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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폭발 - 타락
스티브 테일러 지음, 우태영 옮김 / 다른세상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정신적 불화를 처리하려 할 때 우리가 쓰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단순한 직면 회피다. 활동activity과 여가distraction-노동, 취미, 사교, TV 시청과 다른 오락-로 삶을 채운다. 이것들은 우리 주의를 외부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정신적 불화와 직면할 기회를 차단한다.(205쪽)(원문 단어 붙임, 번역 바꿈-인용자)
요즘 틈틈이 미셸 마페졸리가 쓴 『부족의 시대』를 읽고 있다. 통찰의 근본 지점이 같기 때문에 존중하고 유념하여 독서를 진행한다. 중요하다 여기는 대목에서 멈추고 점검하는 습관이 붙었다. “혹시 자아폭발 이후 생긴 것 아닐까?” 스티브 테일러 브레이크다.
스티브 테일러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보면 활동과 여가, 또는 노동과 휴식이 인간에게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권리며 향수享受다. <개미와 베짱이>에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에 이르기까지 긍정과 우호 일방통행로로 질주한다.
스티브 테일러 브레이크를 밟고 보면 신성한 권리인 노동, 기품 있는 클래식 애호, 곡진한 동작의 요가·······이 모두가 정신적 불화에 대한 방어기제다. 그 도로로 더 나아갈수록 어둠이 짙어진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멈추고 점검한다. “내 ‘무심코’ 지수는 얼마일까?”
무심코 도망치기에 편승할 때 현실은 잔혹하다. 잔혹한 현실에서 보호되어야 한다는 느낌조차 도망치기다. 정작 보호되어야 할 필요는 “자신의 마음”(206쪽)에서다. 불화와 도망의 대열에 무심코 뛰어들어 달리는 자신의 마음이야말로 잔혹한 수탈의 본진이다.
잔혹한 수탈의 본진인 마음, 정확히 말하면 불화가 준동하는 분열된 정신을 ‘유심히’ 단도직입으로 마주해야 근본적 변화가 시작된다. “권태, 불안 그리고 우울의 판도라 상자”(206쪽)를 여는 것이 새로운 길을 닦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맞짱 떠서 맞구멍 내기다.
맞짱 뜨기는 뭔가를 “하는” 것이 아니다. 권태, 불안 그리고 우울과 함께 “있는” 것이다. 질량을 동원해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 에너지를 동원해 흐름을 바꾸지 않는다. 분열과 불화의 실재가 내 정신의 실재에 그냥 배어들고 나도록 인지 장場에 고이 머문다. 그뿐이다.
이 고운 시작이 없으면 어떤 뜨르르한 초월도 없다. 마음병 숙의치유 과정 초기에 내가 빼놓지 않고 말하는 것이 “뭘 하려고 자꾸 애쓰지 마세요.”다. 그런 애씀이 도망치기라는 사실을 깨닫고서야 아픈 사람의 좀 쑤심은 멈춘다. 바로 그 순간, 신이 깃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