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앤 J. 리가토가 제창한 Gender-specific Medicine을 번역자는 ‘성 차이를 고려한 의학’이라 옮겼다. 내 생각에는 ‘성 특정 의학’이라 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지금처럼 남성 중심이면서 ‘보편’을 전유하는 의학 아래 여성의학 아닌 산부인과의학을 배속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학과 여성의학을 평등한 두 축, 엄밀하게 말하면 비대칭의 대칭으로 놓되 둘도 아니고 하나도 아닌不二而不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진단과 치료 전반에 걸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교육 내용과 과정도 개편해야 한다. 이런 대대적이 변화가 불가피한 까닭은 부분적인 손질에 그치면 반드시 여성의학은 ‘곁다리’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부가적 지식을 얹어놓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게 하면 안 된다. 여성의학은 남성의학과 전혀 다른 생명감각으로 접근해야만 하는 지점과 영역이 명확히 존재한다.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결국 하나의 혁명이 필요하다.



이 책이 출간되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현재 메리앤 J. 리가토가 새로운 땅 어디 쯤 도달했는지 알지 못한다. 나는 내 나름대로 성 특정 의학을 실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마음병 문제에 주의하여 공부하고 치유한다. 갈 길은 먼데 벌써 황혼이 깃들기 시작했다. 초조해할 것은 없다. 가는 꼭 그만큼이 내 천명 아니겠나. 삶에 둔 종자신뢰를 거두지 않는 한 갈 만큼 가게 될 것이다. 기댈랑은 않고 그저 어떤 궁금함으로 발맘발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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