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당이 쓴 『농부와 산과의사』,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의 과학화』필독을 다시 한 번 권하면서 <녹색의학의 근원연대>에 조금 더 보탠다. (자세한 내용은 마이리뷰 2016년 9월 23일부터 11월 17일까지 내용에 들어 있다.)


한의사로서 예비부부, 또는 부부와 함께 임신 문제를 상담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의외로, 아니 예상대로 대부분 백색문명이 대중매체 등을 통해 던져주는 가짜 정보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는 물론 산부인과 양의가 내린 백색의학 진단에 따라 움직인다. 유산과 그 사후 처리 과정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백색의학이 지니는 한계에 봉착한 후에야 누군가의 권유에 의지해 한의원을 찾는다.


녹색의학에서 ‘냉증’은 매우 중대한 개념이다. 확실한 녹색진단과 녹색치료 방법이 있음은 물론이다. 백색의학은 이에 무지하므로 인정하지 못한다. 냉증이 난임과 유산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 녹색의학은 침, 쑥뜸, 본초(약용 식물의 뿌리, 줄기, 가지, 껍질, 잎, 열매, 그리고 전초全草) 배합 탕약 등으로 냉증을 치료한다. 백색의학이 냉증을 치료할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있다 한들 백색화학합성물질일 테니 그 자체가 또 하나의 문제다.


난임의 원인이 남성 쪽에 있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자 개체수가 모자라거나, 활동력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녹색 방식이 존재한다. 여기까지 와서야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임신 문제가 의학 영역으로 넘어온 경우를 먼저 언급했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임신을 계획하고 구체적인 준비 과정을 거치는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대중매체나 책자에 실린 내용 가운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 백색문명의 논리를 전제한 것이어서 그렇다. 이런 오해와 무지가 임신·출산을 산업 의료에 예속시키는 빌미로 작동한다. 현재 상태로는 기대 난망이지만, 학교교육이나 사회교육을 통해 임신·출산은 질병이 아니므로 근원적으로, 기본적으로 병원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사실이 널리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


출산 문제는 위험 요인이 있으므로 무책임하게 말할 부분이 아님을 모르지 않는다. 응급상황이 터져 산업출산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내 딸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에 나 자신부터 현실을 무시하고 말하지 못한다. 그러나 현재의 산업출산은 산모에게도 아기에게도 재앙에 가깝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과도한 의료화를 혁파해서 의사 지휘 아닌 의사에게서 독립한 조산사 도움 중심의 자연출산을 복원해야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생을 농투성이 의자로 살면서 임신-출산-양육-교육-죽음-장례로 이어지는 삶의 과정에서 백색문명의 독을 빼고 ‘새로운’ 자연 상태를 창조하는 공동체 네트워킹에 매진할 계획이다. 인생 제2막을 열려는 마침 이 때, 고교 시절 프랑스어를 가르치셨던 은사께서 작지만 큰 땅을 내게 주셨다. 기적의 그 469제곱미터가 교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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