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선은 묵언-일극-개체-집중-중심시선으로는 할 수 없다. 서로 선은 대화-양극-전체-주의-비 중심시선으로만 할 수 있다. 다 말한다. 다 듣는다聞. 다 (냄새)맡는다聞.


최후의 답은 말이 아니다. 말 아닌 답에 이르려면 말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말은 비상하다.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 비상한 말이 소통, 깨침, 치유, 그리고 마침내 장엄을 일으킨다. 장엄을 일으키는 비상한 말은 상스럽다. 상스러운 말 가운데 가장 수승한 것은 비명이며 욕설이며 신음이다. 그 다음이 시쳇말이다. 전문용어는 거개 상스럽지 못하니 비상하지 못하다.


서로 선의 대화는 전문용어로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백색의학은 영어(일부 라틴어), 한문 아니면 입도 벙긋 못한다. 녹색의학은 chill 아니고, 惡寒 아니고, 으슬으슬하다(오싹오싹하다)다. 한의학 진단을 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말 가운데, ‘장마철 반지하방’이 있다. 생체진동수가 떨어져 대사 속도가 느려진 몸 상태를 가장 알기 쉽게 설명할 때 쓰는 비유다. 음陰 아니고, 냉한冷寒 아니고, 습濕 아니다. 심지어 차고 축축하다는 말보다도 오만 배 빨리 알아듣는다. 못 알아듣는 말로 떠는 위세나 독점하는 정볼랑은 쥐닭한테나 던져줄 일이다.


고백건대 나도 역시 한자 말, 뭐 어떨 땐 영어도 쓴다. 단, 알아듣게 풀고, 알아들을만할 때만 쓴다. 대부분의 용어는 환자들 스스로 쓰는 말을 그대로 받아서 쓴다. 환자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을 때는 시쳇말, 일상어부터 대신 제시하면서 말문을 튼다. 아무튼 바꿀 수 있는 의학용어는 모조리 바꾸고, 바꾸기 어려운 것은 적절한 비유나 이미지를 동원해 소통을 도와야 한다.


말로 소통해서 서로 언어감각과 뉘앙스, 그 너머 언어-장場을 알아차리면 눈빛만 보고도 안다. 특히 숙의치유를 하다보면 놀라운 경험을 드물지 않게 한다. 의자와 환자 사이 구분이 무너지고 평등한 선문답 수준의 언어와 직관이 오간다. 서로 새로움을 생성해낸다. 환자가 의자를 넘어서는 순간도 허다하다. 서로 치유하고 서로 자라간다. 서로 깨달아가고 서로 깨쳐간다. 서로 돈오頓悟의 큰 기쁨에 이르고 서로 점오漸悟의 괴괴함을 지난다.


여기까지 가보지 않았으면 말을 마시라.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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