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겨울에 장갑 한 짝을 잃어버렸다. 왼쪽 것이었다. 올해 겨울에 장갑 한 짝을 잃어버렸다. 오른 쪽 것이었다. 작년에 남은 오른쪽 장갑과 올해 남은 왼쪽 장갑을 나란히 놓아본다. 제짝이 아닌 만큼 다르다. 그 다름을 분명히 아는 사람은 딱 하나뿐이다. 가족도 한의원 간호사도 송년회 온 동창도 지하철 승객도 광화문 행인도 내가 짝짝이 장갑을 끼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다. 매일 아침 나는 짝짝이 상태를 알아차리며 유심히 장갑을 낀다. 사물과 더불어 노는 유희의 시간이다. 매일 밤 나는 짝짝이 상태를 알아차리며 유심히 장갑을 벗는다. 사물을 경외하는 제의의 시간이다. 잃어버린 뒤에야 짝짝이 장갑을 낀 뒤에야 가 닿은 진리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