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인가 : 사랑의 과학화 - 자연주의 출산의 거장이 전하는 21세기 사랑의 의미
미셀 오당 지음, 장 재키 옮김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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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 식사를 같이 할 때도 ‘사랑의 호르몬’ 수치가 높아진·······다. 식사를 같이 한다는 것은 단순히 먹는 행위 이상의 것이며 이것은 동료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한 방법이다.(33쪽)


홀로 밥 먹으면 청승맞다 하고 홀로 술 마시면 알코올중독 같다 해도 저는 오랫동안 그렇게 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마음치유를 하면서부터 상담한 분들과 식사를 같이 하는 일이 마치 당연한 순서처럼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식사를 같이 한다는 것은 단순히 먹는 행위 이상의 것”이라는 사실을 진즉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먼저 그런 제안을 하고 상담 오신 분들도 흔쾌히 응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반주가 곁들여진 식사 자리는 자연스럽게 상담의 2부 순서, 아니 심화 상담 단계로 위상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식사자리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의사와 술잔을 기울이며 생의 내밀한 냄새까지 함께 맡는 일이 고통 받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제의ritual로 다가오기에 충분하니 말입니다. 적어도 이 시공에서 저는 영적인 의사, 곧 의사儀司인 셈입니다.


함께 먹는 것이 어떻게 사랑으로, 제의로 연결될까요? 인간의 생명현상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그래서 가장 거룩한 사건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 먹고 싸는 것, 자고 깨(어 일하)는 것, 몸을 주고받는 것[성교, 출산, 수유], 마음을 주고받는 것[언어, 비언어적 소통·교감]입니다. 각기 전혀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들 모두 같은 실재의 분화일 뿐입니다. 분화 이전의 아득한 시원으로 돌아가 보면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최초의 결합, 그러니까 성性현상은 바로 식食현상이었습니다. 먹어서 사랑하고 사랑해서 먹습니다. 이 일들에 담긴 거룩한 놀이, 즐거운 제의라는 비대칭의 대칭성을 도구화된 문명 이전의 인류는 온전히 감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감각의 복구가 향락으로 기울어진 산업문명 인류를 치유·구원하는 일입니다.


오늘도 오후 5시에 어김없이 상담이 시작될 것입니다. 연기자를 지망하는 청년이 우울증 때문에 4주째 와서 상담하고 있습니다. 연기 공부를 하는 그가 현실에서는 딱 두 가지 반응으로 삶을 지탱합니다. 홀로 있을 때는 웁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때는 웃습니다. 이 웃음은 눈물을 숨기기 위한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는 우는 반응 하나만으로 제 감정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가 우는 까닭은 다른 감정, 예컨대 분노를 드러내지 못하도록 억압 받았기 때문입니다. 울 때 흐느끼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우는 것조차 그의 반응이 아닙니다. 엉엉 울지 못하는 억압된 울음부터 풀어주어야 합니다. 제가 말합니다. “크게 소리 내서 통곡해라.” 티슈를 통째로 밀어줍니다. 이어서 말합니다. “실컷 울어라.” 한참 울고 나서 그가 배시시 웃습니다. 끝으로 말합니다. “이제 밥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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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 사랑의 과학화 - 자연주의 출산의 거장이 전하는 21세기 사랑의 의미
미셀 오당 지음, 장 재키 옮김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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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인 연애 행동 중 가장 두드러진 구애 작전이 바로 가만히 응시하는 것이라는 사실·······

·······‘갓 태어난 자신의 아기를 가만히 바라보는 엄마는 그 아기의 눈동자에 얼마나 매료당할까?’(29쪽)


진부한 이야깁니다만 상담하면서 눈을 맞추지 못하는 사람은 치유가 잘 안 됩니다. 병이 깊다는 의미가 포함됩니다. 눈 맞춤 여부는 인간관계의 가장 기초적인 지표를 판단하는 근거입니다. 상담도 하나의 인간관계인 만큼 눈 맞춤의 영향을 필연적으로 받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중요한 요소입니다. 상처를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고 치유를 주고받을 사이에서조차 눈 맞춤이 안 된다면 다른 인간관계에서는 빤한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눈을 맞출 때 인간에게 일어나는 일은 실로 근본적인 것입니다. 생애 최초로 엄마와 눈을 맞춤으로써 아기는 사랑과 신뢰와 소통과 발달을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무한히 확대 재생산되는 결과 겹의 풍경들이 생의 내러티브를 형성합니다. 이 생애 최초의 눈 맞춤에 문제가 생기면 생의 내러티브 전체가 뒤흔들립니다. 산업 출산이란 바로 여기에 빨대를 꽂은 토건의료 시스템입니다. 병 주고 약 주는 그야말로 곱빼기 장사입니다.


산업 출산이 창졸간에 온 문명을 삼킨 뒤 지구는 사랑과 신뢰와 소통과 발달이 거세된 어른-아이가 날뛰는 행성이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미국의 신식민지인 대한민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매판독재의 정치경제학이 승승장구하는 데 가장 근본적으로 부역한 집단이 바로 출산 토건의료계입니다. 저들이 소미심심을 지닌 다정다감한 인간들을 멸종시킴으로써 불의한 과두정은 대놓고 각자도생의 살생 정치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소미심심을 지닌 다정다감한 인간에 대체된 소시오패스한테 통치를 맡긴 대한민국은 그조차 성에 차지 않았는지 단군 이래 최초로 신정정치 부활까지 허락했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과 재력을 휘두르고 있는 신성가족 가운데 승마를 권력으로 창조한 어린 공주가 세월호사건 일어난 해 겨울, 추상같은 하교를 내렸습니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돈도 실력이야.” 어머니가 그를 낳고 가만히 바라보지 않았음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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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은 숨과 말의 경계다.

심코 쉬면 병이다.




 

유심히 쉬면 치유가 시작된다. 

비상한 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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