된다면 염두에 두고 여행지를 선정해야겠다.

 

 알며, 즐기기 위한 교토 답사 코스, 다섯

첫째 코스는 교토가 일본의 수도로서 역사의 전면에 부상하기 이전의 유적지들을 순례하는 것이다.

두번째 답사 코스는 헤이안시대(8~12세기) 개막과 함께 창건되어 일본 불교의 양대 산맥을 이룬 동사와 연력사를 답사하는 것이다.

세번째 코스는 우지에 있는 평등원을 답사하는 것이다.

네번째는 백제계 도래인 후손인 사카모토노 다무라마로가 헤이안시대에 세운 히카시야마의 청수사에 올라가는 것이다.

다섯번째는 가마쿠라시대 창건한 사찰들의 답사다.

 

 교토 답사 일번지 청수사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하루는 동창이 전화를 걸어와 "난 교토가 처음인데 어디를 보고 오면 좋은가?"라는 생초보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 상황이 이해가 간다. "청수사(기요미즈데라)를 가봐. 일단은 청수사를 봐야 교토를 봤다고 할 수 있어."

나또한 교토에 대해 생초보 질문을 날릴 만한 사람 중 하나이고, 그런 답변을 들었다면, 그것도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쓴 전문가 동창이 추천하는 곳이라면 그곳에 갔을 것이다. 생초보 답사객까지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절이 청수사라고 이야기한다. 청수사가 가파른 산자락 위 서향으로 앉아있어 특히 석양이 아름답고, 깊은 산속의 아름다움과 넓게 트인 호쾌한 전망을 모두 절집으로 끌어들여 '청수의 무대'라는 전설을 낳았다는 점, 청수사로 오르는 길가는 예나 지금이나 축제의 분위기가 넘쳐흐른다는 것도 그곳에 직접 가서 슬슬 걸으며 경관 속에 직접 존재해보고 싶도록 한다.

 

 청수사 마굿간에 얽힌 '유야 스토리'를 듣고 나니 '이 유야 스토리를 모르고 청수사 마구간에서 느끼는 이방인의 감회란 「춘향전」을 모르고 광한루 앞에 선 외국인의 그것과 매한가지인 셈이었다.(243쪽)'라는 문장이 마음에 콕 와닿는다. 청수사의 기원이 된 소리 샘물이 떨어지는 오토와 폭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내가 그곳에 가게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될까?

세속에 전하기를 물줄기는 각각 지혜,연애,장수를 상징하는데 그중 두 가지만 선택해야지 욕심을 내어 셋을 다 마시면 오히려 불운이 따른다고 한다. 전설을 이렇게 재미있게 엮어놓으니 탐방객들이 줄을 서서 대나무 손잡이에 달린 쪽박으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두 모금씩 마시고 나오느라 북적거린다 (253쪽)

 

 동복사의 변소와 욕실 이야기도 흥미롭다. 욕실은 1459년에 지어진 것으로 기본적으로는 무쇠 가마솥의 더운 물을 바가지로 퍼서 쓰게 되어있고 놀랍게도 증기식 시설도 있었다고 한다. 선사들의 용변 작법도 송나라 때 편찬된『입중일용청규』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해준다. 이 책을 통해 일본과 우리나라의 비슷한 듯 다르고, 다른 듯 비슷한 문화 모습을 보게 된다.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이거나 아름답다는 것이 아니라 두 민족의 차이를 말해주는 것이라며 설명해주는 부분에 공감하게 된다.

 

 집중해서 흥미롭게 읽어나가다보니 안타깝게 1권이 끝나있다. 처음에 교토에 대한 이야기만 두 권을 쓴다고 한 것에 의아했는데, 역시 두 권으로도 모자라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어서 교토 하권이 나오기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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