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의학은 근본적으로 백인·성인·남성의학이다. 맨 앞에 친절한 덧붙임을 하자면 179cm, 90kg이다. 이 기준을 원칙으로 하고 필요한 기계적 고려를 하는 정도가 유연성의 전부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차이도 고려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서구,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 기준으로 질병 여부가 결정되고 진단·치료 가이드가 제시될 뿐이다. 비서구 세계의 전통의학 인정 정도는 각 나라마다 다르지만 국민건강보건체계의 헤게모니가 서구(미국)식 백색의학 손에 있는 것은 대부분 비슷하다. 이런 일극집중구조 의료체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사회는 거의 없다. 예컨대 에단 와터스가 『미국처럼 미쳐가는 세계』에서 “세계가 미쳐가는 방식을 균일화하고 있는” 미국의 정신의학 마케팅을 통렬하게 고발했지만, 변방 사람·사회들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변화를 꾀한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이 적요 속에서 인간 하나하나의, 인종의, 어른과 아이의, 남성과 여성의 가름까지도 정중히 소상히 인지하는 의학을 틈낸다. 그 틈 의학을 우리는 녹색의학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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