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의 심리학 - 냄새는 어떻게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가
베티나 파우제 지음, 이은미 옮김 / 북라이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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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말한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은 이성도 지성도 아닌 후각'이라고 말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어서 호기심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후각에 대해 제대로 파헤친 책을 읽은 적이 있던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면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후각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본격적으로 파헤친 최초의 책이라고 한다. 냄새를 심리학으로 파헤친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이 책 『냄새의 심리학』을 읽어보게 되었다.

자, 이제부터 후각이란 신비로운 세계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지금껏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내용이 수시로 등장해 번번이 놀랄 수도 있다. (10쪽)



이 책의 저자는 베티나 파우제. 인간의 후각적 의사소통에 관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구자이다. 독일 킬 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동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냄새와 정서의 관계>라는 제목의 박사 학위 논문으로 독일 대학 정교수 자격을 취득한 그는 이후에도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 갔으며, 2005년부터 뒤 셀도르프 대학교에서 생물 및 사회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후각이 인간 인지 및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30년 이상 연구해왔으며, 이 책은 후각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쉽게 풀어 쓴 그의 첫 번째 대중 교양서다. (책날개 발췌)

지난 30여 년 동안 나는 후각 연구에만 몰두해 왔다. 내 연구는 후각이 그 어떤 인지 체계보다 월등하다는 가설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사람들은 내 연구를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웃어 대기까지 했다. 대수롭지 않은 연구라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내 가설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해서 도출되자 조롱은 점차 회의로, 회의는 결국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정말로 뭔가 맞는 소리 같으니까! 2005년부터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교의 생물 및 사회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나는 어느새 '냄새' 연구에 관한 한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연구자다. (11쪽)

이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냄새가 보내는 비밀 신호'를 시작으로, 1장 '냄새를 잘 맡을수록 인생이 풍부해진다', 2장 '나는 냄새를 맡는다, 고로 존재한다', 3장 '코가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던 이유', 4장 '나는 냄새를 맡는다, 고로 느낀다', 5장 '늘 간발의 차로 앞서 나가는 후각', 6장 '바로 코앞에!', 7장 '코가 냄새에 접근하는 방식: 후각의 비밀', 8장 '사랑은 코를 타고', 9장 '공기 중에 무언가가 있다', 10장 '지능은 코에서 시작된다', 11장 '친구들은 서로의 냄새를 더 잘 맡는다', 12장 '두려움의 냄새', 13장 '위험이나 함정을 냄새로 인지하다'로 이어진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보면 우리에게 후각은 정말 중요하면서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건 순전히 코 덕분이다. 냄새를 맡지 못하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기억할 수도 말할 수도 없다. 암만 진화한들 벌레나 곤충 정도에 그쳤을 거다. 이렇듯 우리 일상은 냄새로 좌우된다. 하지만 우리가 인지하는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해 삶이 코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기란 어렵다. 우리는 스스로 똑똑하고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도 늘 신중히 고민하는 줄 안다. 지금껏 그렇게 믿어 왔다.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가 선택한 배우자나 회사 직원, 믿고 의지하는 친구들은 모두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다. 논리적인 이유라는 것은 그저 '만들어' 붙인 것이다. …(중략)… 한마디로 우리는 우리가 풍기는 냄새, 그 자체다! 이제부터 이 신비로운 후각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하려고 한다. (8~9쪽)

아니, 이건 예상보다 한술 더 뜬다. 프롤로그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하면서도 호기심이 상승해서, 어디 한번 읽어보자는 생각이 든다. 특히 최근 발표된 연구 중 이런 것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동물의 후각이 인간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틀렸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후각은 거의 모든 동물보다 뛰어나다. 심지어 개의 후각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 (10쪽)'라고 말이다. 믿어지지 않아서 참고문헌을 기록해둔다. 혹시 궁금하면 찾아보아도 좋겠다.

McGann,J.P.(2017). "Poor human olfaction is a 19th-century myth." Science, 356(6338),eaam7263. (344쪽, 참고문헌)



행복과 고통, 외로움과 우정, 자존감과 자괴감. 내가 보기에 이 모든 것은 냄새와 관련이 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하다. (338쪽)

보통은 책의 제목을 보며 대략 어떤 책일지 짐작하며 책을 읽어나간다. 그러니까 그렇게 선택한 책 중에서 내 기대치에 맞게 적정선의 지식을 제공해 주는 책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일단 후각과 심리학을 연결 지어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니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짚어주면서 내 상식도 깨고 믿어지지 않는 사실까지도 촘촘하게 풀어나가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읽어나갔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내가 상식처럼 알던 것을 다 갈아치워야 할 지경이며, 믿어지지 않는 사실들이 대방출되어 호기심을 끌어올린다. 이 모든 게 맞는 말인 듯해서 더욱 솔깃하기도 하고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다. 그러면서 이런 느낌 참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1904년 1월, 카프카, 저자의 말, <변신> 중에서

이 말을 보고 많이 생각했었다. 모든 책이 그렇게 나를 깨우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다고 해서 책을 안 읽을 수는 없지 않은가. 누가 권하는 책만 선택해서 읽을 수도 없지 않은가. 그 책이 나를 깨우지는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책을 읽는 데에는 이 정도의 도끼 같은 책이 필요하다. 내 뒤통수를 한 대 후려쳐주는 느낌말이다.

냄새에 관한 한 이 책이 내 고정관념을 깨주며 나를 뒤흔들었다. 물론 어느 선까지 동조를 할지는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 너무 달라서 혼란스럽지만, 적어도 색다른 느낌으로 냄새에 대해 바라보고 냄새의 심리학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데에 있어서는 참신한 책이다. 몰랐던 사실을 깨닫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어서 기억에 남을 것이고, 특히 앞으로는 주변의 냄새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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