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볼 때 여성과 남성의 뇌는 작지만 본질적인 차이를 지닌다. 예를 들어 남성은 우울증을 예방하는 호르몬 세로토닌을 여성에 비해 52%나 많이 생산한다.·······그런데 사회적 성공·······은 뇌의 세로토닌 농도를 증가시킨다. 사회적 성공이 실제로 뇌의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2배나 높은 이유는 어쩌면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경우에 따라서 의사는 우울증 약을 처방하는 대신 삶의 문제에 대하여 상담을 권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32쪽)


백색의학은 마음을 뇌라 한다. 틀렸다. 뇌는 마음이지만 그 역은 아니다. 아마도 가장 진실에 육박하는 표현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마음은 몸 전체가 삶의 내외 조건과 일으키는 상호작용의 파동적 측면이다. 뇌는 몸 전체와 삶의 내외조건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경계들의 관제탑이다.”


사회적 변화가 뇌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알고도 마음을 뇌라 하는 것은 비과학 이전에 참으로 어이없는 사태다. 더군다나, 여기서는 언급되지 않은 사실이지만, 뇌에 있는 2% 미만의 세로토닌만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다. 세로토닌의 98% 이상은 장에 있다. 마음이 뇌라면 마음이 장이라는 주장은 적어도 세로토닌에 관한 한 49배 이상 타당하다. 마음은 뇌가 아니다. 여기서 이 문제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뇌 내 세로토닌 생산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52% 우세하다는 사실이 큰 맥락에서 이해된다. 본디 뇌가 그렇게 생겨먹었다고 말하는 것 역시 백색의학 어법이기 때문이다.


녹색의학은 우울증과 마주할 때, 삶 전체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진단하고 치료한다. 증상 확인하면 곧 바로 프로작(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 던져주는 짓을 하지 않는다. 삶의 이야기, 그 역사를 경청하고 인생행로를 바꾸는 일에 조력하기도 한다. 녹색의학은, 그러므로 인문의학이다. 여성이 남성과 다름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차별은 묵인하는 사회와 싸우는 일에 함께하기도 한다. 녹색의학은, 그러므로 사회의학이다. 인문의학이며 사회의학인 녹색의학은, 그러므로 숙의 의학이다. 숙의의학에 인간의 미래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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