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베티나 파우제. 인간의 후각적 의사소통에 관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구자이다. 독일 킬 대학교에서 심리학 학석사 과정을 이수하고 동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냄새와 정서의 관계>라는 제목의 박사 학위 논문으로 독일 대학 정교수 자격을 취득한 그는 이후에도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 갔으며, 2005년부터 뒤 셀도르프 대학교에서 생물 및 사회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후각이 인간 인지 및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30년 이상 연구해왔으며, 이 책은 후각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쉽게 풀어 쓴 그의 첫 번째 대중 교양서다. (책날개 발췌)
지난 30여 년 동안 나는 후각 연구에만 몰두해 왔다. 내 연구는 후각이 그 어떤 인지 체계보다 월등하다는 가설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사람들은 내 연구를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웃어 대기까지 했다. 대수롭지 않은 연구라고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내 가설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들이 계속해서 도출되자 조롱은 점차 회의로, 회의는 결국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정말로 뭔가 맞는 소리 같으니까! 2005년부터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교의 생물 및 사회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나는 어느새 '냄새' 연구에 관한 한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연구자다. (11쪽)
이 책은 총 13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냄새가 보내는 비밀 신호'를 시작으로, 1장 '냄새를 잘 맡을수록 인생이 풍부해진다', 2장 '나는 냄새를 맡는다, 고로 존재한다', 3장 '코가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던 이유', 4장 '나는 냄새를 맡는다, 고로 느낀다', 5장 '늘 간발의 차로 앞서 나가는 후각', 6장 '바로 코앞에!', 7장 '코가 냄새에 접근하는 방식: 후각의 비밀', 8장 '사랑은 코를 타고', 9장 '공기 중에 무언가가 있다', 10장 '지능은 코에서 시작된다', 11장 '친구들은 서로의 냄새를 더 잘 맡는다', 12장 '두려움의 냄새', 13장 '위험이나 함정을 냄새로 인지하다'로 이어진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 보면 우리에게 후각은 정말 중요하면서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건 순전히 코 덕분이다. 냄새를 맡지 못하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기억할 수도 말할 수도 없다. 암만 진화한들 벌레나 곤충 정도에 그쳤을 거다. 이렇듯 우리 일상은 냄새로 좌우된다. 하지만 우리가 인지하는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해 삶이 코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기란 어렵다. 우리는 스스로 똑똑하고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도 늘 신중히 고민하는 줄 안다. 지금껏 그렇게 믿어 왔다. 그런데 알고 보면 우리가 선택한 배우자나 회사 직원, 믿고 의지하는 친구들은 모두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다. 논리적인 이유라는 것은 그저 '만들어' 붙인 것이다. …(중략)… 한마디로 우리는 우리가 풍기는 냄새, 그 자체다! 이제부터 이 신비로운 후각의 세계로 당신을 초대하려고 한다. (8~9쪽)
아니, 이건 예상보다 한술 더 뜬다. 프롤로그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하면서도 호기심이 상승해서, 어디 한번 읽어보자는 생각이 든다. 특히 최근 발표된 연구 중 이런 것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동물의 후각이 인간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틀렸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후각은 거의 모든 동물보다 뛰어나다. 심지어 개의 후각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 (10쪽)'라고 말이다. 믿어지지 않아서 참고문헌을 기록해둔다. 혹시 궁금하면 찾아보아도 좋겠다.
McGann,J.P.(2017). "Poor human olfaction is a 19th-century myth." Science, 356(6338),eaam7263. (344쪽,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