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양장) 명화로 보는 시리즈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이선종 편역 / 미래타임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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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읽었다. 그런데 '이거'여서 읽었고, '이거'였기 때문에 읽을 수 있었다. 무엇인고 하니 바로, '명화로 보는'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명화와 같이 보니까 이건 단테의 『신곡』을 본 사람도 다시 읽어보면 좋겠고, 아직 안 본 사람도 이번 기회에 읽어보면 좋겠다.

그러면 단테의 『신곡』에 대한 찬사를 살펴보자.

미켈란젤로는 단테를 일컬어 "지구 위를 걸었던 사람 중에 가장 위대한 사람"이라고 극찬했고, 괴테는 단테의 『신곡』을 "인간이 만든 것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책 뒤표지 중에서)

이 정도면 더욱 솔깃해서 단테의 『신곡』을 읽어보고 싶어질 것이다.

나는 단테의 신곡을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 이 책이 반가웠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책은 이미 2018년에 출간된 동명의 책 특별판인 것이다. 역시 책은 아무리 자신의 존재감을 내비치며 언제나 거기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나의 눈에 들어오는 시기가 따로 있다.

혹시 어렵게 생각되는 사람이라도 이 책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구성했다는 점에서 일단 마음을 내려놓고 읽어나가도 좋겠다. 나도 처음인데, 솔직히 단테의 이름이 '단테 알리기에리'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인식했고, 단테랑 괴테랑 누가 먼저인가도 잘 몰랐으니, 괜찮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래도 지옥, 연옥, 천국 각각 한 권의 책이면 부담스러워서 읽지 않았을 텐데, 이렇게 한꺼번에 한 권으로 읽을 수 있으니 부담을 덜었다. 그것도 질 좋은 종이에 명화까지 듬뿍 들어있어서 내겐 아주 반가운 일이었다. 그냥 '이건 읽을래'라고 생각했다.

안 되면 그냥 명화 위주로 가볍게 읽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워서 자세히 읽게 되는 책이다.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은 흡인력이 있어서 일단 펼쳐들면 집중해서 보게 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의 시인이며 사상가, 정치가다. 아홉 살에 만난 소녀 베아트리체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 시와 산문을 모아 『새로운 인생』(1294년)을 펴냈다. 스물네 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베아트리체는 단테가 『신곡』을 저술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이 작품에서 그녀를 사랑과 구원의 여인으로 형상화했다. (책날개 발췌)

단테는 세 명의 안내자에게 인도되어 지옥과 연옥, 천국을 차례로 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정화되어 가는데, 그런 점에서 볼 때 『신곡』은 가톨릭교회의 교화서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은 주석 없이도 읽어갈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쉽고 재미있게 풀어 썼다. 그리고 한 권으로 펴내기 위해 원작을 압축하여 정리했음을 밝힌다. 그러지 않고 원작을 그대로 풀어쓸 경우 이 책의 서너 배 분량은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그 모든 내용을 읽어낼 독자가 없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또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사진과 해설을 함께 실었다. (머리글 중에서 편역자 이선종)

이 책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구성된다. '지옥편'에는 멀고도 험한 암흑 속으로의 여행,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 쾌락의 늪, 우상과 이교도들의 성, 피의 강과 비탄의 숲, 위선자들의 행렬, 중상모략자들의 최후 등이, '연옥편'에는 연옥의 문턱에 들어서다, 찬송하는 영혼들, 교만한 자들의 짐, 질투로 인해 눈먼 순례자들, 영혼 정화의 불길, 꿈에 그리던 베아트리체와의 만남, 에우노에 강물을 마시다 등이, '천국편'에는 하느님의 섭리, 황금빛 천국 사다리, 창조주 하느님의 빛,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과의 만남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부록으로 '단테의 생애와 작품 세계', '『신곡』의 지도'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부록에 있는 '『신곡』의 지도'를 보고 머릿속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며 시작해도 좋겠다.

