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통증을 느끼면 혈압이 상승하곤 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310쪽)

  ·······여성은 두통과 관련된 정서적 고통을 더 많이 받으며 남성은 두통으로 인한 장애가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여성에 비해 일상적인 업무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의미다.)(312쪽)

  ·······편두통은 분명히 여성에게 더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이다.·······편두통은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여성에게 편두통이 더 잘 발생하는 이유를 여성이 우울증에 더 잘 걸리는 사실에서 찾으려고 한다.(313쪽)

  ·······여성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경험할 때·······흉부 통증을 호소했고, 남성은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흉부 통증을 경험한다.(318쪽)

  ·······여성이 근섬유통에 걸릴 확률은 남성에 비해 9배나 높다.·······근섬유통 환자는 건강한 여성에 비해 정신과 질환을 보이는 경향이 높다.(320-321쪽)

  ·······턱관절 장애는·······여성에게 7배나 더 높은 비율로 발병한다.·······근섬유통과 턱관절 장애 환자는 서로 겹치는 경향이 있다. 근섬유통 환자의 75%가 턱관절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턱관절장애는 사실상 근섬유통의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321쪽)

  ·······경구용 피임약을 복용하는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턱관절 통증을 많이 겪는다.(327쪽)

  ·······경구용 피임약 복용은·······테스토스테론 농도를 낮출 수 있다.·······테스토스테론은 만족할 만한 흥분과 오르가즘에 관여한다.·······여성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농도가 정상인데도 성욕이 줄고, 동기 유발이 잘 안 되고, 피로감을 느끼고, 안정감을 느끼기 어려운 상태라면 테스토스테론·······결핍을 고려해 볼 수 있다.(342-343쪽, 글 순서 일부를 인용자가 바꿈.)


한의 진단도 양의 진단도 맥진에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한의에서 삭맥數脈(양의 용어로는 빈맥)이 뜨면 열이 있다고 본다. 이는 남성 중심 진단이다. 여성의 삭맥을 감지하고 통증이 있느냐고 묻는 한의사는 거의 없다. 심지어 여성 한의사도 마찬가지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한의학도 백색의학인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통증이 있으면 여성은 맥박이 빨라지고, 남성은 혈압이 올라가는 차이가 무엇을 뜻할까? 이를 밝혀줄 녹색의학 증거로서 관련 부분을 다소 길게 인용했다.


통증을 느낄 때 맥박이 빨라지는 것을 혈압이 올라가는 것과 대조하면 이는 일종의 마음증상이다. 혈압 상승도 심리적 측면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여성의 경우 통증이 심해질수록 오히려 혈압은 떨어진다고 하니 상관성에서 약할 수밖에 없다. 통증이 야기하는 공포·불안 등이 맥을 빨라지게 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통증이 어떻게 여성의 정서·심리·정신적 스트레스와 연결되는지 두통, 편두통, 흉통, 근섬유통, 턱관절통 증상에서 두루 근거가 찾아진다. 개인적 임상 경험에서 알 수 있었던 것은 우울장애 여성 거의 모두가 이런 통증 하나 이상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은 경구 피임약이다. 경구 피임약이 이런 질환들을 일으키는 연쇄 매개 고리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의사도 환자도 거의 없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여성이 경우 피임약을 먹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남성 파트너가 콘돔 착용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남성의 성감을 위해 여성이 희생하는 것이다. 성적 오르가즘의 봉쇄는 각종 통증과 정신장애, 끝내는 삶의 파탄으로 이어진다.


또 하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바로 턱관절 문제다. 보통 우습게 생각하고 지나치지만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다. 턱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관자뼈(측두골)에 영향을 준다. 관자뼈에 문제가 생기면 두통·이명·청력장애·어지럼증은 물론 위산 감소가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턱관절 운동의 축이 목뼈 1,2번 사이이기 때문에 그 주위 목통증을 일으킨다. 또한 관자뼈에 부착된 경막이 뇌와 척수를 감싸고 엉치뼈까지 내려가 있으므로 각종 자율신경 장애와 요통을 일으킨다. 턱관절과 이렇게 이어지면서 목 신경 1-4번은 정신·신경장애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가뜩이나 여성이 잘 걸리는데 피임약까지 먹는다면 ‘어, 턱이 아프네.’ 하다가 우울증까지 내달리는 급행열차를 타는 셈이다.


여성이 당하는 이런 일에 남성이 직간접으로 개입한다. 백색문명의 백색의학이 이런 상황을 묵과하고 주도한다. 녹색의학은 여성이 남성과 다른 통증 인식과 경험을 지닌다는 사실에 유념한다. 녹색의학은 여성에게 통증은 단순한 몸 기능 문제가 아니라 정서와 의미의 균열 문제라는 진실에 주의한다. 녹색의학은 남성 중심으로 획일화시킨 통증의 무조건적 극복 또는 제압을 꾀하지 않는다. 녹색의학은 진단에서 치료, 그리고 그 너머 전인 치유까지 전혀 다른 결과 겹의 꿈을 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