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시인이며 사상가, 정치가다. 아홉 살에 만난 소녀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 시와 산문을 모아 『새로운 인생』(1294년)을 펴냈다. 스물네 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신곡』을 저술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이 작품에서 그녀를 사랑과 구원의 여인으로 형상화했다. (책날개 발췌)
단테는 세 명의 안내자에게 인도되어 지옥과 연옥, 천국을 차례로 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정화되어 가는데, 그런 점에서 볼 때 『신곡』은 가톨릭교회의 교화서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주석 없이도 읽어갈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쉽고 재미있게 풀어 썼다. 그리고 한 권으로 펴내기 위해 원작을 압축하여 정리했음을 밝힌다. 그러지 않고 원작을 그대로 풀어쓸 경우 이 책의 서너 배 분량은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그 모든 내용을 읽어낼 독자가 없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또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사진과 해설을 함께 실었다. (머리글 중에서 편역자 이선종)
이 책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구성된다. '지옥편'에는 멀고도 험한 암흑 속으로의 여행,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 쾌락의 늪, 우상과 이교도들의 성, 피의 강과 비탄의 숲, 위선자들의 행렬, 중상모략자들의 최후 등이, '연옥편'에는 연옥의 문턱에 들어서다, 찬송하는 영혼들, 교만한 자들의 짐, 질투로 인해 눈먼 순례자들, 영혼 정화의 불길, 꿈에 그리던 베아트리체와의 만남, 에우노에 강물을 마시다 등이, '천국편'에는 하느님의 섭리, 황금빛 천국 사다리, 창조주 하느님의 빛,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과의 만남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부록으로 '단테의 생애와 작품 세계', '『신곡』의 지도'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부록에 있는 '『신곡』의 지도'를 보고 머릿속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며 시작해도 좋겠다.
저승 세계의 여행을 주제로 한 단테의 『신곡』은 베르길리우스, 베아트리체, 베르나르도의 안내에 따라 지옥-연옥-천국의 순으로 여행을 한다. 단테는 그곳에서 신화 또는 역사에 등장하는 수백 명의 인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죄와 벌, 기다림과 구원에 관해 철학적, 윤리적 고찰을 할 뿐 아니라 중세 시대의 신학과 천문학적 세계관을 광범위하게 전하고 있다. (책 속에서)
지옥의 지도는 단테의 『신곡』 '지옥 편'을 보고 감명을 받은 보티첼리가 그린 <지옥의 지도>라는 작품으로, 이 책 36쪽에도 나와있다. 보티첼리는 이 작품을 그려낸 후 화가로서 파멸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나를 통해 슬픔의 세계로 들어가리라.
나를 통해 영겁의 고통으로 들어가리라.
나를 통해 저주받은 영혼들의 세계로 들어가리라.
정의는 지존하신 하느님을 움직여
성스러운 힘과 최상의 지혜, 그리고
태초의 사랑으로 나를 이루셨도다.
나보다 먼저 창조된 것은 영원한 존재인
천사 이외는 없으니 나는 영원토록 남으리라.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온갖 희망을 버릴지어다.'
단테는 지옥문 위에 어두운 색으로 적힌 문구를 바라보며 두려움에 온몸을 떨었다.
"스승님, 이 글의 의미가 끔찍합니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의 손을 잡고 미소로써 힘을 실어주며 단테를 신비한 세계로 이끌었다.
"자, 여기는 아무런 의심도, 두려움도 필요치 않네. 이제부터 자네는 성스러운 지성의 빛을 잃어버린 저주받은 무리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보게 될 것일세."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뒤를 따라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8쪽)
그렇게 지옥문을 들어서며 지옥의 장면이 시작된다. 중간중간 명화가 함께 있어서일까. 더욱 실감 나게 그곳의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빨리 읽으려고 하다가도 멈춰 서서 그림도 보고 장면도 상상하며 천천히 읽어나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