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을 살다
아서 프랭크 지음, 메이 옮김 / 봄날의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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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두려워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병들은 언제나 성격에 관련된 이론으로 설명되었다.(174쪽)


이 이론은 아픈 사람을 자기 안에 가두고 죄책감 안에 가두며, 아픈 사람이 진짜 위험을 지속시키는 사회를 겨냥해 행동하지 못하게 한다.(181쪽)


어디 병뿐이랴. 개인의 성격에 문제가 있어 일어나는 일이라고 치부되는 것은 가난, 실패, 게다가 평범함, 마침내 죽음까지 포괄한다. 그래. 그렇다 치자. 대체 그 성격이란 무엇인가. 대체 그 성격은 어디서 오나. 과연 개인의 것인가. 과연 불변하는 무엇인가.


성격은 실체가 아니다. 유전으로 주어진 경향성까지 부인할 필요는 없으되 그것은 한 개인의 특질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후천적인 기질 또한 삶의 제 조건과 일으키는 상호작용의 과정 혹은 잠정적 결과일 따름이다. 개인 고유의 품성으로 규정하는 순간, 성격은 그 개인에게서 변화 가능성을 박탈할 뿐만 아니라 삶의 공과를 귀속시키는 궁극적 거점이 된다. 한 개인의 정체성과 일치하거나 그 소유로서 성격은 사회정치적 기획일 가능성이 높다.


그 기획이란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분할통치의 기본으로서 피치자 연대를 끊는 초 간단 계략이다. 소통이 봉쇄된 피치자는 각자도생을 꾀하느라 분골쇄신 죽어간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촛불정부 들어서면서 희망의 일단이 전진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대다수가 병들고 가난하고 평범한 실패자로서 “자기 안에” 갇혀, “죄책감 안에” 갇혀, 는적는적 스러져가는 풍경을 그린다. 매판 과두는 여전히 이들에게 빨대 꼽아 금고를 채운다.


공공의 이익을 사유화함으로써 “진짜 위험을 지속시키는” 매판 과두는 정치인, 관료, 언론인, 학자, 종교인, 교육자 이름으로 사계 정상에 앉아 자신의 정신 병리를 ‘아랫것’들에게 투사한 채 파멸이 턱에 닿은 줄 모르고 낄낄댄다. 그거야말로 너희 성격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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