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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p24)
공지영씨의 친구이기도 한 지리산자락에 산다는 버들치 시인이 했다는 이 말에 우선 웃음이 낫다. 뭐랄까.. 뜬구름잡는 이야기처럼도 느껴지지만 사실 맞는 말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각박해진 도시에서는 생각할수도 없는 일이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소비와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움직이기만 해도 돈을 필요로 하는 도시에서는 솔직히 이룰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들은 지리산으로 몰려들었다.
지리산.
산세가 험하기로 소문난 산. 종주를 하려면 2박 3일 정도는 걸린다는 이 산은 큰 산세만큼 넓은 마음을 지니기도 했다. 이렇게 도시를 떠나와 자신에게 안기는 사람들은 넉넉한 마음으로 품어준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켜 행복함을 전해주는, 지리산 사람들 이야기를 공지영씨가 전해준다.
버들치 시인이며, 고알피엠, 낙장불입 시인 등 본래 이름보다는 인터넷 닉네임처럼, 별명처럼 불리는 이 사람들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풋풋한 감성과 넉넉한 인심, 따스한 여유까지 전해주고 있었다. 하- 나도 지리산에나 가서 살아볼까?
얼굴도 마음도 키도 피부도 모두 다른 우리를 똑같은 인간으로 찍어내기 위해 혈안이 된 도시에서 그 누구도 아니고 오로지 내 자신이 되고자 하는 싸움은 사실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치열하고 힘겨운 전쟁이다. (p26)
이 문장을 접하고선 하, 하는 한숨부터 나왔다. 전쟁보다도 더한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 도시의 삶이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좀 더 나은 삶을 위해서와 같이 이유는 많았다. 하지만 이런 도시에서의 삶에서 지치고, 소모되어 결국 패배자처럼 스스로를 생각하게 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많을까 싶다. 언론에서는 그들보다는 결국 전쟁에서 승리한 단 한사람의 영웅을 도시의 삶 전부인양, 포장하여 사람들은 또다시, 또다시 끝나지 않는 전쟁을 계속하게 만든다.
공지영씨가 전해주는 지리산의 삶은 그래서 신선하다. 맞춤법 상관없이 발음나는대로 전해주는 아버지의 쪽지에 감동받고, 그들을 품어준 지리산을 지키고자, 그곳에서도 전쟁을 벌이게 만든 사회가 한탄스럽고, 좀 더 본능적이고, 인간적이며, 원초적으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지리산 이야기에 즐겁기도 하다. ‘ 50만원이면 돼. 일단 1년은 지낼 수 있어. ’ 저자가 주문처럼 외우는 말은 그대로 나에게로 와서 어떤 희망이 되기도 한다. ^^ 도시의 삶이 정말 버티기 힘들어지면 나를 받아줄 고향과 같은 곳이 있다는 게 위안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지리산 사람들 이야기만큼이나 또하나 책을 보며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저자인 공지영씨이다. 이전의 소설을 보면 공지영씨는 참 여성적이고, 도시적이며, 그래서 조금은 새침한 느낌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만나는 공지영씨는 털털하고, 감성적이고, 평범한 옆집 언니처럼 다가왔다. 아마 그 또한 지리산과 지리산 사람들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리산 행복학교>를 읽고, 도시에 살면서 힘들다, 힘들다 불평하지 말고, 지리산 사람들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고, 그들처럼 좀 더 사람냄새 나는, 따스한 사회를 이뤄보자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