저승 세계의 여행을 주제로 한 단테의 『신곡』은 베르길리우스, 베아트리체, 베르나르도의 안내에 따라 지옥-연옥-천국의 순으로 여행을 한다. 단테는 그곳에서 신화 또는 역사에 등장하는 수백 명의 인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죄와 벌, 기다림과 구원에 관해 철학적, 윤리적 고찰을 할 뿐 아니라 중세 시대의 신학과 천문학적 세계관을 광범위하게 전하고 있다. (책 속에서)

지옥의 지도는 단테의 『신곡』 '지옥 편'을 보고 감명을 받은 보티첼리가 그린 <지옥의 지도>라는 작품으로, 이 책 36쪽에도 나와있다. 보티첼리는 이 작품을 그려낸 후 화가로서 파멸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나를 통해 슬픔의 세계로 들어가리라.

나를 통해 영겁의 고통으로 들어가리라.

나를 통해 저주받은 영혼들의 세계로 들어가리라.

정의는 지존하신 하느님을 움직여

성스러운 힘과 최상의 지혜, 그리고

태초의 사랑으로 나를 이루셨도다.

나보다 먼저 창조된 것은 영원한 존재인

천사 이외는 없으니 나는 영원토록 남으리라.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온갖 희망을 버릴지어다.'

단테는 지옥문 위에 어두운 색으로 적힌 문구를 바라보며 두려움에 온몸을 떨었다.

"스승님, 이 글의 의미가 끔찍합니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의 손을 잡고 미소로써 힘을 실어주며 단테를 신비한 세계로 이끌었다.

"자, 여기는 아무런 의심도, 두려움도 필요치 않네. 이제부터 자네는 성스러운 지성의 빛을 잃어버린 저주받은 무리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보게 될 것일세."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뒤를 따라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8쪽)

그렇게 지옥문을 들어서며 지옥의 장면이 시작된다. 중간중간 명화가 함께 있어서일까. 더욱 실감 나게 그곳의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빨리 읽으려고 하다가도 멈춰 서서 그림도 보고 장면도 상상하며 천천히 읽어나가게 되었다.



읽을수록 두근거리고 설레는 책이다. 단테의 『신곡』이 이 많은 예술작품에 영감을 주며 불후의 명작으로 자리하고 있었다니! 그리고 나는 이제야 이 작품을 접하다니! 정말 세상은 넓고 내가 모르는 세계가 많기도 하다.

이 책은 한 권으로 간추려진 것이니, 지옥, 연옥, 천국 편이 각각 따로 1권씩 구성되어 있는 책도 도전하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그 시작점에 이 책이 호기심을 끌어올려 줄 것이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분량이 많은 책을 읽으려고 했다면 부담스러워서 시작도 못했겠지만, 이 책으로 먼저 흥미를 느꼈기에 그다음 계획도 세워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에 보면 '연옥'의 의미를 언급해 준다. 가톨릭 교리에서 연옥은 천국으로 가기에는 자격이 부족하지만 지옥으로 갈 정도의 큰 죄를 짓지 않은 죽은 자들의 영혼이 머무르는 곳이다(402쪽)라고 설명하고 있다. 연옥은 심판의 공간이 아닌 정화의 공간이므로 연옥으로 들어간 영혼들은 지옥으로는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모두 가톨릭이었으니 그 교리에 따라 작품이 탄생했을 것이다.



지옥, 연옥을 거쳐 천국 여행을 하니, 천국이 더욱 신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림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로 이 기분을 끌어올린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어찌나 아쉽던지, 나 또한 단테와 함께 그 여행에 동참한 기분이다.

생생하게 명화와 함께 담겨 있어서 지옥, 연옥, 천국을 모두 다녀온 듯하다. 적절하게 명화를 갖다 놓아서 그때그때 장면을 상상하게 만드는 책이다.

단테의 신곡을 처음 읽으려고 한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기를 권한다. 괴테가 '인간이 만든 것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한 그 작품을 못 볼 뻔했으니, 이 책을 읽어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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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1-29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