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학 이야기>를 꾸준히 읽는다는 한 사람이 내게 물었다. “파동 공동체가 무엇입니까?” 아, 나 또한 이간문명의 흔적을 지닌 채 글을 쓰고 있구나. 자그마하게 배어드는 마음 小少沁心으로 이야기를 해야 마무리가 되겠구나.


파동공동체는 ‘고립된 자급자족 계획공동체(찰스 아이젠스타인)’의 입자 정체성을 염두에 둔 대안 용어로 내가 고안해낸 말이다. 고립된 자급자족 계획공동체는 공동체를 양(가시적 조직)으로, 영역으로만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종교(성을 띤) 공동체, 명망가 중심으로 특정한 삶의 목적·방식을 가지고 꾸린 공동체가 바로 그런 예다. 어떤 정체성 안에서만 연속될 뿐이어서 이간문명의 속성 또는 트라우마를 고스란히 간직한 상태다.


파동공동체는 질(상호교류)로, 네트워킹으로 생각하는 공동체 개념이다. 이런 예는 어떨까. 가령 통일 문제를 말할 때, 보통 반사적으로 남북의 영토적 통일을 떠올린다. 그러나 남북한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아가는 한인들을 네트워킹으로 연결한 유연한 공동체 형성을 통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중국, 중앙아시아, 미주, 일본 등에 결코 적지 않은 수의 한인이 집단을 이루어 사는데, 이들을 영토적으로 묶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남북한의 영토적 단일성 문제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최근 벌어진 북한 병사 귀순 사건에서도 보듯 휴전선은 그 어느 국경선보다 살벌하고 견고한 분리 상태를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에 무슨 의미가 있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사상과 삶을 공유한다면 카자흐스탄 고려인 마을에 사는 사람과 LA 한인 마을에 사는 사람을 공동체 구성원이라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나는 한 줌 무리 이끌고 어느 섬으로 들어가 울타리 두른 다음, 녹색의료·녹색출산·녹색장례·녹색농업 일구어 우리끼리만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 ‘율도국’ 공동체를 만드는 꿈을 꾸지 않는다. 율도국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구축해 지구를 율도국 분점으로 덮는 꿈은 더욱 꾸지 않는다. 비밀리에 기적의 율도전사를 양성해 전 세계를 율도제국 통치 아래 두는 꿈은 더더욱 꾸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각각 그 인연에 따라 고유한 율도국을 만들 권리와 의무가 있음을 깨달아 고유한 율도국을 이루도록 소통하는 계기 공동체를 꿈꾼다. 계기 이상(의 권력)이 되면 스스로 거점을 지워 나아가는 공동체를 꿈꾼다. 이게 바로 파동공동체다.


파동은 에너지를 공급하거나 구조를 세우지 않는다. 파동은 자그마하게 소식news을 주고받는다. 자그마하게 주고받은 소식은 각자의 복음the Good News이 되어 인연에 맞는 에너지와 구조를 스스로 일구도록 조절 한다. n개의 녹색공동체는 n가지 스펙트럼의 녹색 빛을 낸다. 이간문명의 극복은 이토록 다양하고 풍요롭게 번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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